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 결성을 막기 위해 온갖 불법을 서슴지 않고, 기업 울타리를 벗어나 부품사까지 노조파괴를 일삼는다. 재벌 이윤을 위해 하청업체 노동자를 착취하고, 소상공인 먹을거리를 빼앗으며, 신입사원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한다.

노조와 재벌개혁 정책네트워크가 6월8일 노조 회의실에서 연 재벌개혁 2차 정책토론회 ‘재벌 횡포와 착취 현장을 폭로한다’는 노동자, 시민을 착취해 고도성장을 이룩한 재벌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 이동주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장, 김성훈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이마트노동조합 사무국장, 박성용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 홍종인 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 아산지회 전 지회장, 손원영 노조 인천지부 두산인프라코어지회장이 참석해 재벌 횡포와 착취를 폭로했다. 이들은 “재벌 문제를 해결 못 하면 노동자, 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신세계 이마트, 겉으로 윤리경영 안으로 노조 탄압

김성훈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이마트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이마트의 노조탄압 실태를 고발했다. 이마트는 기업문화팀 직원 여섯 명이 전수찬 이마트노동조합 위원장 집 근처에 방을 얻어 감시하는 등 이마트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해 전방위 사찰과 감시, 미행을 자행했다. 이마트노동조합을 설립하자 전수찬 위원장과 김만중 노조 회계감사를 해고하며 탄압 수위를 높였다.

▲ 노조와 재벌개혁 정책네트워크가 6월8일 노조 회의실에서 재벌개혁 2차 정책토론회 ‘재벌 횡포와 착취 현장을 폭로한다’를 열고 있다. 김경훈

법원이 최병렬 전 대표이사와 윤명규 전 인사담당 상무 등 다섯 명이 부당노동행위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회사는 이들을 징계하지 않고 이마트 상임고문, 신세계 계열사 대표이사, 점포 점장과 팀장으로 우대하고 있다.

김성훈 사무국장은 “회사는 취업규칙을 어기면서 이들에게 어떤 징계도 하지 않고, 심지어 재판 진행 중 승진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마트 취업규칙 35조는 “형사사건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징계 해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성훈 사무국장은 “윤리경영을 기업 이념으로 내걸고, 윤리경영대상도 수차례 받은 이마트의 이런 불법행위는 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에 어떤 윤리, 도덕적 책임도 지지 않는 재벌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마트는 2013년 1월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사회 논란이 일자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마트는 계속불성실한 교섭 태도로 단체교섭을 지연하고, 심지어 노조 조끼를 입고 매장을 방문하는 정당한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 특히 2015년 9월부터 노조 간부에게 경고장을 남발하고, 노조 탈퇴를 권유하는 등 이마트노동조합을 와해하기 위한 노조탄압 행위를 자행했다.

이마트노동조합은 회사의 끊임없는 탄압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두 명으로 시작한 이마트노동조합은 현재 전국 23개 지부, 노조 간부 100여 명 이상이 활동할 만큼 성장했다. 2016년 3월 민주롯데마트노동조합, 홈플러스노동조합과 함께 마트산업노동조합 준비위원회를 띄웠다.

올해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이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김성훈 사무국장은 “50만 마트노동자들이 함께 살고, 함께 웃는 세상을 위해 멈추지 않는 단결과 연대, 투쟁으로 기필코 승리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현대차, 부품사 노조파괴 노동자 죽음 몰아

홍종인 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 아산지회 전 지회장은 재벌이 자기 기업을 넘어 부품사 노조파괴를 획책한 사례를 폭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아래 현대차)은 유성기업에 기업노조 확대가입 추진을 지시하며 구체적인 조합원 가입 목표치를 제시하는 등 노조파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유성기업이 현대차 노무관리에 곤란함을 표시했을 정도다.

