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호 열사가 세상을 떠난 지 100일이 흘렀지만, 경찰은 여전히 자본 편에서 한광호 열사의 한을 풀려는 노동자들을 짓밟고 있다. 

경찰은 6월25일 새벽 4단짜리 비계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윤영호 충남지부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을 심야에 강제진압하고, 한광호 열사의 형인 국석호 노조 대전충북지부 유성기업 영동지회 쟁의부장을 방패로 찍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

▲ 6월25일 02시40분경 윤영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경찰 여섯에게 강제 진압 당하기 직전 비계 아래에서 싸우고 있는 조합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신동준

윤영호 지회장은 6월24일 23시40분경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예정에 없던 행사용 비계 위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비계는 노조와 ‘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현대차 자본 처벌, 한광호 열사 투쟁 승리, 범시민대책위’(아래 유성범대위)가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 100일, 현대차 진격의 날’ 행사에서 사용하려 세운 집회물품이었다.

▲ 6월25일 02시40분경 경찰 여섯 명이 비계 위에서 농성을 벌이는 윤영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을 강제 진압하기위해 다가가고 있다. 신동준

 

▲ 6월25일 새벽 윤영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경찰에 강제 진압 당하기 전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왜 싸우는지 설명하는 발언을 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 신동준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서너명이 4단으로 쌓은 비계에 올라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경찰은 이를 기습 강제 철거하려 했다. 이에 분노한 윤영호 아산지회장이 즉석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와 유성범대위는 심야 강제진압은 위험하고 위법하다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경찰은 6월25일 02시40분경 소방사다리차와 경찰을 투입해 윤영호 지회장을 연행했다.

경찰은 소방사다리차에 서초서 정보과 형사 등 세 명을 태워 윤영호 지회장에게 접근했다. 이들이 윤 지회장의 이목을 끈 사이 경찰 네 명이 아무 안전장치 없이 비계를 타고 올라갔다. 경찰 여섯 명이 윤 지회장을 덮쳤고 이들의 힘을 당하지 못한 윤 지회장은 사다리차 탑승바구니로 밀려났다.

▲ 6월25일 새벽 경찰이 윤영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농성을 강제 진압하기 전 조합원들을 벽으로 밀고 있다. 신동준

 

▲ 6월25일 새벽 경찰이 윤영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농성 중인 비계에 매달린 현수막을 뜯어내고 있다. 신동준

경찰은 강제진압 과정에서 윤영호 지회장을 보호할 수 있는 아무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 정보과 형사가 이목을 끈 사이 올라간 경찰들은 윤 지회장을 그냥 덮쳐 추락할 수 있었다. 또 세 명이 탑승할 수 있는 소방사다리차 바구니에 윤 지회장을 강제로 태우다 보니 다섯 명이 탔다. 경찰 지휘자는 진압 경찰들을 헬멧 등 최소한의 보호장비도 없이 비계에 올려보내는 등 총체적인 불법 진압이었다.

경찰은 강제진압한 윤영호 지회장 등 두 명을 현대차 안으로 끌고 갔다. 열사 유족인 국석호 쟁의부장을 비롯해 부상자 세 명이 발생했다. 국석호 쟁의부장은 경찰 방패에 왼쪽 다리 무릎을 찍혀 병원으로 실려 갔다.

윤영호 지회장은 연행되기 전 망루 위에서 “숨 쉴 곳이 없어서 숨 쉴 곳을 찾아 올라왔다”라며 “어디서 죽으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죽을 각오로 지회 동지들과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6월25일 새벽 서초구청 공무원들이 경찰의 비호 아래 윤영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농성한 비계를 철거하고 있다. 신동준

 

▲ 6월25일 새벽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 100일, 현대차 진격의 날’에 참여한 노동자, 시민, 청년들이 윤영호 지회장이 연행 당한 뒤 규탄집회를 벌이고 있다. 신동준

김성민 대전충북지부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강제진압 규탄집회에서 “공권력을 이기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5년 동안 그랬듯 공권력이 우리를 밟아도 계속 모여야 한다”라며 “내일 밟히고, 모레 밟혀도, 글피 연행돼도 또 모이면 우리는 승리한다. 이 싸움 반드시 승리한다”고 결의했다.

노조와 유성범대위는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 100일, 현대차 진격의 날' 둘째날인 6월25일 결의대회와 서초경찰서 불법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6월24일 밤 유성기업 조합원 등 노조 조합원들과 시민, 청년들이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 100일, 현대차 진격의 날’ 행사 중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시작하며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신동준

 

▲ 6월24일 밤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이 유성기업 범대위가 집회신고한 현대자동차그룹 표지석 앞을 경찰이 막고 있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유성기업은 2011년 5월18일 지회가 파업에 돌입하자 공격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7월15일 유성기업노조를 설립하는 등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공모해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현대차는 유성기업에 기업노조 확대가입 추진을 지시하며 구체적인 어용노조 조합원 가입 목표치를 제시하는 등 노조파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올해 3월17일 회사의 징계 협박을 받던 한광호 열사가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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