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지회장 이재헌, 아래 지회)가 호시탐탐 노조 무력화 기회를 엿보는 회사에 맞서 한판 싸움 준비를 마치고 강도 높은 투쟁에 돌입했다.

지회는 7월4일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열어 조합원과 회사의 탄압 상황을 공유하고 5일부터 하루 7시간 고품질 투쟁을 시작했다. 하루에 한 시간 분량을 생산하는 실질적인 파업 투쟁이다.

박종국 부지회장은 “회사는 끊임없이 현장을 약화시키는 등 노조파괴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지회의 교섭요구에 회사는 거부와 불성실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임 대표이사, “도발하면 채증. 무조건 징계처리”

지회는 지난해 이른바 ‘용병’을 동원한 회사의 ‘신종 노조파괴’ 시도를 막아냈다. 독일 공장에서 근무하다 들어온 박당희 신임 대표이사는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비상경영 선포식을 하겠다며 나섰고 사업장 기초질서를 확립하겠다고 위협했다. 회사는 쟁의권을 확보하고 상경투쟁을 벌였던 지회 간부들을 무단이탈이라며 경고장을 발부했다.

▲ 지난해 노조파괴 공세에 힘을 발휘했던 소규모 분임조가 기본 활동단위로 정착했다. 지회 조직력이 크게 올랐다. 조합원들은 지회 방침을 두고 토론해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였다. 박종국 부지회장은 “파업 결정이 나면 분임조별로 알아서 수행한다. 한 라인 안에서 다양한 파업 방식이 나온다”며 “분임조 활동이 현장 조직력 강화에는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지회 분임조들이 만든 쟁의행위 선전물이 공장 곳곳에 붙어있다. 아산=김경훈

박당희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 관리직을 신규 채용해 쟁의기간 중  불법 대체생산에 투입했다. 조합원들이 퇴근한 후 심야시간에 벌인 대체생산에 신입사원, 여사원, 영양사, 간호사, 심지어 임원까지 동원했다. 물론 사전 안전교육이나 건강검진은 없었다.

박당희는 노조파괴로 중단한 2015년 임금협상 요구조차 이미 노사합의를 완료했다며 거부했다. 박당희는 지회가 단체협상 응락 가처분을 신청해 교섭에 불참하면 회당 1백만원씩 벌금을 내야한다는 법원결정을 받아낸 뒤에야 마지못해 교섭에 나섰다. 회사는 40여 차례 교섭 동안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존 갑을 노사관계에 없던 처음 있는 일이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외주 용역경비 채용을 통보했다. 기존 정규직이던 경비인력은 단협을 어기고 일방 면담해 현장직으로 발령했다. 지회는 지난해 12월31일부터 정문에 천막을 설치하고 철야 농성을 시작해 1월부터 출근하려는 외주 용역경비를 막아섰다. 회사는 업무방해로 고소했지만 법원은 무죄라고 판결했다.

회사는 생산 외주화까지 준비했다. 노조법상 쟁의기간 중 외주, 하청을 금지하고 있지만 회사는 주문물량을 7개 외주업체에 분산해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종국 부지회장은 회사 의도가 결국 “노조파괴”라고 단언했다. 대표이사는 끊임없이 지회와 조합원을 자극하며 “도발하면 채증해라. 무조건 징계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준비했다. 더 이상 인내 필요 없다.”

지회는 회사 탄압에 산발 투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숨을 고르며 체력을 다졌다. 총선 정국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지친 지회 조직력을 강화해 본격 투쟁을 벌이겠다는 각오였다.

이 같은 지회 판단은 옳았다. 박종국 부지회장은 “회사가 동원한 깡패조직을 물리친 원동력으로 조합원 사기가 크게 올랐다”며 “7월4일 결의대회에 참여한 조합원 눈빛이 결의에 차 달라보였다”고 자랑스러워했다.

▲ 박종국 부지회장은 “회사가 동원한 깡패조직을 물리친 원동력으로 조합원 사기가 크게 올랐다”며 “7월4일 결의대회에 참여한 조합원 눈빛이 결의에 차 달라보였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아산=김경훈

조합원들은 지회 간부들이 시작한 농성 참여부터 시작했다. 지회 집행간부 피로도가 쌓인 시점이었다. 박 부지회장은 “전체 4백여 조합원을 구역별로 4개 중대, 13개 소대로 나누고 각 소대는 다시 조합원 5, 6명씩 묶은 53개 분임조로 나눴다”며 “최근 2개조씩 돌아가며 24시간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노조파괴 공세에 힘을 발휘했던 소규모 분임조가 기본 활동단위로 정착했다. 지회 조직력이 크게 올랐다. 조합원들은 지회 방침을 두고 토론해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였다. 박종국 부지회장은 “파업 결정이 나면 분임조별로 알아서 수행한다. 한 라인 안에서 다양한 파업 방식이 나온다”며 “분임조 활동이 현장 조직력 강화에는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지회 간부들은 소대장 13명에게만 지침을 전달한다. 소대에서 분임조로 신속히 전달하고 움직이는 체계가 작동한다. 사측이 집행부를 제압하더라도 투쟁동력이 꺾이지 않는 구조다. 박 부지회장은 “어떤 짓을 해도 분임조 체계가 깨지지 않으니 회사가 답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지회 사무실 앞 게시판에는 “동지들, 이제야 진검승부를 합니다”라며 갑을 자본과의 한판 승부를 선언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아산=김경훈

회사는 올해 여덟 차례 임단협 교섭을 벌이는 동안 교섭원칙도 정하지 못할 정도로 불성실로 일관했다. 심지어 30여개 항에 이르는 단체협약 개악안까지 제출했다. 지회는 회사에 ▲전출 노조파괴 용병 전적처리 ▲노조파괴 사태 사과 ▲외주 용역경비 철회와 합의서 이행 ▲2015년 임금인상 적용 등을 요구하며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회 태세에 회사는 30년 가까운 갑을오토텍 노사관계 역사상 처음으로 파업기간 중 식사제공을 중단했다. 조합원들은 분임조별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직접 해먹으며 단결력을 높이고 있었다.

지회는 7월15일 박효상 전 대표이사 등 노조파괴를 주도했던 인물들에 대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노조파괴 사건을 마무리하고 올해 투쟁을 승리하겠다는 지회 간부와 조합원들 각오가 남다르다. 지회 사무실 앞 게시판에 “동지들, 이제야 진검승부를 합니다”라며 갑을 자본과의 한판 승부를 선언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박종국 부지회장은 “준비했다. 더 이상 인내는 필요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이재헌 지회장은 지회 행사중 부상을 당해 치료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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