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동자가 다시 한 번 진보정치 조직화 과정에서 저력을 증명했다.

진보 1번지라 불리는 영남권에 거주하는 노조 조합원들은 4월13일 치른 20대 총선에서 울산 북구와 동구, 창원 성산 등 민주노총 전략지역구에 출마한 후보 세 명 전원을 당선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울산 북구 윤종오(현대자동차지부, 전 울산 북구청장)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를 맞아 61.49%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됐다.

▲ 울산 북구에 출마한 무소속 윤종오 후보가 4월13일 밤 당선이 확실해지자 환호하고 있다. 선거운동본부 제공

진보 또는 야권후보가 한 번도 당선하지 못한 울산 동구에 출마한 김종훈 후보(전 울산 동구청장)는 58.88%를 득표해 새누리당, 국민의당 등 세 명의 보수 후보 모두를 여유 있게 물리쳤다.

창원 성산에서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는 51.5%를 얻어 당선해 국회에 재입성했다.

보수 일색이었던 경주에서 아쉽게 용산참사의 주범인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당선됐지만 금속노조의 전폭 지원을 받은 권영국 민주노총 전략지역구 후보가 예상을 뛰어넘어 15.9% 지지를 얻어 경주 노동자 정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후보들은 모두 금속노조 차원의 지원과 조합원, 간부들의 일상 선거운동 결합 등 집중지원을 받아 선거운동에 나섰다. 앞서 금속노조는 민주노총 방침에 따라 전략후보 선거운동 지원을 결정하고 ‘정치실천단’을 조직해 2주에 걸쳐 전국을 순회하며 실천활동을 벌였다.

▲ 울산 동구에 출마한 무소속 김종훈 후보가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 등과 당선 환호를 하고 있다. 민중의 소리 제공

노조는 선거운동 기간 중 주말이었던 4월 2일과 3일, 9일과 10일 각각 창원과 경주, 울산 동구와 북구에서 ‘노동개악저지 재벌개혁 제조산업강화 2016년 총선 승리’를 걸고 집중적인 홍보와 지원활동을 펼쳐 금속노동자의 단일한 투표를 조직했다.

노조 정치실천단 실무책임자인 김유철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조합원 총단결로 전략후보 여섯 명 중 세 명을 당선시켰다. 노동자와 민주노총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정의당 등 네 개 정당을 지지정당으로 선정했으나 정의당이 7.23% 정당지지율로 비례후보 네 명 당선시킨 이외에 노동당 0.38, 녹색당 0.76, 민중연합당 0.61% 등은 안타까운 성적을 거뒀다.

민주노총 전략지역구 후보로 출마한 부산 진구을 김재하 후보와 대구 달성 조정훈(대구지부 상신브레이크지회) 후보는 각각 5.15%와 5.76%를 얻었다. 대전 동구 이대식 후보는 야당 단일화에 합의해 출마하지 않았다.

▲ 창원 성산에서 당선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4월13일 저녁 선거사무소에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와 환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김유철 실장은 “진보진영이 네 개 정당으로 나뉘어 집중력이 부족해 더 얻을 수 있는 정당지지율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고 본다”며 “조합원의 뜻을 받아 진보정치가 제 역할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20대 총선거 결과 새누리당 과반 의석이 무너졌다. 새누리당 압승이라는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 국민의당이 38석, 정의당이 6석 등을 차지하면서 박근혜 정권에 등 돌린 민심을 확인했다.

새누리당이 절대 유리한 일여다야 구도였음에도 국회 다수당 지위를 잃음에 따라 국회에 노동법 개악을 주문하며 선거개입 논란까지 불사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급속한 권력누수 현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밀어붙이던 노동법 개악도 힘을 잃을 전망이다.

노조가 노동개악 저지투쟁과 현대기아차그룹사 공동교섭, 중앙교섭 등 임단협, 대정부 투쟁을 본 궤도에 올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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