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지회 3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노조파괴 중단과 한광호 열사에 죽음에 사죄하라며 파업을 벌이고 상경했다.

조합원들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대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본사 앞에서 면담요청서를 내밀었다. 조합원들의 면담요청에 현대차는 용역과 경찰을 앞세워 폭력으로 답했다.

▲ 5월18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농성하던 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이 경찰에게 허리를 밟혀 쓰러져있다. 김경훈

노조 대전충북지부 유성기업 영동지회와 충남지부 유성기업 아산지회 조합원들이 5월18일 한광호 열사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상경했다.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전날 일을 마친 후 총회를 거쳐 파업을 선포하고 상경했다. 유성기업지회는 17일 현대차그룹 본사 앞 집중투쟁을 선포하고 무기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 경찰과 현대자동차가 고용한 용역들이 5월18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양재동 본사로 행진 중인 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을 막고 있다. 김경훈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양재AT센터 앞에 집결해 인도를 통해 현대차본사 앞까지 이동할 예정이었다. 현대차가 고용한 용역과 경찰은 인도를 차단하고 차도 이동을 요구하며 대오를 현대차 본사 옆 염곡사거리에 가뒀다. 조합원들은 인도통행을 요구하며 염곡사거리에 연좌했다.

▲ 경찰이 5월18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노조 유성기업지회 대표자들을 막고 있다. 김경훈

조합원들이 용역과 경찰을 뚫고 현대차 본사 앞까지 이동해 전날부터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조합원들과 합류했다.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현대차 본사 정문에서 정몽구 회장 면담요청서 전달을 시도했다. 현대차는 경찰과 용역의 벽 뒤에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함재규 한광호 열사 투쟁대책위원회 위원장(노조 부위원장)이 5월18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앞에서 한광호 열사를 죽음으로 몰고간 현대자동차를 규탄하고 있다. 김경훈

함재규 노조 부위원장은 “자본과 정권이 한통속으로 똘똘 뭉쳤다. 우리는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며 “노조는 모든 창구를 다 열어놨다. 정몽구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공권력과 용역의 폭력으로 해결 못한다. 대화와 결단으로 풀 수 있다”고 현대차에 교섭을 강하게 요구했다.

조합원들은 현대자동차 상징석 앞에 한광호 열사의 분향소를 차리고 현대차그룹에 유성기업 노조파괴와 한광호 열사 죽음의 책임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 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5월18일 현대자동차 양재동 본사 입구에 한광호 열사 분향소를 세우고 절을 올리고 있다. 김경훈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일주일 전 영동공장 한 노동자가 자결시도를 하고 오늘 아침 51세 노동자가 가학 노무관리로 인한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다”며 “조합원들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하다. 유성노동자의 얘길 담은 항의서한 전달마저 경찰들이 막고 있다. 비통한 심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민 지회장은 “5년 동안 용역에 짓밟히고 해고당하고 경찰에 쫓기며 살아왔다. 여기서 죽나 현장에서 죽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더이상 죽지 않기 위해 반드시 이 투쟁 여기서 이기겠다”고 끝장투쟁의 결의를 밝혔다.

▲ 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5월18일 하나로마트 양재점 옆에서 조합원 등 27명을 연행한 경찰의 과잉집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경훈

조합원들의 분향과 조문이 시작되자 경찰은 조합원들을 현대차 분향소 앞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세 차례에 걸쳐 대오를 침탈해 윤영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을 포함해 27명의 조합원을 무차별 연행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한광호열사 죽음에 대한 현대차의 책임을 촉구하는 노동당 정당연설회 차량까지 견인하고 경찰버스를 동원해 대오를 고립시켰다.

경찰의 무차별 폭력으로 허리를 밟힌 조합원 한 명이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에 연행된 조합원 중 세 명은 연행도중 부상으로 병원에 후송됐다. 조합원들은 경찰에 의해 양재 하나로마트 옆 인도까지 밀려난 뒤 연행 조합원 전원 석방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 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5월18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김경훈

김성민 지회장은 “5년 전 5월18일 우리는 두려웠고 경험이 없었다. 이제 분노할 줄 알고 자본이 두렵지 않은 노동자들이 됐다”며 “저들의 맨 얼굴을 폭로하기 위해 더 강건하게 이 자리에 다시 모이고, 싸우고, 연행당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열사의 유족인 국석호 조합원과 함께 현대차 상징석 앞 분향소를 지키며 상경투쟁 이틀째 밤을 지샜다. 유성기업 조합원들이 경찰 폭력에 신음한 2016년 5월18일의 5년 전인 2011년 5월18일, 유성기업은 용역깡패를 동원해 불법으로 직장을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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