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의 말 : 노조와 현대기아차그룹사 지부, 지회 대표자들은 2017년 1월17일 회의를 열어 2016년 투쟁 평가를 공식 매듭짓고 2017년 투쟁 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본 글은 공식 평가를 앞둔 토론용 초안 성격이다 ]

어느 해보다 2016년 올해 현대자동차 임단협은 어려웠다. 특히 올해 정부가 직접 나서 현대차 단체교섭에 긴급조정 가능성 협박까지 했다.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은 연말까지 임단협이 장기간 이어졌다. 새로운 해가 시작하는 지금, 자동차 제조 전문 기업집단인 현대기아차그룹의 올해 임단협을 돌아보고 2017년 노조의 과제를 던져본다.

 

노조 파업을 통제하라?

현대기아차그룹은 수많은 부품사가 생산하는 2만 여 개의 부품을 모듈로 납품받아 예닐곱 개 덩어리 중간부품으로 만들고, 이를 완성차 공장에서 조립해 차를 만들어 판다. 현대기아차그룹은 2010년을 전후해 계열사와 비계열 부품사를 망라해 이 같은 생산‧납품 질서를 사실상 완성했다.

곧바로 이어진 2011년 타임오프, 2012년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수많은 부품사 노조파괴까지. 이 과정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금의 납품 체계를 짜 맞춘 직후 이 질서를 위협하는 요소를 통제하기 위한 전략에 돌입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완성한 납품 질서를 위협하는 핵심 요소는 이 질서 안에 들어와 있는 노동자들의 예상치 못하는 쟁의행위와 파업이다. 이를 자본이 모든 수를 다 써서 자기 통제권 아래 두려는 전략, 바로 이 맥락에서 노조간부 통제 제도를 도입했고, 부품사 노조 쪼개기 제도를 시행했으며, 폭력배와 결탁한 노조파괴까지 자행했다.

 

더 내어줄 실리가 없다?

물론 그동안 자본은 자기 통제를 잘 따르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 임금 보상이라는 실리를 광범한 조합원들에게 주기도 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2012년 완성차 주간2교대제 노사협상에서 조합원 임금보상도 내어줬다.

▲ 우리 노동조합은 올해 그룹사 공동교섭‧공동투쟁을 사상 처음 금속노조 방침으로 전개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노무전략을 공동의 힘으로, 그리고 금속노조 차원에서 깨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우리 조합원들은 이 싸움을 이른바 상급단위 노조의 정치투쟁 혹은 대외 연대투쟁 수준으로만 인식했다. 이 간극을 메우는 전략과 전술, 2017년 투쟁을 설계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주요한 과제다. 지난 7월14일 현대자동차지부가 ‘2016년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쟁의대책위 출범식’을 열고 있다. 사진=신동준

현대기아차그룹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상을 그룹 계열사와 부품사까지 적용하지 않았다. 2013년 말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이라는 대법 판결 기조에도 불구하고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합의를 계속 미뤘다. 그룹이 비로소 본격 노무비용 절감 전략에 돌입한 것이다.

자본은 어느 순간 더 내어줄 실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바로 2015년 임단협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차 단체교섭에 비용절감 취지의 신임금체계안과 임금피크제안을 던지고 연말까지 교섭타결을 질질 끌었다. 이와 함께 작년 임단협에서 계열사와 부품사 각개격파를 진행했다. 이로써 현대기아차그룹은 그룹 계열사 안의 임금과 단협 차별을 본격화했다.

 

정경유착

현대기아차그룹은 이같은 노무비용 절감 전략을 정경유착의 온갖 수단을 쓰며 정부를 등에 업고 펼쳤다. 2014년 말 박근혜와 정몽구 회장 등의 면담 뒤 정유라의 초등학교 동창 가족이 운영하는 케이디코포레이션은 현대차 납품사가 됐다. 2015년 여름 박근혜와 정 회장 등의 면담 뒤 현대기아차그룹은 미르재단에 85억원, K스포트재단에 43억원을 상납했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그룹은 차은택이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플레이그라운드에 그룹 광고 여섯 편을 몰아줬다.

