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여파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 산업은 안으로 수입차 확대와 내수부진, 밖으로 전기차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조선산업은 전방 산업인 해운업 위기와 저조한 신규 수주로 대량해고 위협 우려를 낳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불황 시기에 재벌 총수 일가의 도덕적 해이가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사실.

 

먹튀 논란…위기를 부채질 하는 재벌 일가 도덕적 해이

최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한진해운. 전임 최은영 회장이 경영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언론의 지목을 받고 있다. 최은영 전 회장은 2003년 고인이 된 조수호 회장의 배우자로 조수호 회장 사망 후 한진해운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조카이기도 한 최 전 회장은 지주회사인 한진해운홀딩스(현 유수홀딩스)를 세워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시도했으나 매년 천문학적 규모의 영업 손실을 낸 끝에 2014년 한진해운 지분과 경영권을 다시 한진그룹으로 넘겼다.

해운업계에는 이 같은 경영위기 원인을 호황 시기 최 전 회장이 벌였던 용선료 협상에서 찾고 있다. 용선료란 해운사가 선주로부터 물품 운송에 사용할 배를 빌리는 가격이다. 한진해운은 해운업이 잘나가던 시기에 요즘 시세의 5배가 넘는 높은 가격으로 용선 계약을 맺었지만 불황이 오자 매년 1조원에 달하는 용선료가 목을 죄고 있다.

▲ 경기불황 여파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 산업은 안으로 수입차 확대와 내수부진, 밖으로 전기차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조선산업은 전방 산업인 해운업 위기와 저조한 신규 수주로 대량해고 위협 우려를 낳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불황 시기에 재벌 총수 일가의 도덕적 해이가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사실. 4월26일 현대기아차 그룹사 공동교섭위원들이 3차 공동교섭 요구 공문을 전달하기 위해 본사 앞으로 이동하다 현대자동차가 고용한 용역들에게 막혀 있다. 사진=신동준

결국 최은영 전 회장은 퇴임했다. 최 전 회장이 경영권을 쥐고 있던 마지막 2년 동안 한진해운이 낸 순손실은 1조8천억원을 훌쩍 넘었지만 이 기간 최 전 회장은 무려 97억원을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챙겼다. 회사가 적자를 메우려 빌린 돈에서 자신의 임금 1백억원 가까이 빼냈다.

게다가 최 전 회장은 경영권을 넘기기 직전 자신과 두 딸이 보유한 31억원에 달하는 회사 주식을 남김없이 팔아치웠다. 회사는 위기에 빠져 의식불명 상태인데 그룹 총수는 자산을 쏟아 붓지 못할망정 자기 몫부터 챙겨 나왔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인 먹튀’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 이유다.

한진해운을 돌려받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계열사 자금 등을 동원해 1조원가량을 쏟아 부었다. 한진해운 지분을 33.2% 보유한 대한항공은 부채비율이 치솟으며 동반 추락 우려를 낳고 있다. 상황이 이럼에도 한진그룹은는 엉뚱하게 ‘대한항공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며 쟁의행위 중인 대한항공조종사노조를 비난하고 귀족노조 타령을 하고 있다.

재벌 총수 일가의 도덕적 해이는 한진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량 몰아주기로 번 돈은 배당으로 탕진

삼우는 현대차그룹의 1차 하청 기업이다. 신용인 삼우 회장이 1997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사돈이 되고 나서부터 삼우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현대글로비스 등과 거래하며 2001년 177억원이던 매출이 2013년 9천63억까지 5,000% 이상 폭증한다.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현대차그룹 경영세습에 동원했다는 이른바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자금마련 덕이다.

삼우 대주주인 신용인 회장 일가는 이런 식으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나눠가졌다. 매년 배당 비율을 올린 삼우는 2014년에 당기순이익의 93.7%를 주주배당으로 탕진했다.

이 같은 밀월관계는 2014년 정몽구 회장과 신용인 회장의 사돈관계가 깨지면서 끝났다. 재벌가와 맺은 특수관계가 이혼으로 끝을 맺자 삼우로 몰리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거래가 줄면서 매년 늘던 매출이 급감했다. 2013년에 비해 2014년 삼우 매출은 25.2%나 감소했다.

 

경영진이 일으킨 위기, 노동자에게 떠넘겨

 

금호그룹 사례는 경영진이 일으킨 유동성 위기를 노동자에게 떠넘긴 경우다.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무리한 결과 2008년 경제위기가 오자 심각한 경영난을 맞았다. 금호그룹은 ‘돈 먹는 하마’ 꼴이 된 대우건설 재매각 등 유동성 위기 대응 과정에서 그룹 총수 박삼구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회장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 사이 계열분리까지 이어졌다.

재벌 일가가 경영권 싸움을 벌이는 동안 유동성 위기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로 번져 직원들 고통이 이어졌다. 특히 금호타이어에서 노동자들이 대대적인 임금삭감을 감수하는 등 지금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금호산업 경영진들은 유상증자한 주식 일부를 1년간 매매할 수 없는 우리사주로 돌려 직원들이 매입하도록 독려했지만 자사주 매입 직후 주가는 곤두박질 쳤고 총수 일가는 금호산업 지분을 대량 처분해버렸다.

재벌 총수 일가는 손해를 최소화해 빠져 나가고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가 보증 서 내준 대출금을 앉아서 까먹었다.

금호그룹 총수 일가는 현재도 추악한 내분을 벌이고 있다. 경영권을 서로 차지하려는 법정공방 벌이기는 물론이고 심지어 그룹 회장 비밀을 캐내려는 ‘스파이’ 사건 조사 와중에 금호그룹이 2012년 추석을 앞두고 고급 선물을 보낸 정․관계 고위인사 등의 명단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한겨레> 단독 보도로 알려진 이 명단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전․현직 청와대 고위 인사와 국회의원, 장관, 재벌 회장, 언론사 사주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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