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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시민과 대화하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목격자 2] 박태우 <한겨레> 기자
김형석 선전홍보실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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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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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언론은 사회의 워치독(Watchdog, 감시견)입니다. 사회가 지켜야할 가치를 위협하는 자본과 정치권력을 감시합니다. 물론 이는 교과서 속 이야기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화된 언론재벌과 재벌언론이 사회의제를 주도하며 권력의 위협요소를 공격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묵묵히 노동현장을 목격, 관찰, 기록하는 ‘노동 담당 기자’가 있습니다. 노동자를 대변하면서 우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존재입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지만 노동자이자 관찰자로서 미처 다 쓰지 못한 노동, 노동자, 노동조합에 대한 말과 몸짓을 들었습니다.

 

전두환 독재정권이 기승을 부리던 1988년 5월15일 이후 우리나라 언론은 정권의 시녀라 불리던 제도권 언론과 한겨레신문, 둘로 나뉘었다. 한겨레신문 보급이 하나의 운동일 정도여서 한겨레신문 보급소장이 지역 운동단체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은 세계 역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국민주 신문으로 창간했다. 주주 2만7천여 명이 창간기금 50억여 원을 모아 설립한 한겨레신문은 현재도 대표적인 진보언론이다.

박태우 기자는 애초 언론사가 아닌 회사에 다녔지만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접지 못했다. 마음에 두고 있던 한겨레신문 채용공고를 보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원한 것이 성공해 2010년 입사했다. 중간에 1년 정도 편집부 근무를 한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사회부에 있었다. 아직도 멀었다고 겸손해하는 만 6년차 손 빠른 기자다. 수습과정을 마친 뒤 법원을 출입하다 편집부를 거쳐 사회부 사건담당을 맡았다.

 

노동담당으로서 사관(史官)을 꿈꾸던 박태우 기자

아이레이버(아래 아)> 소개부터 해 달라. 어떤 언론인을 꿈꿨나

박태우(아래 박)> 학생시절 세계 신자유주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이주노동에 관심이 많았다. 제일 인상 깊었던 투쟁은 사회약자라는 노동자 가운데서 소외받던 이주노동자 투쟁이었다. 군대를 다녀 온 이후 학생시절 지향했던 삶을 고민하던 끝에 기자직을 택했다. 입사 지원서에 ‘사관(史官)’이 되겠다고 쓴 기억이 난다.

입사해 누가 무슨 기사를 쓰고 싶나, 물어보면 노동담당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실제 노동담당은 올해 4월부터다. 정은주 기자와 노동부와 노동계 일반을 담당하고 있다. 중앙일간지 가운데 노동담당이 두 명인 곳은 <한겨레>가 유일하다. 그만큼 더 열심히 보도해야 한다.

 

아> 언론사는 달라도 기자는 돌고 돈다는데. 다른 언론사와 <한겨레>사풍은 다를 것 같다. 언론사로서 특징은 무엇인가.

박> 대표이사는 임기에 맞춰 직원 투표로 뽑는다. 편집국장은 대표이사가 지명해 기자투표로 동의 여부를 가린다. 한겨레 창간정신 자체가 민주주의와 진보를 강조하다 보니 민주적인 조직 운영과 체계가 가장 큰 특징이다.

<한겨레>는 현재 주주가 6만7천여 명인 국민주 신문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 이후 주식을 사는 분들이 늘었다. 한 달 동안 금액으로 2억 6천만 원 넘게 샀다더라. 시민들이 응원을 넘어 주식을 사주는 행위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노조에서 말하는 보급투쟁, 투쟁기금인 셈이다.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주식을 산다고 해서 재산을 늘릴 수 없다. 수익을 내 배당한 적도 없다. 묻어두는 돈이다. 그럼에도 주식을 사주는 것을 보며 기자들이 소명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이 만들어준 신문이고, 시민들의 염원이 있고, 진보의 가치가 있고, 그에 맞춰 보답을 해야 한다는 사명이 머리와 가슴속에 있다.

