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의 가학적 노무관리와 징계 위협 등 노조파괴, 노동부의 직무유기, 검찰의 자본 편향수사, 이 모든 배후의 현대자동차 지배개입이 유성기업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한광호 유성기업 영동지회 조합원이 3월17일 아침 숨진 채 발견됐다. 친한 동료 조합원에게 전화해 “미안하다, 사랑한다. 집에 못 갈 것 같다”는 말을 남긴지 일곱 시간 만이다. 한광호 조합원은 자신이 태어나 자란 영동군 양강면 청남리 인근 공원에서 목을 맨 상태였다. 당시 투병 중인 어머니는 홀로 집에 있었다.

노조와 유성기업 영동지회, 유성기업 아산지회, 대전충북지부와 충남지부는 한광호 열사가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후유증 얻은 심리 고통으로 인해 숨졌다고 판단해 열사로 모시기로 결정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를 잃은 유성기업 영동지회 조합원들은 빈소인 영동병원 장례식장으로 모여들었다.

 

조합원 한 명에게 40-50건 고소고발

이정훈 전 지회장은 “예고된 죽음이었다. 아산과 영동공장 조합원 모두 심리적으로 위험한 상태다”라고 진단했다. 이정훈 전 지회장은 “유성기업은 조합원들 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노조파괴에 열중하고 있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유성기업이 벌이는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은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도성대 유성기업 아산지회 부지회장은 “회사는 지회 간부나 조합원 한 명에게 40-50건의 고소고발을 건다”며 “검찰이 한 조합원의 폭행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면 모욕 건으로 다시 거는 등 죄목만 바꿔 다시 고발 한다”고 폭로했다. 끊임없는 경찰, 검찰조사로 조합원들은 정신이 피폐해 질 수밖에 없다.

▲ 3월17일 유성기업 영동지회 조합원들이 영동병원 장례식장 202호에 한광호 열사의 빈소를 마련하고 문상을 받고있다. 영동=성민규

윤영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회사 고발로 유죄판결을 받고 벌금을 선고받은 조합원들이 많다. 벌금이 쌓이면 막대한 액수가 되고 여기에 법률비용까지 겹치면서 조합원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고 토로했다.

유성기업 영동지회 한 조합원은 “광호가 대의원을 해서 유성기업의 탄압을 더 심하게 받았다. 지나가다 관리자 어깨에 스치듯 부딪혀도 폭행이라고 우기고, 사소한 실수를 꼬투리 잡아 징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광호 열사는 노조 7기 2년차에서 8기 1년차까지 대의원으로 활약했다. 이 과정에서 ‘2개월 이상 출근정지’ 등 고강도 징계를 두 번이나 받았다.

 

노조파괴 정점에 대의원 활약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한광호 열사가 대의원을 역임한 때는 유성기업의 노조파괴가 정점에 달했을 때다. 노조파괴에 나선 회사와 싸우면서 한광호 열사가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며 “제대로 된 치료를 위해 휴직하고 요양해야 하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유성기업 영동지회 한 조합원은 “노조파괴 이후 공장 문만 들어서도 가슴이 떨린다. 회사의 탄압이 현재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항상 신경이 곤두 선 상태로 출근해 일해야 한다”라며 “광호는 귀가하면 홀로 외로워 했다.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출근을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유성기업 두 지회는 매년 조합원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조사결과 조합원 43.3%가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한광호 열사도 2014년 조합원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우울증이 드러났다.

이정훈 전 영동지회장은 “유성기업 영동지회 8기 집행부에서 두 차례 심리검사를 거쳐 20명의 고위험자를 알아냈다”며 “지회 집행부만 알고 지회 간부들이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유성기업 두 지회 조합원들은 지금 상황이 이어지면 희생도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을 통한 재발방지와 조합원들에 대한 조속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동부 감독, 검찰 수사만 제대로 했어도...

이미 유성기업지회 네 명의 조합원이 정신질환으로 산재 신청해 승인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승인 과정에서 노조파괴로 인한 스트레스를 산재승인 중심 이유로 인정했다. 지회는 열사투쟁 대책위를 통해 ‘조합원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주요한 요구 중 하나로 제기했다.

지회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노조탄압을 방관한 노동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회는 노동부가 유성기업에 대해 즉시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회는 명백한 범죄를 저지른 유시영 등 유성기업 사업주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반복하는 검찰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노조탄압 정황이 드러났지만 2년간 수사를 미루다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를 강하게 처벌했다면 노동자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지회 조합원들은 유성기업의 입체적인 노조탄압의 배후를 추궁하고 재발방지를 못박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창조컨설팅 수사 중 발견한 현대차의 노조파괴 개입문건을 보면 유성기업 노조파괴와 조합원 탄압이 유성기업 개별자본의 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유시영 대표가 이번 사태의 1차 책임자지만 노조파괴 배후로 드러난 현대자동차에 대한 규탄과 투쟁도 함께 벌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광호 열사 상황 및 경과

■  한광호 열사 약력

1974년 8월 27일 충청북도 영동군 양강면 청남리 출생
1995년 12월 10일 유성기업 영동공장 입사
1999년 ~ 2000년 대의원
2012년 10월 ~ 2013년 9월 대의원
2013년 10월 ~ 2014년 9월 대의원
2016년 3월17일 06시40분경 발견


■ 탄압 경위
2011년 5월 18일 ~ 2011년 8월 31일 유성기업 직장폐쇄에 맞서 투쟁.
2011년 10월 ~ 11월 현장 복귀 후 견책 징계.
2013년 11월14일 사측 교섭해태, 임금탄압, 차별 등 노조파괴 항의 투쟁으로 출근정지 2개월 징계.
2013년 12월 27일 삼보일배 현장순회 쟁의행위 중 사측 관리자들로부터 폭행.
2014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고위험군으로 판정, 전문 상담사 상담치료.
2015년부터 정신건강 악화, 출근 어려움 발생.
2016년 3월10일 야간근무 중 근태관련 징계위 개최 전 사실조사 출석요구서 받음.
2016년 3월15일 동료 조합원에게 미안하다는 연락을 함.
2016년 3월16일부터 연락 두절.
2016년 3월 17일 06시40분경 자결한 열사를 지나가던 시민이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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