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진짜 위기는 안보 위기가 아니라 경제위기입니다. 왜곡된 경제구조 속에서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하고, 아무리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 하는 게 진짜 위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안보위기는 경제위기를 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위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전면 폐쇄하고, 사드(THAAD, 종말고고도지역방어) 배치를 추진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김진향 카이스트 교수는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의도적으로 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행정관,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 등을 지낸 김진향 교수는 박근혜 정부 대북 외교정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개성공단, 1 넣으면 30 얻는 투자”

김진향 교수는 개성공단 전면 폐쇄를 “북한에 대한 무지가 낳은 정책 실패”라고 규정했다. 북한은 처음부터 개성공단을 경제적 이유로 만든 게 아니라 남북 평화경제의 상징물로 건설했다는 설명이다. “2003년 개성공단을 만들고 기본임금 협상할 때 한국 정부가 북한 노동자 임금으로 200달러 정도를 제시했어요.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서서 50불로 하자고 했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 부지로 100만 평을 내놓으면서도 토지보상비를 안 받았어요. 북한은 개성공단을 돈으로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 개성공단은 남북 사이 긴장 고조를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 개성공단에서 남북한 노동자들이 상시로 일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군사작전을 펼 수 없었다. 개성공단이 사라진 지금 완충장치가 없어진 셈이다. 김진향 교수는 “마주 달리는 폭주기관차 두 대가 어떤 제동장치도 없이 충돌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경훈

문제는 그릇된 북한 인식에 기초한 개성공단 전면 폐쇄가 남한에 미치는 피해다. 김진향 교수는 개성공단을 “1을 넣으면 30을 얻는 투자”라고 표현했다. 1년 동안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돈이 2014년 기준으로 1억 달러가 안 되는데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최소한 30억 달러 이상이라는 주장이다.

김진향 교수는 “30억 달러도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에서 1년 동안 벌어들이는 돈이 5억 달러라고 주장하지만, 5억 달러는 임가공 단가일 뿐 임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부가가치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와이셔츠 한 장 임가공 단가가 1,500원 내외인데 백화점에서 와이셔츠를 사면 몇 만원 합니다. 15,000원이라 쳐도 임가공 단가의 10배, 50억 달러입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30억 달러 이상 버는 거죠.”

 

“사드, 한 번도 검증된 적 없다”

김진향 교수는 “개성공단은 군사기지를 평화 경제 기지로 바꾼 곳”이라며 “개성공단 폐쇄는 군사적으로도 큰 손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부지에 원래 북한 2군단 산하 기갑사단 하나, 보병사단 하나, 포병연대 하나 등 모두 6만여 병력이 진치고 있었다. 개성공단이 들어서면서 북한은 이들을 송악산 뒤쪽으로 물렸다. 김진향 교수는 “군대가 다시 개성공단 부지에 들어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은 남북 사이 긴장 고조를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 개성공단에서 남북한 노동자들이 상시로 일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군사작전을 펼 수 없었다. 개성공단이 사라진 지금 완충장치가 없어진 셈이다. 김진향 교수는 “마주 달리는 폭주기관차 두 대가 어떤 제동장치도 없이 충돌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사드에 대해 “실효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사드를 포함해 미사일 방어체계(MD) 요격 능력 자체가 확인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미사일 방어체계의 기원은 레이건 대통령이 1983년 발표한 ‘전략방위구상’입니다. 소련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체계를 개발하려는 계획이었죠. 그런데 ‘전략방위구상’은 돈만 많이 들고, 실효성이 없어서 이미 조지 부시 대통령이 1991년에 폐기했습니다. 누구도 미사일 방어체계 체계가 실효성 있다고 못 해요.”

 

“이제라도 북에 대화 제안해야”

걸프전과 이라크전쟁은 미사일 방어체계의 요격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테오도르 포스탈 MIT 교수는 걸프전 당시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스커드 미사일 요격 성공률이 10% 미만이고, 최악의 경우 0%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라크전쟁에서 미군은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스커드 미사일은 한 기도 요격하지 못하고, 미군과 영국군 항공기를 1대씩 격추했다. 김진향 교수는 “평지인 사막에서도 못 하는데 산악지대에서 어떻게 미사일을 요격하느냐”며 “사드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향 교수는 “사드 배치 목적은 미사일 요격이 아니라 레이더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드 탐지레이더 AN/TPY-2는 탐지거리가 최대 2,000km다. 서울에서 베이징의 거리는 약 1,000㎞.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군 주력 부대의 움직임이 미군에 노출될 수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강력 반발하는 이유다.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 추진으로 복잡하게 꼬인 한반도 정세를 어디부터 풀어가야 할까. 김진향 교수는 “남북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적대적 분단체제에서 남북이 대화와 협상 없이 어떻게 위기를 평화로 정착시킬 수 있겠느냐”며 “분단 심화와 전쟁이 목적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우리가 북한에게 대화를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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