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4월8일부터 이틀 동안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평화공원에서 현장문화패 수련회를 열었다.

이날 수련회에 경기, 경남, 구미, 기아자동차, 대전충북, 부산양산지부, 충남지부, 한국GM지부, 현대자동차 등 아홉 개 지부 현장문화패와 문화활동가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현장 문화일꾼들의 활동을 공유하고, 노동자문화운동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수련회를 마련했다.

▲ 4월8일-9일 노조 문화국이 개최한 현장문화패 수련회 참석 조합원들이 함께 모듬 북을 치고 있다. 영동=김경훈

수련회 참석자들은 1박 2일 동안 노동자문화에 대한 강의를 듣고, 매체별 모임을 진행해 새로운 노래와 몸짓, 풍물을 익혔다. 함께 모듬 북을 치면서 다른 문화패 동지들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만들고,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문화패, 구로동맹 파업 핵심 역할

현장문화패 수련회 첫 순서는 참가자 모두가 함께하는 모듬 북이었다. 다른 매체를 함께 배우는 시간을 마련하자는 지난해 현장문화패 수련회 의견을 반영해 준비한 순서였다. 백일자 노조 문화부장은 “현장문화패가 함께 다른 매체를 배우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노동자문화에 대한 경험을 넓히고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4월8일-9일 노조 문화국이 개최한 현장문화패 수련회 참가 조합원들이 문화패의 주된 활동과 문화패 활동의 의미, 현장문화패 활성화 방안 등을 조별로 토론하고 있다. 영동=김경훈

수련회 조합원들은 기아자동차지부 소하지회 풍물패 ‘맥’ 패원들에게 기본적인 풍물 가락을 배운 뒤 북과 장구, 징 등을 들고 모듬 북을 쳤다. 노래패, 몸짓패 패원들은 처음 배우는 풍물을 낯설어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으로 풍물을 익혔다. 조합원들은 “집회나 가두행진 때 풍물패 공연이 집회 대오에 기운을 준다고 느꼈는데, 직접 해보니 재미있다. 매력과 흥을 느낄 수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양규헌 <노동자역사 한내> 대표가 ‘민주노조와 노동자 문화패 활동’이란 주제로 강의했다. 양규헌 대표는 “민주노조운동이 처한 위기의 본질은 노동자문화의 침체”라고 강조했다. 양규헌 대표는 “과거 문화패가 운동의 이론가이자 조직가였고, 투쟁의 핵심이었다”며 1985년 구로동맹파업을 예로 들었다. 1985년 6월22일 경찰이 김준용 대우어패럴노동조합 위원장을 구속하자 대우어패럴노동조합, 효성물산노동조합, 가리봉전자노동조합, 선일섬유노동조합은 김준용 위원장이 석방될 때까지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양규헌 대표는 “파업의 원동력은 지역 문화 공동 활동을 통해 다진 동지애였다”고 강조했다.

▲ 양규헌 <노동자역사 한내> 대표가 4월8일 현장문화패 수련회에서 ‘민주노조와 노동자 문화패 활동’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영동=김경훈

현재 정부와 자본의 끊임없는 탄압으로 노동자문화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양규헌 대표는 “역대 정부는 노동자문화를 말살하려 시도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노동자문화를 철저하게 상업화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자본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다물단 교육, 한마음 교육 등으로 노동자 의식을 마비시키려는 공작을 벌였다. 양규헌 대표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는 문화패의 위기”라며 “문화패가 신자유주의의 반노동자성을 폭로하고 현장을 조직해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패 활성화 위해 함께 노력해야”

세 번째 순서로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금속노동자들이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플래시몹이었다. 수련회 참가자들은 ‘몸짓 선언’의 지도에 따라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에 맞춰 율동을 배우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노동자, 민중 운동을 말살하려는 세력을 뛰어넘는 상징의식을 거행했다.

▲ 4월8일-9일 노조 문화국이 개최한 현장문화패 수련회 참가 조합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영동=김경훈

현장문화패들은 문화패의 주된 활동과 문화패 활동의 어려운 점, 문화패 활동의 의미, 현장문화패 활성화 방안 등을 조별로 토론했다. 수련회 조합원들은 문화패 활동의 어려운 점으로 연습시간 부족, 조합원들의 참여 부족, 근무에 빠져 생기는 금전손실 등을 꼽았다. 현장문화패 활성화 방안으로 역량 강화, 문화국 위상 재정립, 조합원과 소통 강화, 새로운 문화 프로그램 개발 등을 제시했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연대활동과 소모임 활성화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첫날 마지막 시간, 매체별 모임을 진행했다. 몸짓패는 금속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금속노조가’ 창작 율동을 배웠다. 가사 의미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부분적으로 직접 창작을 했다. 풍물패는 2016년 풍물패 활동 방향을 토론하며, 각 지역 문선활동을 위해 밤새도록 가락을 맞췄다. 노래패는 2016년 생활임금투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이 돈으로 살아봐’를 함께 배우고, 노래패 활성화를 위한 사업 제안 등을 토론했다.

 

“노동자문화, 우리가 즐겁게 만들자”

수련회를 마치며 문화패는 각자 평가를 공유했다. 참가자들은 1박 2일 일정이 빠듯했지만, 수련회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패 활동 새내기인 최선재 경남지부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몸짓패 ‘고칼로리’ 패장은 “1박2일 동안 굉장히 즐겁고 재미있었다. 많은 걸 배웠다”고 밝혔다.

▲ 4월8일-9일 현장문화패 수련회 참가 조합원들이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영동=김경훈

수련회 참여 조합원들은 “현장문화패의 의미를 새삼 깨달았고, 문화패 활동으로 쟁취할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가 많다는 사실에 깊이 감명받았다”, “현장에서 열심히 투쟁할 수 있는힘을 주는 수련회였다”, “현장문화패 수련회를 자주 해 패별로 소통 시간을 더 만들고 싶다” 등의 평가를 말했다.

수련회를 준비한 백일자 노조 문화부장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투쟁에 금속노조의 역할이 크다면, 금속노조를 튼튼히 만드는 힘은 노동자 문화이다. 어려운 조건에서 노동자 문화를 지키는 동지들 활동에 힘을 주는 문화국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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