현대차가 유성기업지회 노조파괴에 개입한 정황은 노조파괴 초기부터 있었다. 직장폐쇄 첫 날 2011년 5월18일, 최동우 현대차 구매담당 이사 자동차에서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직장폐쇄 초기 문건을 발견했다. 홍종인 전 지회장은 “현대차가 유성기업의 공격적 직장폐쇄 시나리오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실행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 홍종인 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 아산지회 전 지회장이 6얼8일 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재벌개혁 2차 정책토론회 ‘재벌 횡포와 착취 현장을 폭로한다’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사 노조파괴를 폭로하고 있다. 김경훈

2016년 1월, 정황을 넘어선 확실한 증거가 드러났다. 최재현 현대차 구동부품개발실 이사대우는 2011년 9월20일 소속 직원들에게 ‘유성동향 일일보고(9월19일)’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9월20일 220명, 9월30일 250명, 10월10일 290명 목표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노조(기업노조) 가입 인원이 최근 1주일간 1명도 없는 이유가 뭔지 강하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최재현 이사대우는 또 “매주 1회 회사(유성기업), 창조(컨설팅)을 불러서 주간 실적 및 차주 계획,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토요일 아침에 보고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강규원 현대차 구동부품개발실 차장은 이 이메일을 최창범 유성기업 전무에게 전달하며 “이 사안으로 9월22일 유시영 사장(유성기업)님과 창조(컨설팅) 측을 모시고 회의하고자 하오니 참고하셔서 참석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현대차가 기업노조 확대하라는 자세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과 정기 회의를 진행했다.

최창범 유성기업 전무는 2011년 11월1일 심종두 창조컨설팅 전 대표에게 “우리 회사 노무현황에 대해 현대차의 무리한 요구로 영업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요구사항 중 핵심은 유성노조 신규가입자를 70~80% 선까지 확보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현대차는 유성기업 외에도 여러 부품사 노조파괴를 지시한 정황이 있다. 현대차는 2011년 12월12일 부품사 경영자들을 모아 부품사 노사관계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준비했다. 현대차는 회의 문건 ‘자동차 산업의 노사관계 현황과 전망 대회사’에서 “강경파 지부장 지회장 당선, 총선과 대선, 노동정책의 변화 등 영향으로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대책을 수립하고자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이 문건에서 “강경파가 당선됐다”고 지목한 만도, 보쉬전장에서 연달아 노조파괴가 벌어졌다. 만도는 2012년 창조컨설팅과 공모해 직장폐쇄와 용역 투입, 기업노조 설립 등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보쉬전장은 2012년 2월 성과급 관련 노사 갈등 국면에서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지회장을 해고했다. 이후 각종 회유와 임금 차별을 통해 민주노조를 파괴했다.

홍종인 전 지회장은 “현대차가 지시한 노조파괴 때문에 수많은 조합원이 고통받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지회 조합원 중 우울증 고위험군이 43.3%였다”며 “조합원들 정신건강이 나빠지는 가운데 한광호 열사 죽음 같은 비극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홍종인 전 지회장은 “재벌이 만든 원하청 관계 속에서 노조파괴가 벌어지지 않도록 여러 동지가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시민, 삼성전자 하도급 피해자

박성용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하도급 구조를 비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는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하청업체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의 최하층에 있다. 100여 개 하청업체는 1년마다 삼성전자서비스와 재계약한다. 해마다 5~10개 업체가 계약 해지된다. 계약해지를 피하려면 하청업체가 원청인 삼성전자 지시를 따라야 하는 구조다.

박성용 수석부지회장은 하도급 구조가 노동자를 위험을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가 안전장비 없이 15층 높이에서 작업하는 등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2014년 1월15일부터 두 달간 실시한 특별안전점검 실태조사에서 48개 센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21만2869건을 발견했다.

박성용 수석부지회장은 노동자들이 일상에서 감내해야 하는 감정노동도 하도급 구조의 폐해로 꼽았다. 한명숙,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 12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의뢰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업무환경과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4.8%(306명)가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 결과는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일반 국민의 자살 충동 경험 비율 16.4%(2009년)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72.7%가 '직장 내 문제'라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4.5%(40명)는 직접 자살을 시도했다.

박성용 수석부지회장은 “최종범 열사가 2013년 10월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 중 하나가 감정노동”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천안두정센터 이 모 사장은 2013년 7월 고객이 삼성전자에 고객 불만을 접수했다는 이유로 최종범 열사에게 욕설과 함께 “고객을 칼로 찔러서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 버리든지. 고객을 잡으려면 확실히 개같이 잡아버리라”는 폭언을 퍼부었다.

박성용 수석부지회장은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들도 하도급 구조의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성과관리 지표 중 ‘판정서 발행률’이 그 예다. 고객이 제품 구매 후 교환, 환불을 받으려면 수리기사가 쓴 판정서가 있어야 한다. 수리기사는 판정서를 쓰지 않아야 ‘판정서 발행률’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박성용 수석부지회장은 “소비자가 제품을 교환할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롯데, 지역경제 초토화

이동주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재벌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와 중소상공인의 피해 사례’를 증언했다. 재벌은 서비스업에 무분별하게 진출해 중소기업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5개 대기업집단의 2008~2011년 계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22개 집단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품목이나 사업조정 신청업종에 진출했다.

