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한다. 2년 넘게 임금을 못 받았다. 이제 누구라도 참지 못할 상황이다.”

노조 대전충북지회 피엘에이지회 조합원들의 인내심이 폭발했다. 회사의 계속된 거짓말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참다못해 5월9일 서울 삼성동 피엘에이의 본사 사무실을 점거했다. 김국배 피엘에이지회장은 밀린 임금 청산을 요구하며 사무실을 점거하고 단식에 들어갔다.

김국배 지회장은 평소 신장이 좋지 않았다. 단식 아흐레 만에 급성신부전증과 부종증세가 나타나 조합원들이 김 지회장을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김국배 지회장은 서울 녹색병원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다.

“자기 회사의 직원은 물론 노동부, 주주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회사를 새로 인수한 대표에게 잠시 기대를 걸었지만 역시 전 사장과 마찬가지였다.”

 

지회장의 단식투쟁

김국배 지회장은 병상에 누워있지만 한시 빨리 자리를 털고 삼성동 농성장으로 달려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김 지회장은 피엘에이 본사 사무실을 점거한 이유에 대해 답답함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회사가 대전공장 운영 의지가 없다면서 체불임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속 시원하게 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5월23일 김국배 노조 대전충북지부 피엘에이지회장이 서울 녹색병원에 입원해 있다. 조합원들은 김국배 지회장이 단식으로 인한 신부전증과 부종 증상을 보이자 긴급하게 병원으로 옮겼다. 성민규

김 지회장은 “5월10일 대전노동청 실장과 3자 대면을 했을 때 대표가 대전공장 운영계획이 없다고 밝혔다”며 “체불임금을 정리하고 고용관계를 회사의 사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종료하니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따지자 대표는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회사는 그 자리에서 일단 5월13일 금요일까지 임금 30%를 지급하고 그 다음 주 중 체불임금을 정산하자고 이야기했다. 경찰과 노동부도 회사의 말을 믿자며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회사는 다음날 5월16일 월요일까지 밀린 임금 10%를 우선 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물론 이마저도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김국배 지회장은 “지금 피엘에이가 증권거래소 상장폐지 심사를 받고 있다. 회사는 상장폐지 심사를 넘기기 위해 임금을 5월안에 정리한다고 얘기했다”며 “거래정지만 풀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5월16일에 개선계획서를 제출한다고 했는데 거기에 우리 임금도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는 기업의 주식을 시장에서 상장폐지 하기 위해 기업의 개선계획서를 받은 후 20일안에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주식시장에 남길지 여부를 결정한다. 지회는 이 기간 동안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회사의 재무구조를 지적하며 상장폐지를 촉구할 계획이다.

김국배 지회장은 “회사는 상장폐지를 면하고 거래정지만 풀리면 한고비 넘긴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 조합원들은 매일매일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가만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회장은 “5월9일부터 삼성동 사무실 농성을 시작했는데 점점 투쟁수위를 올릴 것이다. 23일부터 조합원들이 대표이사가 살고 있다는 목동 아파트 단지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 김국배 지회장은 완전한 치료를 위해 대전으로 귀향해 휴식을 취하자는 권유를 뿌리쳤다. 농성장을 지키겠다고 화답했다. 조합원들이 사업주의 아파트 단지에서 체불임금 청산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지회 제공

김국배 지회장은 “아파트 단지에서 선전전을 벌이니 동네 주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어떤 주민은 그런 사람인줄 몰랐다고 말하면서 조합원을 응원하기도 했다”고 선전전의 효과를 소개했다.

 

체불임금은 공장매각과 별도로 우선 지급해야

 

지회 조합원들의 일터인 대전공장 처리 방향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피엘에이 현 사업주가 조합원들의 임금을 지불한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인 공장을 담보로 잡고 조합원들의 임금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이 닥쳐왔다. 피엘에이지회는 대전 문평동 공장에 8억원의 가압류를 걸었다. 회사는 지회 동의 없이 일방으로 대전공장을 처분할 수 없다.

김국배 지회장은 “신용보증기금을 비롯한 각 채권자들이 공장매각을 두고 지회와 접촉하고 있다. 지회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지만 일단 일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피엘에이는 상장 주식을 노리고 기업을 인수한 기업 사냥꾼에 의해 철저하게 망가졌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피엘에이의 주식만 필요했던 투기꾼들은 회사를 인수해 회사 주력사업 발전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주가부양을 위해 확실하지 않은 신사업의 청사진만 늘어놨다. 공장에서 일만하던 조합원들은 경영진의 투기놀음에 실직의 위기와 체불임금의 고통 속에 힘든 나날을 지내고 있다.

김국배 지회장은 “설사 공장을 매각한다 하더라도 44명의 조합원이 어디 가서 먹고 살아야할지 보장이 없다”며 “만약 공장을 매각하더라도 우리 조합원들 고용승계와 임금문제를 우선 해결하지 않으면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국배 지회장은 회사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번 상경은 이전 상경투쟁과 성격과 각오가 다르다며 체불임금이 조합원들의 통장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결코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김국배 지회장은 완전한 치료를 위해 대전으로 귀향해 휴식을 취하자는 권유를 뿌리쳤다. 농성장을 지키겠다고 화답했다.

김국배 지회장은 “대전공장에 사무장과 다른 동지들이 버티고 있다. 체불임금을 전액 해결할 때까지 우리는 한발자국도 서울본사를 떠날 수 없다”며 “오늘 의사선생에게 퇴원시켜달라고 졸랐는데 아직 허가가 나지 않았다. 빠른 시간 안에 퇴원해 농성장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싸워야한다”고 말하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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