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박근혜 정부와 자본은 경제를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실로 임금피크제와 노동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1998년 2월 IMF체제 속에서 김대중 정부와 자본이 정리해고법과 파견법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시켰던 때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김대중 정부와 자본은 “30%만 정리하면 70%가 살 수 있는데, 무조건 30%를 해고하지 못하게 막았다가 결국 100% 실업자를 만들면 되겠냐”고 주장하며 정리해고법과 파견법을 강행했다.

1997년 12월 IMF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 대우그룹은 노동자 임금 동결 등을 골자로 한 경제난 타개 방안을 발표했다. 노동자 임금을 삭감, 체불하고 인원정리하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대우그룹은 일방적으로 연말 성과금과 상여금을 체불했다. 회사는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쌍용자동차, 한국전기초자, 호텔 등을 인수하며 몸집 불리기에만 열을 올렸다.

▲ 경안 양산 솥발산 최대림 열사 묘역.

회사 노무관리와 현장통제는 1980년대를 방불케 할 만큼 극심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김대중 정부와 자본은 경제 파탄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정리해고제와 파견 허용을 담은 노동개악 법안을 강행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노동조합은 파업으로 맞불을 놓았지만 회사는 노무관리라인을 총동원해 파업지침을 방해하기에 이르렀다. “너는 정리해고 1순위”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퍼지기 시작하며 공포심이 스며들었다. 정리해고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는 노동자 심리를 이용해 회사는 현장을 통제하고 노동력을 착취했다.

최대림 열사는 이런 현장 분위기에서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에 동참하자. 전국 수백만 근로자가 하나 돼 민주노총 지침을 따를 때 정리해고, 근로자파견법을 저지할 수 있다”는 유서를 남기고 건조 중이던 배 갑판에서 분신, 투신해 운명을 달리했다.

입사 후 13년간 묵묵히 일만 해왔던 최대림 열사는 현장 분열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노동자 총단결을 위해 산화해 간 것이다.

그러나 열사는 편히 눈을 감지 못했다. 회사가 열사 정신을 왜곡하며 장례까지 방해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열사 희생에도 불구하고 정권과 자본은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2016년 2월 13일 최대림 열사 18주기 추모제. 열사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렸다. ‘노동자들이여 총단결하라’는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노동악법 철폐를 위해 투쟁하자.

 

다시 서는 노동자

 

나라가 부도가 나고 경제가 위기라

그동안 부푼 거품을 빼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임금동결, 단협파기, 임금체불, 정리해고, 근로자파견...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망이를 제멋대로 휘두르며

나라를 위해, 회사를 위해 참고 또 참고

오로지 묵묵히 쥐 죽은 듯 일만 할 것을 강요한다.

세금 내라면 세금 꼬박꼬박 내고

일하라면 죽을 똥 살 똥 일만했는데

정리해고, 근로자파견 도입이 합법화 되지 않고

노동자가 무리하게 임금인상을 하고 과소비를 부추겨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라며

죄인 취급에 희생양으로 내몰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도대체 지금의 경제위기가 누구 때문에 왔는데

책임은 죄 없는 노동자만 져야 하는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도 물러설 곳도 없다.

우리의 선택은

정든 일터에서 잘리지 않고 생존권의 밥통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과 굴종의 숨 막힘을 뚫고 분연히 떨쳐 일어나

결사저지의 확연한 투쟁을 가슴에 새기며

이렇게 일어선다.

우리는 그대를 몰랐으나 살을 태운 그대 분노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그대를 보내서는 안 되는데

정녕 이대로는 이대로는 원한이 사무쳐

당신을 보낼 수 없는데

힘이 없는 우린 당신의 그 큰 뜻을

속으로만 삭힌 채

빗물 속에 설움을 씻고

아화넘차 어화넘차 고갯길로 당신을 보냅니다.

열사여!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당신을 보내지만

우리의 가슴 속에 당신의 피 맺힌 절규를

결코 지우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은 인간일 때만이 가장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그 말

전 노동자의 가슴 속에 묻고

살벌하게 인간성을 허물어 가는 노동통제에 맞서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창조하는 희망의 세상

뜨거운 동지애로 서로를 사랑하는 살맛나는 세상

노동자 새 세상을 위해

다시 일어나 전진하는 노동자가 있나니

열사여

우리는 기필코 단결 투쟁 승리하리니

열사여

하늘 높이 어머니의 품에서 우리를 지켜주소서

 

1998년 2월25일 고 최대림 노동열사 전국노동자장에서 낭독한 조시

유동삼 당시 대우조선노동조합 산업안전부장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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