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결심 공판이 6월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검찰은 한상균 위원장에 대하여 징역 8년을 구형했다. 한상균 위원장의 행위는 “법치국가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중죄”라는 것이 이유란다. 오는 7월4일 선고공판이 열린다.

1천128억원 조세를 포탈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한 구형은 징역 7년, 1천억원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에 대한 구형은 징역 6년, 289억원의 회사 돈을 횡령하고 2천797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두산그룹의 박용성 회장에 대한 구형은 징역 6년. 국가정보원 심리 전단에 사이버 여론 조작을 지시해 대선에 개입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형은 징역 4년.

이 나라 검찰 눈에 노동자들이 평생 꿈에서라도 보지 못할 돈을 자기 뒷주머니에 챙긴 재벌 회장님들보다, 대선에 불법 개입해 법치국가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진정으로 무너뜨린 국정원장보다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 세월호 진상규명을 염원하고 노동개악에 대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분노를 대변한 한상균 위원장이 더 큰 죄를 지은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하긴, 유성기업 등 수많은 노조파괴 사례에서 가해자인 사용자에게 어이없는 무더기 무혐의 처분, 피해자인 노동자들에게 구속 등의 가혹한 처분으로 일관해 스스로 자본의 변호사로 자인해온 검찰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개인적으로도 검찰이 노동사건에서 중립적인 국가기관이나 준사법기관으로 작용하지 않는 현실을 수많은 사례에서 체험하였기에 징역 8년을 구형한 검찰의 모습에 분노나 놀라움보다는 처연함만을 느낄 뿐이다.

검찰이 노동형사재판에서 보이는 모습은 영락없이 민사재판에서 사측을 대변하는 대형로펌 변호사의 태도와 같았다. 검찰은 객관의무는커녕 국가기관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중립성조차 어디 내다버렸는지 모르겠다.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재판의 핵심 쟁점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위법하고 부당한 집회 금지 통고와 선제적 차벽 설치, 살인적인 물대포 진압에 굴하지 않고 부당한 공권력에 항의하라고 호소한 한상균 위원장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이다.

▲ 7월4일 한상균 위원장이 석방되지 못하면,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을 제대로 조직해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노동개악 좌절, 세월호 진실 규명을 비롯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의지를 곧추 세워 우리가 갖고 있는 힘을 조직하고 또 조직해서 승리를 위한 반격을 해야 한다. 지난해 12월10일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를 나오며 조합원들과 노동개악 저지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경훈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조합원들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이 똑똑히 목격한 것처럼, 집시법 등 어떠한 법률 근거 없이 청와대 주변 장소 집회 신고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회 금지 통고, 집회 시작 전부터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못하도록 광화문 사거리 등을 원천 봉쇄한 선제적 차벽 설치,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린 극악무도한 물대포 진압 등 당시 경찰의 조치는 도저히 공권력 행사라고 부를 수 없는 범죄행위에 불과했다. 이러한 조치들 앞에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는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위법한 공무집행에 저항한 행위는 정당한 행위로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관된 대법원 판례이다. 그렇다면 공무집행은커녕 범죄행위에 불과한 경찰의 조치에 저항하라고 호소한 한상균 위원장은 무죄이다. 석방해야 한다.

검찰은 한상균 위원장에게 중형 구형을 하면서 “80만 명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지위에서 이 같은 위법한 행위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민주노총 나아가 노동계의 일탈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만일 한상균 위원장을 7월4일 석방하지 않으면 그 판결은 법리가 아니라 쉬운 해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개악과 세월호의 진실을 감추려는 불의에 맞선 민주노총의 정의로운 행동을 일탈과 범죄로 치부하여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세월호의 진실을 묻어버리고 싶은 자들의 욕망과 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확하게 민주노총으로 대변하는 노동자 운동이 아직까지 저들의 힘을 제압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1997년 거리를 가득 메웠던 함성이 권력이 감히 그 누구도 구속시킬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기억을 상기하면 이 점은 명확하다.

이 점이 노동자들이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7월4일 선고 결과를 똑똑히 보고 마음속에 각인해야 하는 이유이다. 아니 한상균 위원장과 같이 피고인석에 있다는 마음으로 판결 선고 결과를 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최후진술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모든 노동자가 지금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을 민주노총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길에 민주노총은 엄중한 책임을 갖고 헌신적인 역할을 하겠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희망인 대한민국에 노동자가 그 희망을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노동자운동은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착취 받지 않고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데 엄중한 책임이 있다. 새로운 세상을 막는 불의에 맞서 승리할 수 있는 힘도 있다.

7월4일 한상균 위원장이 석방되지 못하면,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을 제대로 조직해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노동개악 좌절, 세월호 진실 규명을 비롯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의지를 곧추 세워 우리가 갖고 있는 힘을 조직하고 또 조직해서 승리를 위한 반격을 해야 한다.

저들이 한상균 위원장을 계속 가둠으로써 힘으로 11월14일 민중총궐기 때 우리 행동의 정당성을 매도하고 부정하는데 별 수가 있나. 법전에만 있는 허울뿐인 법리가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맞설 수밖에.

김유정 금속법률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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