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해 10월 갑작스레 농번기 구인난 해소를 위해 이주노동자를 90일 이내 단기 고용할 수 있게 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시험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전국의 이주노동자 인권단체와 노동단체들은 도입절차의 불투명성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권‧인권 침해 우려를 이유로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농업분야에서 고용한 이주노동자들도 휴식시간, 휴일이 없거나 부족한 상황이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최저임금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3년짜리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면서도 제대로 된 숙소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농번기에 들어오는 3개월 미만의 초단기 이주노동자들의 처우는 불 보듯 뻔하다.

19명의 중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입국해 충북 괴산군의 절임배추 농가에서 한달 반을 일하고 돌아갔다. 법무부 입장에서는 체류기간 넘기는 사람 없이 전원이 출국했기에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성공적으로 시험실시 했다고 평가할 것이다.

언론은 이주노동자를 활용해 인력난을 해소하고 타 지역에 비해 싼 값에 절임배추를 출하한 괴산군의 보도자료를 받아 실으며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도입의 긍정적 효과를 선전했다. 이주노동자의 “불법체류 안 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2천만원의 담보를 잡히고 나서야 한국에 올 수 있었다”는 인터뷰는 국제적 기준에 비춰 봐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했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이주노동자의 성공담으로 포장됐다. 괴산군의 “불법체류를 막기 위해 임금을 출국 시 일시불로 지급했다”는 설명은 임금체불,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 효과적인 체류관리를 위한 탁월한 선택으로 인정받았다.

올해 3월 법무부가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2차 시험실시를 발표했다. 대상 지차체는 네 곳으로, 도입 인원수는 124명으로 늘어났다. 올 하반기 마지막 시험실시 후 2017년 제도를 본격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무부는 도입과정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방안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또, 노동조건 감시 감독, 노동권과 인권침해 시 권리구제 방안도 논의하지 않고 있다. 제도 도입을 추진할 때부터 아무 공적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뿐이다.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를 도입한 다른 나라들은 정부부처 합의를 통해 공공기관에서 이주노동자를 모집 선발하고 있다. 계절 이주노동자에게 내국인 노동자와 동일한 노동관계 법령을 적용하고 노동조건은 물론 산재와 건강보험, 숙소와 식사까지 고용주가 지킬 세세한 기준을 마련했다. 계절 이주노동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해 노동권 침해 시 도움을 받게 하고 있다.

당장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야하지만 장기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인간’은 원하지 않는 가혹한 한국 자본주의가 법무부와 손을 잡고 또 하나의 괴물 같은 제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사강 / <이주와 인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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