   
▲ “금속노조가 올해 내내 얘기한 요구가 재벌개혁인데 광장에서 이런 내용을 좀 더 많이 선전해야 한다. 시민들의 분출된 요구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정치체제 전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면 일터에서 민주화와 권리를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촛불이라는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목소리보다는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 조금이라도 조직되고 끈기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노조할 권리에 대한 기획기사를 쓰려고 준비하고 있다.” 사진=신동준

 

격의 없는 토론 위해 ‘님’자 뺀 호칭

아> 노조는 상하관계 없이 동지라고 부르지만 기자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면 선배라고 부른다. 나이가 40, 50대가 넘으면 꼰대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한겨레>는 어떨까.

박> 아무래도 도제식 선배문화가 있긴 하다. 나보다 입사가 늦은 대학 3년 선배가 내게 선배라고 부른다. 연령별 구성도 역피라미드 형이다. 창간멤버가 아직 계신다. 일종의 세대차이가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서로 토론을 하거나 자기주장을 전달할 때 격의 없이 상호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돼야한다는 차원에서 선배라고 하는 것 같다. 사장, 부장, 차장처럼 직책만 부르지 뒤에 ‘님’자를 붙이지 않는다.

 

아> 공중파 방송사 노조는 파업을 벌이기도 한다. <한겨레>는 어떻게 노조를 꾸리나.

박>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인 한겨레신문지부에 지부장과 사무국장, 미디어국장 등 상근 간부가 있다. 언론사 노조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공정보도 문제다. 이는 공중파 방송 사례에서처럼 파업 사유가 된다. 한겨레신문지부는 노보를 내고 회사 편집방침이나 보도와 관련해 논조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신문인 <진보언론>을 별도로 낸다. 직원들이 경영참여도 한다. 직원 대부분이 우리사주 조합원이다. 우리사주 조합에서 선임하는 이사가 있고 노조가 선임하는 이사가 있다.

 

아> 조중동 같은 대형 언론사가 아닌 이상 경영환경이 넉넉할 리 없다. 임금수준이 궁금하다.

박>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면에 우리 임금 수준을 밝힌 적이 있다. 세전 기준으로 정규직 초임이 239만원, 10년차가 389만원, 20년차가 542만원이다. 기본급에 각종 수당을 합친 금액이다. 사실 이 기사가 나간 시점의 임금에 통상임금 소급분이 포함돼 조금 높게 나오긴 했다. 동종 신문업계와 비교하면 중앙일간지 평균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다. 언론사 특성상 월요일에 신문을 내야하니 일요일 근무를 한다. 생산직도 잔업, 특근을 안 하면 임금보전이 안 되듯이 휴일근로를 안 하면 임금이 적어지는 구조다.

 

정부와 자본, 현장의 반발에 대응할 논리와 노력이 필요

아> 교섭 틀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없겠지만 금속노조는 산별교섭을 통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풀어가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 금속산별교섭 성사가 중요한 이유다. 올해 4월부터 노동담당을 했으니 금속노조 임단협 전 과정을 지켜본 셈이다.

박> 정부, 고용노동부가 ‘현대차 정규직들이 비정규직에 대한 열정페이를 받아가고 있다’며 정규직 양보론이나 귀족노조 선전을 하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은 동의하게 된다. 실질적인 대응이 나오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 대응논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기아차 연대임금 전략 시도 예처럼 변화의 틀을 보여주는 것만 하더라도 귀족노조 인식을 깰 수 있지 않을까.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해고문제처럼 대공장 정규직이 할 일이 있는데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기도 한다. 교섭 틀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금속노조 지도부와 조합원 사이에 인식차가 있어 보이는데 이 괴리를 극복할 수 있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아>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노조가 불법파견 법원판결 이후 정규직 전환 방안까지 강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 한국지엠 창원공장 경우 회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구도를 만들어 단일대오를 깨려는 의도인데 이럴수록 더 뭉쳐야 하지 않을까.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할 텐데 부족해 보인다. 기아차 경우 비정규직 특별교섭을 논의하면서 정규과 비정규직 사이 이견을 보였다. 비정규직 한 사람이라도 더 정규직 채용으로 돼야 좋은 것 아닌가.

사업장 내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품기 위해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가 금속노조의 핵심 문제가 맞다면 선언수준이 아니라 이를 위한 좀 더 많은 조합원 교육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고용에 대한 우려가 생기는 현상은 이해하지만 지도부는 현장을 설득할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조합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현장의 인식을 이유로 변명하면 안 된다.

