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뜨거운 여름 평택 공장 안을 지키던 쌍용자동차지부 정비지회 조합원들은 3개월째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치며 서울정비사업소 앞에 서있다. 올 해는 유난히 찬바람이 불고 봄이 더디게 오고 있지만 정비지회 조합원들은 2010년 희망찬 투쟁을 준비하며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4월 16일 조합원들이 ‘공동체사업’으로 운영하는 ‘한성카센터’가 문을 열기 때문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구조조정의 고통  

▲ 쌍용자동차지부 정비지회 조합원들이 쌍용차 서울정비사업소 앞에서 출근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정비지회 조합원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12일 아침 쌍용자동차 서울정비사업소 앞은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 쪽에는 정비지회 조합원들이 ‘해고는 살인이다’, ‘민주노조 사수하자’를 외치며 출근선전전을 진행한다. 그리고 경비실 앞 양쪽으로 사측 관리자와 지난 해 투쟁 이후 회사 안에 새롭게 생긴 노동조합 간부들이 같이 서서 20여분 동안 출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인사를 한다. 매 주 월요일이면 볼 수 있는 장면.  

“저 모습을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현장 직장까지 불러서 세워놓고 있다. 지금 사측과 노동조합이라는 사람들이 저렇게 같이 서 있는게 말이 안된다” 회사 밖으로 쫓겨난 죽은자들, 그리고 산자로 남았지만 강화된 현장통제로 고통받고 있는 현장 조합원들을 생각하면 ‘차별화된 서비스’ 운운하며 회사를 살리겠다는 저들의 얘기에 분노가 치민다.

쌍용 사측은 지난 해 여름 전쟁 같았던 투쟁 후 대전, 광주, 부산에 있는 직영정비사업소를 외주화했다. 그리고 대전, 광주에서 일하던 조합원들은 서울로, 부산 조합원은 창원으로 발령을 냈다. 조합원들은 졸지에 집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며 일을 하고 있다. 창원으로 발령을 받은 조합원들은 일이 적다는 이유로 휴무 상태로 있어야 했다.

김정우 지회장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에 대한 통제도 심각한 상태라고 전한다. 지금은 아무리 일하다 다치고 몸이 아파도 공상이나 산재처리를 하는 경우가 없다. 조합원들이 몸이 아파도 말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 김 지회장은 “심지어 아프다고 얘기를 하면 왜 아프냐고 오히려 문책을 당하기도 한다”고 얘기한다. “현장 분위기 자체가 살벌하다. 구조조정 자체가 살인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그것에 대한 압박감이 매우 심하다. 그러니 노예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시키는 대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해 구조조정은 현장에 살아남은 조합원들에게 또 하나의 살인이었다.

김 지회장은 “우리도 안팎에서 함께 싸울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는 다가가고 싶지만 저들이 우리를 거부하고 회피하고 있다”며 현장에 만들어진 노조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정리해고자 외에도 지난 해 77일의 투쟁을 함께한 뒤에 수많은 징계해고자와 무급휴직자가 발생했다. 지회는 이들을 노조가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신들이 노조 집행부가 되기 전에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다는 것. 현장과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공장 안과 밖 공동투쟁 만들 것

다음 달이면 지난 해 77일 투쟁 1년이 된다. 김 지회장은 당시를 기억하며 무엇보다 연대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던 때라고 얘기한다. “공장 안에 있던 조합원 모두가 연대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 연대가 있어서 힘이 되기도 하고 연대 단위가 돌아가면 더 허전해하기도 했다. 마지막 공장 안에 고립됐을 때는 더욱 연대가 절실했다” 함께 싸웠기 때문에 큰 힘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중 투쟁을 제대로 하고 경찰과 사측에게 막혔던 공장을 뚫을 수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10년 정리해고로 전국의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쫓기고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가 또 다시 터져나오는 지금 김 지회장은 노동자가 연대해서 전쟁 같은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이곳은 자본과 권력의 힘이 미치지 않는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공간' 지회 사무실에서 김정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

정비지회 조합원들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서울, 대전, 광주, 부산 등으로 해고자들이 흩어져있다보니 조합원들이 응집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 생계 문제로 투쟁에 결합하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생겼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법정 투쟁이다. 수시로 조합원들에게 벌금 청구서가 날아오고 정식재판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지회장은 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장기적으로 길어진다 해도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앞으로 계속 치열한 싸움을 하지 않는다면 77일 투쟁도 소멸될 수 있다” 김 지회장은 다시 한 번 투쟁의 전환점을 만들 예정이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우리는 쌍용차 문제를 더 본질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바로 먹튀 자본 때문에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고 이것을 정부가 방조하고 있는 것이 지금 사태의 문제다” 김 지회장은 쌍용차 투쟁이 결국 정부를 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투쟁을 더 힘 있게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바로 공장 안 조합원들을 만나는 것다. 지회는 앞으로 공장 안 조합원들과 주, 월 단위로 간담회를 하고 함께 투쟁할 수 있도록 조직할 계획이다. “밖에서만 정리해고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 안에 있는 조합원들이 노조를 제대로 세워내야 한다. 그리고 안과 밖이 공동 투쟁을 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전에 느꼈던 연대의 소중함을 더 집중해서 실천할 예정이다. 김 지회장은 투쟁하고 있는 전국의 동지들과의 연대를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해 자신부터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장기화되는 싸움 포기하지 않겠다

투쟁이 길어지고 앞으로도 더 많은 싸움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김 지회장이 무엇보다 걱정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생계 문제다. 지회는 생계에 대한 고민을 지난 해 부터 꾸준히 해왔다. 싸움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투쟁에 결합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생계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길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긴 논의 끝에 조합원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에 지회는 공동체사업으로 카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16일에는 지회의 투쟁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성카센터’ 개업식을 갖는다.  

▲ 서울 쌍용차 구로정비사업소 주변에 문을 연 한성카센터.

‘한성카센터’는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마련했고 매 주 운영보고와 평가를 통해 공동으로 운영한다. 카센터에서 나는 수익금은 개인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후 투쟁에 결합하는 조합원들의 생활비, 교통비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생계문제로 투쟁을 그만두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 아직은 미약하지만 제2, 제3의 한성을 만들고 조합원들이 생계 고민하지 않고 투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김 지회장과 조합원들은 이번 공동체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성카센터’에 가면 쌍용차지부 정비지회 조합원들을 만날 수 있다. 오랜만에 현장에서처럼 차를 수리하는 조합원들을 말이다. 정리해고, 단체협약 해지, 비정규직 문제까지 정권과 자본의 악랄한 탄압에 맞서 꿋꿋하게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하지만 투쟁이 결코 쉽게 끝나지 않고 ‘장기투쟁’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장기화되는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진 정비지회 조합원들은 절실하게 우리의 연대를 기다린다. ‘한성카센터’를 찾아가 조합원들에게 소중한 연대의 마음을 전달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성카센터’를 찾아가 차를 맡겨 보시라. 알아볼 곳 02-854-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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