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아래 현대차)의 현대기아차그룹사 공동교섭(아래 공동교섭) 거부가 위법한 부당노동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단체교섭권의 주체는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교섭방식 결정권은 노동조합에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노동학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아래 민변) 노동위원회,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가 5월11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대안적 산별교섭 모색을 위한 노사정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노조가 올해 처음 시도하는 그룹사 공동교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현대차가 공동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섭방식 결정권은 노동조합에 있다”

송영섭 민변 변호사는 현대차의 공동교섭 거부에 대해 “정당한 교섭거부 이유가 아니다”라며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아래 노조법) 81조 3호는 ‘노동조합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 산업노동학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가 5월11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대안적 산별교섭 모색을 위한 노사정 대토론회’를 열고 있다. 김경훈

현대차는 “공동교섭은 당사 교섭형태에 맞지 않을뿐더러 내용상 교섭대상이 될 수 없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공동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헌법은 단체교섭권을 포함한 노동 3권의 주체가 노동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송영섭 변호사는 “교섭방식 결정권은 단체교섭권을 보유하고 있는 자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단체교섭권을 행사할지 말지, 행사 방식은 전적으로 노동조합이 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0년 “사용자가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단체교섭 방식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문제는 교섭 자리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한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렸다.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룹교섭의 노동법상 쟁점과 과제’를 발제했다. 박제성 연구위원은 “그룹이 노동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노동법은 한 기업이 한 사업을 운영하는 상황을 상정해 사업과 기업을 같은 개념으로 해석했다.

자본은 현재 한국에서 외주, 용역, 하청 등 ‘사업의 파편화’와 프랜차이즈, 그룹, 재벌 등 ‘사업의 집중화’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경제 상황 변화를 염두에 두고 노동법 해석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제성 연구위원은 “‘근로조건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한다’는 노조법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사업 범위를 동태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노동법상 사업 개념을 확장해 여러 기업을 하나의 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 김상구 노조 위원장이 5월11일 '대안적 산별교섭 모색을 위한 노사정 대토론회'에서 “오늘 토론회가 산별노조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하고 있다. 김경훈

 

“재벌 체제 고려 노동법 해석해야”

프랑스는 확장된 사업 개념을 수용해 2004년 그룹교섭을 법으로 명문화했다. 프랑스 노동법은 주식 소유관계와 지배적 영향력 행사를 기준으로 그룹을 정의하고, 그룹교섭 주체와 범위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아래 공정거래법)의 사업자단체, 회사법의 연결재무제표 등 노동법 이외 법에서 확장된 사업 개념을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회사법의 연결재무재표는 둘 이상의 회사가 지배-종속 관계에 있는 경우 해당 회사들의 재무제표를 통합해 작성하는 제도를 말한다. 연결납세제도는 둘 이상의 내국법인을 하나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계산하는 단위로 해 법인세를 신고, 납부하는 방식이다.

특히 공정거래법의 ‘기업집단’ 개념이 확장된 사업 개념의 대표 사례다. 공정거래법은 기업집단을 “동일인이 사실상 그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제성 연구위원은 “이런 개념이나 제도들은 현대 사업구조나 경영실태 변화에 조응해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이런 법의 정신을 노동법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법에도 확장된 사업 개념을 수용한 사례가 일부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8조 3항은 “사업주가 임금차별을 목적으로 설립한 별개의 사업은 동일한 사업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6년 태광산업 판결에서 ‘경영상황이 하나의 기업으로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 두 법인을 하나의 사업으로 봐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관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박제성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는 재벌이라 불리는 기업집단과 하청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기업집단과 하청의 존재를 고려해 노동법을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구 노조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오늘 토론회가 산별노조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저희도 산별노조 발전을 위해 거리와 현장에서 열심히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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