위와 같은 박근혜와 재벌의 수차례 면담과 뇌물상납의 시기 흐름은 그룹의 노무비용 절감 전략을 위한 청탁 개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2014년 11월 현대기아차그룹이 가입해 있는 전경련 등은 기간제법‧파견법 개정, 해고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법제화 등의 노동개악 추진 요구를 청와대에 공식 접수했다. 이는 민간 제조업 노사관계가 이미 정치적인 흥정거리가 돼 있음을 반증한다.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그룹사 지부, 지회는 12월21일 정몽구 회장을 특검에 고발하고 정 회장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장기불황과 미래 불확실성

이 같은 그룹의 노무비용 절감 전략은 전 세계 경제와 산업 흐름과 맞물려 있다. 전 세계는 현재 장기불황이다. 수출은 점점 줄어들고 자동차 판매도 줄고 있다. 이 현상은 노동자 임금 쥐어짜기에 의존하려는 자본의 태도를 부추기고 있다.

한편, 온 세상이 미래차 운운하면서 난리법석이다. 미래차는 GPS와 인터넷, 전자제어장치, 전장의 무한대 연결을 말한다. 지금까지 완성차 총생산 금액에서 납품 원자재 금액을 뺀 돈을 모듈업체가 상당부분 가져갔다. 하지만 미래차 생산 시대에 이 돈은 전장과 소프트웨어부문으로 대폭 이동한다. 바로 이 돈을 집어삼키려 구글, MS, 애플 등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미 현대모비스 같은 모듈업체를 자기 것으로 두고 있으므로 모듈업체가 창출한 부가가치도 다 자기 돈이다. 주머니만 다를 뿐이다. 하지만 미래차 전장과 소프트웨어의 부가가치를 과연 현대기아차그룹이 얼마나 공동점유 할 수 있을까? 바로 이 불확실성도 현대기아차그룹이 노무비용 절감 강공전략을 밀어붙이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노동자 임금을 쥐어짜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가진 양재동 내 매파가 비둘기파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2017년 투쟁 설계를 위해

2016년 임단투는 노무비용 절감만을 목표로 칼을 꺼내 든 현대기아차그룹의 강공 전략과 싸움이었다. 이것이 박근혜-최순실-재벌로 이어지는 헌법유린-정경유착 환경 아래 벌어졌다는 점을 뒤늦게 되새겨보니, 어쩌면 노동부 장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라는 협박정치는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자본의 이 같은 태도에 비해 노조의 준비와 태세는 어떠했을까?

▲ 우리는 임금체계 문제가 이제 노사관계의 핵심쟁점이 돼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방어전과 단순한 임금인상 투쟁의 병행만으로 더 이상 안 된다는 현실을 조합원들은 올 한 해 충분히 경험했다. 노조는 이제 임금체계 문제에 대해 우리 전략을 마련해 요구안으로 다듬어 자본에 던져야 한다. 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전 조합원이 현대기아차그룹사 대표자회의 결의와 노조, 지부, 지회 지침에 따라 8월19일 재벌개혁과 그룹사 공동교섭 쟁취, 임금개악 분쇄, 단협개악 분쇄, 2016년 임단투 승리를 내건 24시간 전면파업에 돌입하고 파업출정식을 열고 있다. 사진=김형석

우리 노동조합은 올해 그룹사 공동교섭‧공동투쟁을 사상 처음 금속노조 방침으로 전개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노무전략을 공동의 힘으로, 그리고 금속노조 차원에서 깨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우리 조합원들은 이 싸움을 이른바 상급단위 노조의 정치투쟁 혹은 대외 연대투쟁 수준으로만 인식했다. 이 간극을 메우는 전략과 전술, 2017년 투쟁을 설계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주요한 과제다.

한편, 올해 자본의 초강경 태도를 각 노조단위들은 방어하기 벅찼다. 이런 가운데 올해 임단협은 현대자동차 단체교섭이 어떤 내용으로 매듭짓는지에 따라 그 뒤를 쫓아가는 기존 패턴을 여전히 되풀이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 노조단위 자기 조직력과 투쟁력을 높이려는 노력, 이것도 내년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각 노조단위의 주요 태세다.

 

2017년, 방어전만 치를 것인가

올해 자본의 공세를 방어해 낸 사업장이 많은 이유는 큰 사업장 십 여 곳 10만 여 명의 노조단위를 한데 묶어 공동투쟁을 벌였기 때문이고 분명한 성과다. 물론 자본의 공격에 우리 것을 내어준 사업장이 생긴 한계는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노조의 올 임단협 목표가 저지와 방어 외에 조합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주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이 점에서, 우리는 2017년에도 방어전만 치를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임금체계 문제가 이제 노사관계의 핵심쟁점이 돼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방어전과 단순한 임금인상 투쟁의 병행만으로 더 이상 안 된다는 현실을 조합원들은 올 한 해 충분히 경험했다. 노조는 이제 임금체계 문제에 대해 우리 전략을 마련해 요구안으로 다듬어 자본에 던져야 한다.

