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1일 삼성중공업의 사내하청노동자가 예정된 부서 통폐합, 보직변동과 관련한 심한 스트레스로 목을 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거제통영고성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는 사람 자르는 구조조정에 의한 사회적 타살으로 규정하고, 목숨을 버린 노동자의 죽음의 진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5월13일 진행했다.조선소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가 시작되면서 우려하던 노동자의 죽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 조선산업은 세계 1위를 달리던 산업이었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은 여전히 세계 조선산업 빅3를 달리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 10위 조선소 명단은 모두 한국의 조선소가 차지했었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30%와 연간 수출 400억달러를 기록하는 한국 제조업 주력산업이자, 기간산업이다. 20만명의 노동자가 조선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런 주력산업이 어쩌다 조단위의 공적자금을 먹는 부실덩어리 좀비기업이 되었을까. 조선산업 위기의 실체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1차 원인이지만 이것만으로 조선산업의 추락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빅3 조선소의 경우 해양플랜트에서 터져 나온 대규모 손실과 회계 부실문제로 인한 적자는 명확하게 경영전략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주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무리한 저가 수주와 납기를 맞추기 위한 과도한 인원투입은 실패의 악순환을 불러왔다. 해양플랜트 부문의 경우 정규직 대 비정규직 비율은 1:9 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상선부문의 비율은 1:3 정도다.

▲ 사람자르기 식 구조조정은 조선산업을 살리지 못한다. 오히려 조선산업 경쟁력을 추락시켜 조선산업 진짜 위기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사진=신동준

이미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조선산업의 침체는 시작됐다. 이는 남해안 벨트를 형성하던 중소조선소들의 몰락과 퇴출이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그 결과 중소 조선소 대부분은 퇴출됐고, 소수 남은 중소조선소는 매각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지경인데 정부와 관련 정책입안자들은 대책 없이 손 놓고 있었다. 당시 중소조선소를 살려야 한다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해 정부와 주요 관련 당사자들은 외면하기 급급하였다. 결국 중소조선소에서 퇴출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빅3의 해양플랜트 부문의 하청노동자로 들어갔고. 대량실업의 문제가 은폐됐다.

또 하나 언급해야 할 원인이 있다. 경기침체가 중소조선소들의 몰락을 가중시켰지만 견실한 중소조선소를 위기에 빠뜨린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키코(KIKO)로 인한 환차손이었다.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키코로 인해 1조원의 피해를 입었고 이는 성동조선 부실의 직격탄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조선산업 대량 실업 사태’, ‘수주절벽’, ‘불 꺼진 거제’ 등 현란한 조선산업 관련 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급기야 4월26일 금융위는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어 조선산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인위적 합병을 하지 않고 채권단 혹은 주채권은행과 협의 하에 자구계획안을 실행한다.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는 통폐합, 매각 등을 통해 정리한다는 원칙하에 채권단과 합의한 경영정상화방안에 따른다’ 등이다. 앞으로 3~4개월 정도 진행할 공동 컨설팅 결과로 업계 재편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결국 정부는 ‘정부 주도의 빅딜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오는 8월 이후 조선산업의 재편이 가시화 될 것임을 쉽게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선산업의 재편에 노동자는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지속해야 한다는 봉창 두드리는 소리만 하고 있다.

한국조선산업의 재편은 채권단의 이름으로 ‘손쉽게’ 처리하면 곤란하다. ‘선제적 채권 관리’,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일방적 구조조정’은 당면한 조선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한국조선산업의 추락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산업은 숙련 기술인력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기의 해결책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최근의 조선․해운의 위기상황은 기업별 조건과 관점에서 극복하기 어렵다. 산업․업종별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한국조선산업은 대형, 중소형, 조선기자재 업체가 균형발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위기극복 방안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위기극복 선결과제가 있다. 조선업종을 고용위기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조선산업발전을 위한 정책 수립과 집행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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