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시작할 때 2013년 23일 파업보다 짧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파업 43일째니 그때보다 20일이나 더 하고 있네요.”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김영훈)이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역대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11월8일,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청량리기관차승무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조안식 조합원은 “2013년 파업과 비교하면 정부 대응은 무뎌진 대신 회사가 공세를 펴고 있다. 회사가 급여명세설명서를 집으로 보내서 ‘이번 달은 파업 때문에 월급이 거의 없을 거다’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업이 한 달을 훌쩍 넘긴 지금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11월 월급을 걱정하고 있다. 코레일은 필수공익사업장이기 때문에 파업 기간에 일부 조합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이 급여를 나누어 내어 파업 조합원 임금을 보전하고 있지만 생활비로 쓰기에 빠듯하다. 조안식 조합원은 “10월에 조합원들이 거둔 돈과 철도노조가 지원한 돈을 더한 100만 원에 파업 전 일한 월급 약간을 받았다”며 “이번 달 월급명세서가 벌써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 조안식 조합원은 높은 파업 참여율의 원인을 기관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찾았다. 노동조건이 열악한 만큼 열심히 투쟁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기관사는 교번제 근무형태 때문에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가 불규칙하게 바뀐다. 조안식 조합원은 “제조업 공장처럼 1주일 주간 근무하고 1주일 야간 근무한다든가 하는 패턴이 없다. 오늘은 낮에 근무하고, 내일은 밤에 근무하고, 그 다음날은 초저녁에 근무하는 식”이라며 “기관사들은 불규칙한 근무 패턴 때문에 위장병을 많이 앓는다”고 설명했다. 사진=신동준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파업을 이어가기 위해 자구책을 찾고 있다. “조합원들이 파업이 길어지니까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과 재직증명서를 발급받기 시작했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려면 필요하대요. 마이너스 통장으로 500만 원 정도 대출받으면 한두 달은 버틸 수 있다는 거죠. 그 정도로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요.”

 

싸운 만큼 얻고, 지킨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임금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파업 대오는 흔들림 없이 버티고 있다. 파업 초기에 68%였던 참여율이 아직도 63%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조안식 조합원이 속한 기관사 직종은 99.1%에 달하는 참여율을 보인다. 조안식 조합원은 “장기 병가자를 제외하면 기관사는 거의 다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안식 조합원은 높은 파업 참여율의 원인을 기관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찾았다. 노동조건이 열악한 만큼 열심히 투쟁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기관사는 교번제 근무형태 때문에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가 불규칙하게 바뀐다. 조안식 조합원은 “제조업 공장처럼 1주일 주간 근무하고 1주일 야간 근무한다든가 하는 패턴이 없다. 오늘은 낮에 근무하고, 내일은 밤에 근무하고, 그 다음날은 초저녁에 근무하는 식”이라며 “기관사들은 불규칙한 근무 패턴 때문에 위장병을 많이 앓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원인은 기관사들이 투쟁해온 역사다. 기관사들은 철도노조가 민주화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노조 민주화 요구가 들끓던 1998년 초과 근무수당 지급 등을 내걸고 파업을 벌였고, 1994년 전국기관차협의회(전기협)란 이름으로 서울지하철노동조합, 부산지하철노동조합과 함께 연대투쟁을 벌였다. 조안식 조합원은 “투쟁이 교육이었고, 단련 과정 이었다”고 강조했다. “IMF 외환위기 후 회사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했지만, 기관사들은 거의 손을 못 댔어요. 근무 불규칙성에 따라 임금 차이가 생기도록 임금체계도 조금이나마 바꿔냈고요. 싸운 만큼 얻고, 지킬 수 있다는 걸 조합원들이 알고 있어요.”

▲ 조안식 조합원은 “2013년 파업 때 20일을 넘어가면서 조합원들이 많이 흔들렸다. 올해 파업은 40일이 넘어간 지금도 조합원들 얼굴이 밝다”며 “이번에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승리할 때까지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신동준

성과급 때문에 관리자 대신 밤새 줄 서

조안식 조합원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에 대해 서울도시철도공사 사례를 들어 “경쟁을 부추겨 노동자를 착취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출범할 때 전력손실량을 기준으로 기관사 성과를 평가했어요. 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자동운전 시스템을 도입했고, 수동운전은 40%만 하라고 해서 다들 40% 정도만 했는데 누가 90% 이상 수동운전을 한 겁니다. 수동운전을 하면 전력손실이 줄거든요. 그 사람이 성과 평가 1위를 했고, 다음 달부터 전원이 100% 가까이 수동운전을 했습니다. 한 달 사이에 엄청난 노동력 착취가 생긴 거예요.”

성과 평가가 관리직과 친분, 노동조합 활동 여부 등 불합리한 기준에 따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조안식 조합원은 1998년 코레일(당시 철도청)에 처음 입사할 때 봤던 모습을 떠올렸다. “성과급을 개인에게 줄 때였어요. 소속장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하는데 팀장들이 교대로 소속장 대신 밤새 모델하우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고요. 좋은 등급 받으려고. 내 아파트도 아니고 다른 사람 아파트인데 밤새 추위에서 떨면서 줄을 서는 게 말이 돼요? 성과평가를 도입하면 그렇게 될 수 있어요.”

 

승리할 때까지 파업한다

철도노조와 코레일은 11월7일부터 9일까지 집중교섭을 했지만 코레일이 정부 지침 때문에 성과연봉제를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철도노조는 이사회가 불법으로 의결한 ‘성과연봉제를 철회하고 교섭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코레일은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이 유효한지 사법기관 판단에 맡기자’고 주장하고 있다. 코레일은 올해 5월 철도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2017년 1월1일부터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는 취업규칙을 통과시킨 상태다.

조안식 조합원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에 대해 대법원은 ‘불법 폐쇄는 맞지만 원상회복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사회 의결 성과연봉제도 비슷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높지만 월급제 원상회복은 어렵다고 본다”며 코레일 주장대로 사법기관 판단에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안식 조합원은 인터뷰를 마치며 “2013년 파업 때 20일을 넘어가면서 조합원들이 많이 흔들렸다. 올해 파업은 40일이 넘어간 지금도 조합원들 얼굴이 밝다”며 “이번에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승리할 때까지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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