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구조조정에 시달리며 오랜 시간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 노조(위원장 박유기) 산하에는 특히 외국투기자본 소속 노동자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곳이 꽤 된다. 청산, 자본철수, 노조파괴 등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여론화하기 위한 노조 차원의 투쟁이 본격 모색되고 있다.

노조는 19일 외국투기자본에 시달리는 사업장지회(분회, 현장위원회) 대표자들을 모아 특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노조는 12월 중순 경 2박3일 특별한 기획투쟁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이정희 노조 정책국장은 “노동부(청) 등을 통한 문제해결이 이명박 정권의 성격상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우리가 직접 사회여론화하는 방식을 따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제안된 내용의 취지를 설명했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일방적으로 희생당한 노동자들의 처지를 원상회복시켜 달라는 여론몰이도 병행하자는 취지도 덧붙였다.

▲ 11월19일 열린 조합 외국투기자본 사업장 구조조정 대책회의.

12월 9일부터 2박3일 기획투쟁 모색

현재 모색되고 있는 기획투쟁 일정은 다음달 9일부터 2박3일간이다. 사흘간 △외국투기자본 사업장 특별근로감독 실시 △각 지자체 및 정부에 외국자본 특혜성 지원 중단 촉구 △인력청산 중심의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로 하여 여론몰이 성격의 투쟁을 벌이자는 것.

노조의 이 국장은 “기획투쟁을 하게 되면 예상컨대 10여 곳 사업장의 투쟁하는 조합원이 결합 가능하다”고 말했다. 2박3일간 ‘풀코스’로 1백50명 수준이 펼치는 투쟁인 셈. 이 사업을 통해 다양한 현장상황을 상호 공유하면서 투쟁사업장 처지를 알려 사회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자는 계획이라는 것이 이 국장의 설명이다.

이 날 회의에 모인 각 투쟁사업장 대표들도 사업 추진의 취지에 대부분 공감했다. 송태섭 파카한일유합 분회장은 “여타 투쟁하는 곳에 긍정적 효과를 내기 위해 실질적인 여론화 방식을 더 고민해달라”고 추가 주문하기도 했다. 경기의 포레시아지회 송기웅 지회장도 “투쟁사업장 대표자들이 청와대 앞으로 몰려가 이슈파이팅도 하고 각 대사관 앞 이슈화 투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전남의 김병조 부지부장은 “캐리어에어콘은 이미 정리해고가 단행되어 그에 응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고자 하는 47명 중 절반 수준은 투쟁에 결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양산 정관지역지회 SPX현장위원회 정응호 대표도 “전체 조합원이 투쟁에 결합할 수 있다”며 결의를 밝혔다.

외국투기자본 산하 지회 정례모임 주문도

하지만 사흘짜리 1회성 투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줄을 이었다. 경기지부의 박동진 조직2부장은 “순회투쟁 뒤의 후속기획도 고민해야 한다”며 “내년 3월 이전까지의 큰틀의 계획들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의 동서공업 정리해고투쟁위원회 황영수 대표도 “1회성에 그치는 기획보다는 앞으로도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도움이 되는 노조의 지원능력을 갖추는 게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후 외국투기자본 소속 투쟁사업장 정례간담회(회의)가 상시적으로 가동되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광주전남의 보워터코리아 정태욱 지회장도 “이 모임을 정례화하여 노조 차원의 장기적이고 상시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외국투기자본에 대응하는 노조 차원의 지원 수준 강화가 절실하다는 주문도 있었다. 충남의 발레오공조코리아 이택호 지회장은 “외국자본에 노조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며 “외국자본의 탄압은 일반적인 생산현장의 모습과 달리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보워터코리아 정 지회장도 “외국자본에 대응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자주 나누어져야 각 현장마다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부산양산의 SPX 정 대표는 조합 차원에서 현지 본사를 압박하기 위한 국제연대 체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카한일유압 송 분회장도 “외국자본 산하의 노동자들은 정보에 목말라한다”며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이 자료를 달라고 해도 영업비밀이라며 내어놓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노조가 나라를 넘나들며 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날 회의는 파카한일유압, 동우화인켐비정규직, 보워터코리아, SPX, 동서공업정해투, 포레시아, 발레오공조코리아 등에서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을 대표해 20여명이 모였다. 다음달 펼치기로 추진되고 있는 기획투쟁이 외국투기자본에 시달리는 조합원들을 위한 노조 차원의 대응력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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