▲ 홍종인 전 지회장은 “현대차가 지시한 노조파괴 때문에 수많은 조합원이 고통받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지회 조합원 중 우울증 고위험군이 43.3%였다”며 “조합원들 정신건강이 나빠지는 가운데 한광호 열사 죽음 같은 비극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5월21일 서울 양재역에 모인 노동자, 시민들이 ‘현대차-유성기업 정몽구 유시영 처벌 한광호 열사 투쟁 승리 5.21 범국민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본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재벌은 중소기업 영역 잠식도 모자라 가맹점주와 하청업체를 상대로 불공정거래를 일삼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분을 운영하는 롯데 계열사 코리아세븐은 5년 강제계약, 기간 내 계약 철회 시 과다위약금 요구, 24시간 영업 강요 등 불공정거래를 자행했다. 롯데마트는 자사 직원이 아닌 판촉사원 채용부터 인사관리까지 직접 하면서 인건비만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매출이 좋은 매장에 철수를 강요하는 등 하청업체를 착취했다.

재벌의 무분별한 골목시장 진출과 불공정거래는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큰 손해를 끼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와 경기도 파주의 초대형 프리미엄 아울렛, 복합쇼핑몰 반경 10~15km 이내 소상인들의 평균매출 하락률이 46.5%에 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2016년 조사에서도 같은 지역 소상공인 76.7%가 매출 감소를 호소했다.

이동주 정책위원장은 “재벌이 2, 3차 하청업체 납품단가를 깎으면 그들은 다시 자기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나 비정규직 임금을 깎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재벌 문제 해결 없이 2, 3차 하청업체와 그곳에 납품하는 중소상인,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산, 사람이 미래라며 사람 잘라

손원영 노조 인천지부 두산인프라코어지회장은 ‘두산 재벌의 구조조정’을 발제했다. 두산이 2005년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한 후 아홉 개 사업부가 두 개 사업부로 크게 줄었다. 두산은 굴삭기와 엔진을 제외한 7개 사업부를 매각, 외주화했다. 손원영 지회장은 “두산은 대우종합기계를 1조 6,800억원에 인수한 뒤 2조 2,000억원 어치를 팔았다”며 “두산은 기업 팔아먹기 장사를 위해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했다”고 비판했다.

두산은 기업노조를 앞세워 외주화, 단체협약 개악, 임금동결 등을 밀어붙였다. 두산은 2011년 기업노조 설립 당시 두산인프라코어지회(아래 지회)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에 탈퇴하라’며 온갖 회유와 협박을 했다. 기업노조는 2012년 첫 교섭부터 무쟁의 선언을 하고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기업노조는 2013년 임금교섭에서 임금동결안에 직권 조인하고, 2014년 무분별한 기간제 확대와 외주화에 합의했다. 지회는 조합원 간담회 등을 통해 복수노조 상태에서 내부 단결을 꾀하고 있다.

두산은 2015년 희망퇴직 명목으로 구조조정을 네 차례 추진했다. 5,000여 명 가운데 1,800여 명이 퇴사했다. 12월 희망퇴직을 거부한 21명을 해고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이들을 송도·남동공단·안산 등에 분산해 단결을 막고, 휴대폰 수거 불응, 잦은 화장실 이용, 잡담, 자리 비움 등 트집을 잡아 경고장을 발부했다. 경고장 세 장 쌓이면 회사 출입을 막았다.

지회, 인천지부, 노조의 공동 대응으로 21명은 2016년 1월 현장에 돌아갔지만,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지회 유인물 배포 하루 전 회사에 통보하라고 요구하고, 집회 참석을 무단근무지이탈로 처리하며, 지회 방송차를 회사 밖으로 내보내라는 등 정당한 노조 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

손원영 지회장은 “민주노조 공격에 강력 대응하며 생존과 자존심을 지키는 싸움을 하고 있다. 21명 복귀를 쟁취한 것처럼 투쟁을 강고하게 벌이면서 교섭권 쟁취할 때까지 싸우겠다”며 “노조, 지부, 지역 동지들이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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