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우는 우리
“무슨 일 있어도 공장 지킨다”[싸우는 우리 03] 상습 임금체불, 공장매각 맞서 싸우는 피엘에이지회
성민규 편집부장  |  edit@ilabor.org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03.2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3년 동안 임금체불과 정리해고가 끊이지 않았다. 삶의 터전인 대전공장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공장을 지키겠다.” 노조 대전충북지부 피엘에이지회 조합원들이 단전으로 전등조차 켤 수 없는 캄캄한 현장에서 공장사수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매각으로 사업주가 바뀌었지만 조합원들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임금체불액이 갈수록 늘고 공장 매각 우려까지 겹쳐 생존권을 걸고 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전력은 지난 2월 중순 피엘에이가 전기료 1억5천만원을 미납했다며 피엘에이 대전공장의 전기를 끊었다. 불량 LCD가 새 LCD로 탈바꿈하던 작업장은 칠흑 같이 어두웠다. 김국배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대전검찰청과 대전지방노동청 앞에서 매일 임금체불 사업주의 처벌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국배 지회장은 “새 대표이사가 인수 당시 LCD리웍(재생) 사업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다. 반드시 대전공장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임금체불은 물론 전기료 체납으로 공장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회사가 조합원들을 우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국배 노조 대전충북지부 피엘에이지회장이 공장벽에 걸린 현수막을 소개하고 있다. 대전충북지부 소속 각 지회들이 피엘에이지회 투쟁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공장벽에 걸었다. 대전=성민규

회사의 전 사업주도 조합원들을 속이긴 마찬가지였다. 회사는 몇 번이나 말을 바꾸고 약속을 파기했다. 회사는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 대전고용노동청장과 만나 체불임금 청산 확약서를 작성했지만 주지 않았다. 노동청장이 다시 회사를 불렀고 두 번째 확약서를 썼다. 회사는 그 약속마저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임금체불은 명백한 범죄행위

피엘에이는 지난해 4월부터 조합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 4월부터 6월까지 세달 동안 임금 50%만 지급했다. 7월부터 전혀 주지 않고 있다. 상여금, 여름휴가비, 추석 귀향비도 없었다. 지회는 회사가 임금을 지불하지 않자 회사 매출 거래통장 두 개에 가압류를 거는 등 법적대응을 거쳐 임금 일부를 받아냈다.

전 사업주는 유상증자를 실시해 120억원이 들어오면 체불임금을 청산하겠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피엘에이는 유상증자에 성공한 뒤 11월27일 대전공장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사업목적을 추가하고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임금은 없었다.

김국배 지회장은 “유상증자로 120억원이 들어왔지만 회사는 한 달 동안 묶여 쓸 수 없는 돈이라고 또 말을 바꿨다. 이 돈은 신사업에만 쓰도록 용도가 정해져 임금으로 쓸 수 없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새 대표이사가 지난해 말 조합원 간담회에서 임금을 지불한다고 했지만 세 달이 넘도록 소식이 없다.

피엘에이지회 조합원들은 한 명당 2천만 원씩 임금이 밀려있다. 조합원들은 임금체불이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이은 구조조정과 임금체불로 조합원들은 하나 둘 떠났다. 120명이던 조합원이가 44명으로 줄었다.

   
▲ 피엘에이 대전공장 출입문에 지회 조합원들이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자보를 붙였다. 출입문 뒤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캄캄한 공장내부가 보이고 있다. 대전=성민규

문제는 피엘에이의 새 대표이사가 피엘에이의 유일한 수익사업인 LCD 재생사업에 큰 관심없다는 사실이다. 김국배 지회장은 “새 대표이사는 LPG유통과 관련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자원개발을 내건 전 사업주 투기자본과 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대전공장 운영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물 밑에서 공장매각 진행하나

김국배 지회장은 “회사는 삼성LCD의 물량을 전부 가져와도 60억원 정도 밖에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LCD재생 사업이 사양산업이라고 주장한다”며 “회사에 대전공장 지속 여부에 대해 물어보니 지난해와 상황이 달라졌다는 답변만 내놨다”고 답답해했다.

김 지회장은 “회사가 강조하는 신사업을 통한 수익창출도 좋지만 일단 하던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며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는 게 상식적인 경영이라고 생각한다”며 “조합원들은 회사가 임금체불을 해결하고 일거리만 들여오길 기다리고 있다. 회사와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2월 들어 전기요금 체납으로 공장 전기가 끊기고, 공장매각을 요구하는 은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업은행이 회사의 채무연장을 거부하며 대출상환을 재촉했다. 공장을 경매로 넘기면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매매로 채무를 해결하자는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했다.

김국배 지회장은 “회사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며 부인하지만, 은행에 물어보니 회사와 은행사이에 의견을 교환한 눈치였다”며 “3월 초 은행 관계자를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피엘에이지회는 임금체불 청산 투쟁과 함께 공장매각 저지 투쟁을 병행할 예정이다. 44명의 조합원들이 조를 짜서 공장에서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다. 농성조에 속하지 않은 조합원들도 평소처럼 출근과 퇴근하며 낮 시간 동안 공장을 함께 지키고 있다. 지회는 회사가 공장매각을 진행하기 위한 실사 등 절차를 강행하면 실력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국배 지회장은 “대전공장의 현재 부동산 가치가 100억원 정도 라고 들었다. 도로접근성이 좋고 위치가 좋다는 평가다”라며 “회사는 공장이 돈으로 거래하는 자산으로 보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생존이 달린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한다”고 경고했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금속노동자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가정발송신청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서울시 중구 정동 22-2 경향신문 별관 6층 금속노조 | TEL : 02)2670-9507 | Fax : 02)2679-3714
발행처 : 전국금속노동조합 | 발행인 : 김상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상구
대표이메일 : edit@ilabor.org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금속노동자 iLabor가 생산한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2.0 : 영리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