아울러 장기불황과 미래 불확실성에 기인한 기업의 발전전망을 노사 간에 머리를 맞대고 공동 논의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2016년 우리는 노사공동 미래전략위원회 구성 추진을 요구안으로 자본에 던졌다. 그러나 미완에 그쳤다. 이 요구의 취지도 이어가야 한다.

우리는 현대기아차그룹의 노무전략을 공동의 힘으로 전면 바꾸지 않으면 금속노조든 사업장별 노조단위든 어떠한 전진도 없으리라는 변하지 않는 교훈을 계속 경험하고 있다. 이는 처음 시도한 그룹사 노조단위 공동교섭‧공동투쟁을 앞으로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정몽구 회장 구속처벌 촉구 공동성명서

박근혜-최순실-재벌의 헌법유린-정경유착 게이트가 까발려졌다. 온 국민은 박근혜 표 정책과 적폐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그룹사 지부, 지회는 정권에 뇌물을 상납하고 그 대가로 노동탄압 면죄부를 받아 챙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특검에 고발하며, 구속 처벌을 동시에 촉구한다.

2014년 말 박근혜와 정 회장 등의 면담 뒤 정유라의 초등학교 동창 가족이 운영하는 케이디코포레이션은 현대차 납품사가 됐다. 2015년 여름 박근혜와 정 회장 등의 면담 뒤 현대기아차그룹은 미르재단에 85억 원, K스포트재단에 43억 원을 잇따라 상납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차은택이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플레이그라운드에도 그룹 광고 여섯 편을 몰아줬다.

이와 함께 2014년 11월 현대기아차그룹이 가입해 있는 전경련은 기간제법‧파견법 개정, 해고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법제화 등의 노동개악 추진 요구를 청와대에 공식 접수했다. 즉, 박근혜와 재벌의 수차례 면담과 뇌물상납의 시기 흐름은 노동탄압 청탁 개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 이는, 현대기아차그룹이 노무비용 절감 전략이라는 강공책으로 우리 임단협을 파행으로 이끌기 시작한 시기와도 일치한다.

그 뿐이 아니다. 정 회장은 10조원에 한전 부지를 낙찰 받은 2014년 9월 이후 올 2월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네 차례 회동을 했다. 이 시기도 지금까지 드러난 정경유착의 시기 흐름과 같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개별소비세를 인하해줬다. 그리고 현대기아차그룹이 한전부지 신사옥 개발 인허가 단축과 세재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도 현재 제기돼 있기까지 하다.

현대기아차그룹의 노무정책은 악랄하기 그지없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노동자 간 차별해소를 지향하는 산별교섭에 10년이 넘도록 참여하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비정규직 양산의 온상이다. 원청의 납품단가 인하 횡포로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내몰린 중소영세 사업장 피해의 주범이 바로 현대기아차그룹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주요 부품 납품업체 물량을 무기삼아 하청업체 노조파괴를 공모하기까지 해왔다.

우리는 박근혜 표 반노동정책 폐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현대기아차그룹의 현 노무정책의 전면 개혁도 요구한다. 그런데 그것의 첫 단추가 바로 헌법유린 정권에 기대 수십‧수백만 노동자의 노동의 대가를 뇌물로 바쳐가며 온갖 청탁을 한 정 회장의 구속수사다.

우리는 12월 21일 정 회장을 특검에 고발했다. 이제 우리는 정 회장 구속수사 및 처벌을 위해 그룹사 지부 및 지회 조합원 10만 명 서명운동까지 본격 추진할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그룹의 구시대적 노무정책을 전면 개혁시킬 것임을 엄중히 선언한다.

 

2016년 12월 2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기아자동차지부, 현대케피코지회(경기), 현대모비스지회(경남), 현대위아지회(경남), 현대비앤지스틸지회(경남), 현대로템지회(경남), 현대아이에이치엘지회(경주), 현대엠시트지회(경주‧충남), 현대제철지회(인천‧포항‧충남‧광주전남), 현대다이모스지회(충남), 현대제철당진하이스코지회(충남), 현대종합특수강지회(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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