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노동부에도 가보고, 임금체불진정도 넣고 이곳저곳 상담도 해보곤 상담센터에 오십니다. 법으로는 방법이 없는 경우입니다. 4인 이하 사업장이라 퇴직금을 받을 수 없거나, 자발적 실업으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거나 하는 등등의 이유로 억울하게 불이익을 받는 노동자들입니다. 이분들은 묻습니다. “여기서도 안돼요?”

마음 약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반백년을 험한 세상 살아내고도 사업주가 무섭고, 관리자에게 괜스레 주눅이 듭니다. 퇴직금을 안준다며 공갈사기를 쳐도 바른 소리 한번 못해보고 상담센터에 오십니다. 약속시간보다 2시간을 먼저 와서 센터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순박한 아주머니는 관리자와 대면하기 싫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습니다. “여기서 다 받아주죠?”

체념에 익숙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회사가 정리해고를 한다는데, 법으로는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면 금세 체념해 버립니다. 체념의 이유가 금세 수십가지 생깁니다. 노동조합도 없고, 앞장 설 사람도 없고,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고, 백도 없고, 해본적도 없고 등등 말입니다. 그리곤 묻습니다. “다른 방법은 정말 없습니까?”

▲ 센터를 찾는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데 익숙합니다. 시원한 답을 드리고 싶지만, 억울한 노동자끼리 단결투쟁 해야 한다고 답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어김없이 묻는 말이 또 있습니다. “사업주가 안주면 어떻게 하나?”입니다. 사업주가 돈을 안주면 어떻게 하나, 산재를 안 해주면 어떻게 하나, 복직 안 시키면 어떻게 하나, 복직하면 사업주를 어떻게 보나 등등. 시작도 하기 전에 태산같이 밀려오는 걱정 때문에 지레 파랗게 질려버리는 노동자들은 묻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최저임금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설문 중 ‘만약 최저임금보다 미달한 임금을 받았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답을 못하고 웃기만 합니다. 집요하게 답을 구하면 ‘그냥 참는다.’며 시선을 옮깁니다. 그럼에도 내년 임금이 얼마나 올랐으면 좋겠냐고 물으면 많을수록 좋겠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센터를 찾는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데 익숙합니다. 그저 빌어먹을 사회를 탓하고, 불공평한 법을 탓할 뿐입니다. 그래도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가시질 않으니 자꾸 묻습니다. 어떻게 하냐고요. 시원한 답을 드리고 싶지만, 모든 불평등을 바로잡고 당당하게 노동자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억울한 노동자끼리 단결투쟁 해야 한다고 답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허허로운 웃음대신 주먹 불끈 쥐고 나서 주시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김순자 / 호죽노동인권센타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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