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산공단은 조선기자재, 자동차 등 금속 사업장이 많은 부산지역 최대 공단이다. 약3만의 노동자 중 10%가 이주노동자이기도 하다. 지난 4월24일 이 공단 한복판 ‘희망공원’에서 ‘녹산노동자체육대회’가 열렸다.

필리핀, 미얀마, 네팔,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키르키즈스탄, 파키스탄, 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오전 시간은 네 개 코트에서 배구, 세팍타크로, 족구, 배드민턴을 동시 진행한다. 가장 격렬한 곳은 배구코트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매년 맞춰입던 유니폼을 입지 않은 탓인지, 네팔팀은 맨날 지각한다고 했는데 올해 제일먼저 경기 준비하고 있던 덕인지 4년째 우승한 캄보디아 배구팀이 올해 네팔노동자들에게 밀렸다.

▲ 녹산체육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세팍타크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세팍타크로는 태국이나 미얀마에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하는 대중적 경기다. 배구와 룰이 비슷하지만 손 대신 발로 공을 다룬다. 나무줄기를 얽어 만든 작고 가벼운 공을 사용한다. 공중부양에 회전까지 하며 발로 스파이크를 날리는 미얀마 친구들의 몸놀림에 감탄이 나온다.

족구는 역시 한구노동자들이 월등하다. 공이 없으면 우유곽으로도 경기를 벌이는 아저씨노동자들의 족구감각은 녹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늘 족구경기는 조금 시시한 느낌이 든다.

점심식사 후, 음향담당이 바빠진다. 필리핀 출신 공연노동자들이 수준급 노래를 선보인다. 손님을 위한 노래가 아니라 공연노동자로 공단노동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무대 아닌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 섰다.

▲ 녹산체육대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미얀마노동자 밴드 ‘그린선데이’가 무대에 섰다. 훈남 보컬이 없다. 긴급 투입한 보컬의 삑사리가 이어졌지만 미얀마 모던락에 맞춰 친구들의 떼창이 이어졌다. 축제의 흥이 더 오른다.

단체게임이 기획됐지만 홀린 듯 춤추는 이들 때문에 단체게임으로 넘어가기 힘들어질 때, 나무말타기 게임을 위해 거제도 대숲을 뒤져 묵직한 대나무 다섯 개를 공수해 온 사람이 벌떡 일어섰다. 결국 순서가 바뀌어 나무말타기, 줄다리기 등 국적을 초월한 공동체 경기로 넘어갔다. 홀려버린 모든 사람들이 목숨 걸고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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