   
▲ “정부, 고용노동부가 ‘현대차 정규직들이 비정규직에 대한 열정페이를 받아가고 있다’며 정규직 양보론이나 귀족노조 선전을 하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은 동의하게 된다. 실질적인 대응이 나오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 대응논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기아차 연대임금 전략 시도 예처럼 변화의 틀을 보여주는 것만 하더라도 귀족노조 인식을 깰 수 있지 않을까.” 사진=신동준

 

노는 방법, 시민과 대화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노조

아> 박근혜 퇴진투쟁, 어떤 의미가 있나. 금속노조의 투쟁과 사업은 어땠나.

박> 솔직히 지난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금속대오를 따라다녔는데 너무 재미없어 중간에 대오를 이탈했다. 노조가 시민을 대화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다른 노조와 연맹도 확성기로 얘기하면 사람들이 끄라고 소리치더라. 조합원이 놀 줄 모르는 셈이다. 집회에서 으레 앉아서 담배 피우다 팔뚝질 하고 끝내서는 재미가 없다.

철도, 의료연대, 건강보험 등 공공부문 사업장 별로 20, 30대 젊은 조합원만 모아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이들이 모이니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주제가 많았다. 이들은 집회가 너무 재미없고 옆에 앉은 다른 사업장 실태나 주장이 뭔지 몰랐다고 했다. 이 조합원들이 청년 모임을 만들어 아직까지 모인다. 금속도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을 하면 집회 판도 바뀌지 않을까. 노동운동이 갇혀있지 않고 사회 변혁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시민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방법이나 내용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 취재하며 느꼈던 어려움, 재미, 안타까움 등이 있다면

박> 얼마 전 기자생활 6년 동안 처음 신혼여행 중인 사람을 취재했다. 2004년부터 10년 넘게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일을 하다 업체가 계약해지 되면서 해고통보를 받은 비정규직 조합원이다. 4년 전 혼인신고만 하고 살다 12월12일로 결혼날짜를 잡았는데 12월1일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고민하다 주변 권유로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차마 신혼여행 중인 분에게 전화할 수 없다고 하니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며 전화하라고 했다. 그 조합원은 “노조가 똘똘 뭉쳐 싸워야한다. 지금은 조합원 상대로 해고하지만 다음은 비조합원이다. 신혼여행이나 결혼을 떠나 함께 싸워야한다”고 답했다. 대단히 절실하다고 느꼈다.

다른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단기계약직으로 6개월, 3개월 쪼개기 계약만 하다가 2014년부터 하청업체 장기도급직이 돼서 ‘이제 살만하겠구나’ 했는데 해고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통보 받기 전날 둘째 아이 출산을 했다던데 많이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아> 헌법재판소가 결국 박근혜 탄핵안을 인용할 것이라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망한다. 탄핵되면 바로 대선 정국으로 넘어간다. 어떻게 전망하나. 노동의 역할은 무엇일까.

박> 대선도 대선이지만 민주노총의 체질을 바꿔야한다. 내년 대선에 누가 되든 이 사회가 혁신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새로운 정국이 열렸고 2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나서서 굉장히 많은 주제를 얘기한다. 시민들 사이에서 정경유착이나 재벌개혁에 대한 요구도 굉장히 수위 높게 올라오고 있다. 이런 얘기를 좀 더 깊게 해야 한다.

금속노조가 올해 내내 얘기한 요구가 재벌개혁인데 광장에서 이런 내용을 좀 더 많이 선전해야 한다. 시민들의 분출된 요구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정치체제 전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면 일터에서 민주화와 권리를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촛불이라는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목소리보다는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 조금이라도 조직되고 끈기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노조할 권리에 대한 기획기사를 쓰려고 준비하고 있다.

 

아> 이 말만은 해주고 싶다는 말이 있다면

박> 작위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한겨레>가 초심을 잃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특히 노동운동에 몸담고 계신 분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노동계의 목소리를 담지 않는다는 얘기다.

헌데 이런 말은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도 해당하는 얘기 아닐까. 스스로 채찍질 한다는 의미에서 얘기하자면 1987년 민주항쟁 성과가 세 가지 있다고 한다. 첫 번째가 헌법, 두 번째가 민주노총, 세 번째가 <한겨레>라고 한다. 2017년이 1987년 항쟁 30주년이다 <한겨레>와 민주노총의 지금 시민, 노동자에게 무엇인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노동조합을 만든 초심을 살려 열심히 같이 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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