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금 감옥에 있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의 임금 교섭권을 박탈하는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강행하고 있고, 파견노동을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파견법도 밀어붙이려 한다. 2016년 노동운동이 맞이한 무거운 현실이다.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5주기를 맞아 이소선 정신에서 노동운동의 앞길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전태일재단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청년유니온이 8월3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소선 어머니 삶과 정신-뭉쳐야 산다 그래야 이긴다’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토론자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나지현 여성노조 위원장,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등이 참가했다.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이소선 어머니와 노동운동’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원보 이사장은 이소선 여사의 노동운동관을 ‘단결‧연대‧통일을 향한 열망’으로 규정했다. 이소선 여사는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남성-여성, 민주노총-한국노총 사이의 단결과 통일을 항상 강조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는 “이소선 어머니가 2009년 11월13일 전태일 열사 39주기 행사 때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하나의 천에 하나의 구호로 이름을 나란히 적어 만든 현수막을 보며 ‘이제는 됐구나’하고 기뻐했다”고 회상했다.

▲ 전태일재단이 8월30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청년유니온과 공동 주최로 이소선 어머니 5주기 토론회를 열었다.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이 토론회 사회를 보고 있다. 김형석

이원보 이사장은 “인간해방, 노동해방이라는 전태일의 오랜 꿈과 이소선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노동현장은 좌절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그 원인을 단결과 연대, 통일의 부족에서 찾았다. 이원보 이사장은 “노동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단결, 연대, 통일’을 외치지만, 총자본의 분할통치전술에 여전히 취약하고, 노동자 내부에 성별, 고용형태별, 기업규모별, 국적별 차별과 격차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소선 정신 핵심은 ‘낮게, 함께, 옳게’

토론자로 나선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은 이소선 여사의 정신을 ‘낮게, 함께, 옳게’로 규정했다. ‘낮게’는 낮은 곳에 있는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를 노동운동 주체로 세우는 일이다. 이승철 사무부총장은 “비정규직이 서지 않고서 민주노조운동의 미래가 밝지 않다”며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민주노조운동에 쉽게 함께 할 수 있는 조직형태를 고민하고, 최저임금 1만원 쟁취와 ‘노조 할 권리 쟁취’ 등을 전략투쟁과제 전면에 걸었다”고 설명했다.

‘함께’는 차이와 격차를 넘어선 노동자의 연대투쟁을 뜻한다. 이승철 사무부총장은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가 한목소리를 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우고,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이 함께 싸우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노동자가 힘을 모으는 단결은 승리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옳게’는 투쟁의 정당성을 지키는 일이다. 이승철 사무부총장은 “적절한 타협과 거래를 통해 순간을 모면하려는 유혹, 양비와 중립을 가장해 힘이 센 자의 손을 들어주는 현학이 우리 안에 있지 않은지 이소선 어머니께서 주신 거울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뭉쳐야 살고, 그래야 이긴다’는 이소선 어머니 말씀대로 양대노총이 단결, 연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식 사무처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뭉쳤던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투쟁은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었지만, 분열했던 정치세력화, 사회적 대화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8월30일 이소선 어머닌 5주기 토론회 인사말에서 “민주노총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투쟁을 하겠다. 9월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 11월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힘차게 벌이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김형석

이정식 사무처장은 “양대노총이 함께 벌이는 사업이나 조직 구성을 볼 때 따로 가야 할 이유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2020년 양대 노총 통합을 목표로 공동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은 “장기적으로 통합을 고민해야 하지만, 설익은 통합 주장은 오히려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며 “양대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 공공부문 공동투쟁 등의 노력이 쌓이면 통합 논의를 진지하게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민주노총의 이름 부끄럽지 않은 투쟁하겠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에서 “이소선 어머니가 가신 지 5년이 흐른 지금 곳곳에서 노동자, 민중의 신음소리가 들린다”며 “민주노총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투쟁을 하겠다. 9월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 11월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힘차게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올해 8월 우키시마호 침몰 희생자를 위한 합동 추모제를 했다. 두 노총이 이소선 어머니 말씀을 실천하고 있다”며 “우리가 어머니 말씀을 더 많이 실천하고, 단결하자”고 강조했다.

전태일재단은 9월3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이소선 어머니 5주기 추도식을 열고, 9월21일부터 10월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이소선 어머니 5주기 추모 전시회-어머니의 대지’ 를 벌인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