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갈 때 대단했죠. 우리가 없으면 수도권 풍물패가 제대로 안 될 정도였으니까.”

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소하지회 풍물패 ‘맥’이 만들 때부터 활동해온 현광석 패원은 ‘맥’의 전성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맥’은 기아자동차에 민주노조가 들어선 1992년 결성했다. ‘맥’은 1993년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민주노조운동이 성장하면서 문화패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였다.

한창 때 ‘맥’ 패원은 30여 명에 달했다. 광주지회 풍물패 ‘어울림’과 화성지회 풍물패 ‘신명풀이’, 정비지회 풍물패 ‘좋은 소리’를 합치면 수도권 풍물패 절반이 기아자동차지부 소속이었다. 수많은 집회 현장에서 ‘맥’의 풍물소리가 울려 퍼졌다.

▲ 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소하지회 풍물패 ‘맥’이 소하공장 풍물패방에서 연습하고 있다. 김경훈

‘맥’은 이후 20년 동안 몇 번 부침을 거듭했지만, 흔들림 없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1월25일 만난 ‘맥’ 패원들은 풍물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을 내비쳤다.

 

“풍물의 매력은 한 단계 올라갈 때의 짜릿함”

현재 ‘맥’을 비롯한 풍물패 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김장수 패원은 “수도권에 풍물패가 있는 사업장이 기아자동차지부, 한국지엠지부, 건강보험공단 사회보험지부뿐이다. 그나마 한국지엠지부 풍물패는 집행부가 많이 챙겨줘서 새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장수 패원은 “문화패가 잘되려면 집행부가 관심을 두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 패원들이 생각하는 풍물의 어려움은 일단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맥’은 매주 월요일 16시부터 20시까지 네 시간 연습한다. 2주에 한번 강사가 오는 날에 16시부터 18시까지 개인연습, 18시부터 20시까지 강사의 지도를 받는다. 이렇게 연습을 해도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허성욱 패원은 “풍물은 노래나 율동보다 실력을 쌓는 데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악기 소리가 큰 풍물 특성상 다른 풍물패와 함께 연습할 공간을 구하기 어렵다. 김지석 총무는 “수도권 풍물패가 한번 모여 연습할 장소를 찾으려면 집회처럼 신고해야 할 것”이라며 웃었다. 지난 가을 연습공간을 구하지 못해 주변에 주택이 없는 안양천 다리 밑에서 연습했다. 거기도 두 달 동안 찾은 장소다.

풍물패 활동하면서 힘든 점이 많지만 그만큼의 매력이 있다고 한다. 박정만 패원이 생각하는 매력은 어느 단계를 넘어설 때의 쾌감이다. 풍물을 잘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기량이 늘 때 기쁨이 크단다.

▲ 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소하지회 풍물패 ‘맥’이 2014년 12월15일 기아자동차지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지회 제공

“제가 어깨에 힘을 빼라는 이야기를 10년 동안 들었는데, 안 고쳐져요. 3분 넘게 북을 치면 어깨가 아팠어요. 어느 순간 어깨에 힘을 빼는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짜릿함이 있어요.”

허성욱 패원은 “집회 대오에 풍물패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느낌이 다르다. 풍물패가 길놀이를 하며 앞장서면 활기가 넘친다. 없으면 뭔가 풀이 죽은 것 같다”며 “이럴 때 ‘풍물이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성규 패원은 “풍물은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다”고 맞장구친다.

 

“퇴직까지 풍물하고 싶다”

‘맥’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한다. 김지석 총무는 “집회용 풍물을 주로 하다 보니 20년을 했는데도 역량이 부족한 것 같다. 최근에 기량을 키우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 활동 이미지가 너무 강해 조합원들이 다가서기 힘들다는 점이 아쉽다고 한다. 박원규 패원은 “풍물에 관심 있는데 노동조합에 활동에 대한 부담이 있어 못 오시는 조합원들이 있다. 이런 분들과 어떻게 함께 할 방법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맥’은 최근 좀 더 대중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동료가 요청하면 집안행사에서 풍물을 하고, 다양성을 더하기 위해 난타와 사물놀이를 결합한 ‘모듬북’도 연습하고 있다. 지역 활동도 해왔다. ‘맥’은 공장 인근 상가를 돌며 지신밟기를 해왔다.

‘맥’ 패원들은 20년 넘게 활동한 ‘맥’의 명맥을 이어가려 한다. 박정만 패원은 “정년 때까지 ‘맥’ 활동을 하고, 이후에 ‘맥’이 계속 살아있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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