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 등을 이유로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은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항소심 재판이 10월13일 열린다. 이를 하루 앞둔 12일 102명의 변호사들로 구성한 공동변호인단이 기자회견을 열어 항소의 취지와 변론의 방향을 밝히고 재판부에 상식적이고 공정한 판결을 촉구했다. 10월12일은 한상균 위원장의 만 54세 생일이다. 

공동변호인단은 한상균 위원장 재판을 통해 ▲경찰이 핍박하는 집회의 자유 등 민주주의의 회복 ▲비정규직 등 노동자들에게 일방 희생을 강요하며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행정지침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공동변호인단은 정부의 잘못된 노동개악과 이로 인한 집회에 대한 과잉진압 사실을 재판부가 알고도 무시하고 있으며, 이 과정의 모든 책임을 한상균 개인과 민주노총에 전적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이를 바로잡고자 항소심 변론에 나섰다고 밝혔다.

 

집회 충돌 유발 경찰 차벽부터 위법

변호인단은 다음과 같은 변론방향을 발표했다. 첫째,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를 중심으로 경찰 공무집행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계획이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한 근거로 집회 당시 충돌의 직접 원인인 차벽은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차벽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예상되고, 이로 인해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나 재산 상 중대 손실을 끼칠 긴급한 경우에만 설치해야 함에도 이를 어기고 설치해 충돌을 야기했다며 법이 정한 긴급성과 보충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했다.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항소심을 하루 앞둔 10월12일 연 공동변호인단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한상균 위원장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동과 세계>

변호인단은 당시 차벽 설치가 만에 하나 긴급성과 보충성 요건을 충족했다 치더라도 운용하는 경찰이 질서유지선으로서 차벽의 한계, 사전 서면 고지의무, 필요 최소한도 원칙 등을 추가로 위한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1심 재판부가 내린 무분별한 물대포 직사살수와 백남기 농민 사망 부분이 위법함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경찰의 공무집행이 전체적으로 위법하지 않다는 판결은 형평성과 상식을 벗어난 판단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둘째, 변호인단은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하여 노정교섭, 국회 내 접촉, 토론회, 기자회견, 의견서 제출 등 다양한 평화적인 노력을 계속하여 왔다”는 점을 강조해 변론할 예정이다. 변호인단은 애초 대화할 의사가 없는 정부야말로 책임의 진정한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이를 밝히기 위해 변호인단은 보수언론의 왜곡보도를 증거로 제출한 검찰과 달리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종교계, 정당은 물론 국제기구, 국제노동단체 등의 의견도 전달할 계획이다.

 

우리는 법의 자비를 원하는 게 아니다

변호인단을 대표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강문대 사무총장 변호사는 “우리는 법의 자비를 원하는 게 아니다. 재판부는 법 정의와 상식, 그 가치와 이념에 충실해 달라”고 강조했다. 강문재 사무총장은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처벌이 재벌과 정치인에게 내린 형량과 최소한 기계적 균형이라도 갖췄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변호인단에 고마움의 말을 전하며 “정부는 민중총궐기를 공안탄압의 계기로 삼고 있다”며 “정부의 불법은 어느 하나 밝혀지지 않은 만큼 항소심의 상식 있는 판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차장은 “민중총궐기로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시고 한상균 위원장은 감옥에 있으며, 500여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기소 당했다”며 “단 한 번의 집회에 이런 탄압을 가하는 정권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법정 밖에서 검경과 싸우고 해외에도 널리 알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상균 위원장의 항소심은 10월13일 14시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302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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