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정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무실에 임단투 기간 동안 사용할 각종 선전물과 재벌개혁 행동에 사용하는 소품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삼성재벌 삼대세습 찬반투표’를 알리는 초록색 조끼를 입고 일하고 있었다.

라두식 지회장은 책상위에 쌓인 서류를 치우며 “올해 지회 임단투에 재벌개혁 투쟁을 더하니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고 말하며 웃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대한민국 대표 재벌인 삼성에 맞서 재벌경제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간접고용노동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저항을 조직하고 있다. 재벌이 만든 착취구조가 비정규직 굴레와 위험으로 노동자를 몰아넣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간접고용노동자들이 직접 모순을 해결하겠다며 2013년 지회를 건설했다.

지회는 올해 초부터‘ 탐욕의 재벌풍선 터트리기’와 ‘자기 지역 총선후보에게 재벌개혁과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편지쓰기’ 등 다양한 캠페인을 벌였다. 이 같은 활동으로 재벌 독식의 한국 사회를 바꾸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없애라는 요구를 널리 알렸다.

라두식 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 세습 찬반투표를 알리는 조끼를 가리키며 “시민들이 재벌의 세습이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봐야한다”며 “재벌의 탐욕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재벌은 부와 경영권을 대대손손 물려주려는 욕심에 더 많은 이익에 집착하고, 결국 이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라두식 지회장은 금속노조가 재벌투쟁에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에 더해 삼성그룹에 노조의 요구를 적극 제시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경훈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6월27일부터 온라인 사이트(samsungvote.com)에서 ‘삼성 이재용 경영세습’ 찬반을 묻는 투표를 시작했다. 동시에 삼성전자서비스 전국 47개 센터 앞에서 센터를 방문한 고객들과 지나는 시민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7월12일부터 3일간 삼성 계열 제조업 사업장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이재용 경영세습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라두식 지회장은 “지회는 단계별로 투쟁전략을 수립해 시간이 지날수록 투쟁 수위를 올리고 있다”며 “지회가 추진하고 있는 이재용 3대 세습 찬반투표도 이 투쟁의 일환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회는 올해 임단협을 탄탄하게 준비해왔다. 지난해 말부터 지회조합원 1인당 매달 2만원씩 걷어 투쟁적립금을 준비하고, 주체적으로 임단협 투쟁을 진행하기 위해 교육과 회의를 촘촘하게 이어왔다. 지회는 임단협과 재벌개혁 투쟁이 하나라는 전제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라두식 지회장은 “회사 바지사장들과 임단협 교섭을 하다 보니 교섭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4월9일 상견례를 시작해 교섭을 벌였지만 지회와 진정으로 교섭할 뜻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교섭상황을 설명했다.

지회는 ▲근로시간 면제 확보 ▲임의 징계 금지 ▲적절 인력 확보와 정원유지 ▲유급휴일 보장과 상여금 지급을 핵심요구안으로 걸고 교섭을 벌이다 결렬을 선언하고 투쟁에 들어갔다. 임금의 고정성 확보도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다.

 

재벌개혁, 비정규직 철폐와 직결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 이어 6월25일 삼성전자서비스 성북센터 노동자 추락사고가 일어났다. 간접고용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희생이 부각되고 있다. 대부분 재벌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가장 어렵고 궂은일을 맡아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궂은일을 하는 만큼 더욱 안전에 대한 투자와 노동에 대한 보상이 절실하다. 재벌기업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직원이 아니라며 책임과 보상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라두식 지회장은 “삼성이나 LG, 태광 같은 재벌기업들은 간접고용노동자를 편하게 부려먹고, 자신들이 곤란할 때 계약해지나 업체폐쇄로 잘라낸다”며 “고용불안과 이로 인한 경쟁 때문에 임금과 노동조건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 구조에서 이익 보는 집단은 재벌 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라 지회장은 “우리가 2013년 지회를 만들 때 요구는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것이었다. 최종범 열사와 염호석 열사의 희생은 이 요구 때문이었다”며 “이 소박한 요구는 삼성재벌의 무노조 경영 이념 때문에 갖은 탄압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지회는 재벌개혁 없이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했다. 재벌은 더 많은 이윤을 쌓기 위해 값싸고 쉽게 정리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원하기 때문이다.

라두식 지회장은 “재벌개혁이 내 임금, 노동조건과 어떤 관계가 있냐고 물어보는 조합원도 있다. 재벌개혁 투쟁계획에 불만도 당연히 있었다”며 “우리 조합원들을 직고용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은 진짜 사용자인 재벌이다. 사회적으로 재벌 책임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만들어야 간접고용을 해결할 수 있고, 우리 노동환경이 좋아진다고 설득했다”고 조직과정을 설명했다.

지회는 노조의 7월22일 총파업 상경투쟁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이다. 지회는 일정 기준을 두고 분회를 선별해 지회 임원 현장순회를 진행해 상경투쟁을 독려할 예정이다. 라두식 지회장은 금속노조가 재벌투쟁에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에 더해 삼성그룹에 노조의 요구를 적극 제시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라두식 지회장은 “노조가 현대기아차그룹사 공동교섭 등 재벌개혁 투쟁에 많은 공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삼성 재벌과 맞서 싸우고 있는 지회 조합원들도 노조의 재벌 개혁투쟁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노조가 삼성재벌 투쟁에 대한 연구와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삼성재벌 투쟁 지원에 아낌없이 나서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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