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아래 특별보고관)은 1월29일 “(한국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점차 역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히고 “모든 한국민이 평화로운 목적으로 집회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유엔총회 직속기구인 인권이사회(UNHRC) 소속으로 세계 각국 평화 집회와 시위, 결사 자유권 실현을 관찰하고 독려하는 임무가 있다. 1월20일 정부 초청으로 방한해 한국을 조사한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결과에 따른 우려 사항을 발표했다.

 

한국 노동자 결사의 자유, 충격적인 발레오 사례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노동자 결사의 자유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사용자 단체 가입을 강요한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사례를 “매우 충격적(disturbing)”이라고 표현하며 “다수 노조를 통한 단체교섭 교섭창구단일화는 결사의 자유권에 대한 침해”라고 밝혔다.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에 대해서 “국제인권법은 노조 해산을 극단적으로 심각한 경우에 한해 행하는 최후 수단”이라고 말하고 “전교조 해산은 이러한 엄격한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근로계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당사자 분쟁 이외 파업에 대해 불법으로 간주하는 한국 상황에서 “파업권 또한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1월29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자 결사의 자유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사용자 단체 가입을 강요한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사례를 “매우 충격적(disturbing)”이라고 표현하며 “다수 노조를 통한 단체교섭 교섭창구단일화는 결사의 자유권에 대한 침해”라고 밝히고 있다. 김형석

키아이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노동자 결사 능력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한 태도를 느꼈다”고 밝혔다. 키아이 특별보좌관은 “고용노동부는 노조에 대해 중립적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제법 상 중립성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키아이 특별보좌관은 특히 한국 정부에 조속한 국제노동기구(ILO) 87호, 98호 협약 비준을 촉구했다. ILO 87호, 98호 협약은 각각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관한 내용으로 ILO는 이를 기본협약으로 중시한다. 한국은 지난 1996년 OECD에 가입하며 이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지만 역대 정권들은 협약 비준을 미뤄왔다.

 

“시위는 한국의 위대한 유산, 모든 한국민이 평화 집회에 참석해야”

키아이 특별보좌관은 금속노조 지회와 여러 시위현장을 방문한 경험에 대해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역동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전통을 다소 난폭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모든 민주사회가 열망할 정도로 한국 시민사회 심장이 힘차게 고동치고 있다”고 호평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한국 집회, 시위, 결사 자유가 “천천히 조금씩 퇴보하는 경향”이라며 “항상 인권을 우선해야 할 법원조차 최근 인권을 확대하기보다 제약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키아이는 조사 중 만난 수많은 공무원들이 시위를 제한하는 이유로 북한을 염두에 둔 안보 위협과 시민 편의를 언급한다며 “이것들을 구실로 집회 시위를 부당하게 제한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시위는 한국이 위대한 국가로 변모하는데 기여했고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이러한 위대한 유산을 소중히 지켜야한다”면서 “모든 한국 국민들은 평화 목적 집회에 참석해달라”고 당부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집회 시위 자유와 관련해 국가가 집회 도중과 전, 후 모든 단계에 부당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키아이 특별보고관이 1월29일 “시위는 한국이 위대한 국가로 변모하는데 기여했고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이러한 위대한 유산을 소중히 지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싶다”면서 “모든 한국 국민들은 평화 목적 집회에 참석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김형석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국제법은 집회 참가자 중 일부가 폭력을 행사한다고 시위 자체를 폭력적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며 사전 집회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불법집회로 간주하거나 신고해도 폭력이나 교통방해를 이유로 불허를 남발하는 경찰행태를 꼬집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이 같은 한국 실정이 국제인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특히 백남기 농민과 경찰 차벽 설치를 예로 들며 “집회 자유를 일종의 특권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키아이는 집회 후 경찰이 일반교통방해 죄목으로 주최자와 참가자를 소환한다며 “어떤 경우도 집회 참가자 범죄행위로 인한 책임을 평화집회 주최자에게 물어서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집회의 모든 단계에 가하는 부당한 제약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엔 특별보좌관 방한 취지가 무색한 질문이 나왔다.

한 인터넷 신문사 기자는 경찰이 기자 식별표 부착을 요구했다는 내용에 대해 “지난 민중총궐기때 폭력시위자들이 복면을 썼다. 이로 인해 신분파악이 어려운 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키아이 특별보좌관은 “복면 착용은 전세계적에서 논란이 있다”면서도 “우선 단순 참가만으로 시위 참자를 처벌한다면 복면 착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하고 “의사표현 자유 측면에서 시위 참석자들은 자신 의사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다시 “집회나 시위 등 광장 민주주의가 투표로 결정하는 대의 민주주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키아이 특별보좌관은 “민주주의 체계 평가를 위해 선거뿐 아니라 선거 사이 기간에 어떤 일이 진행되는가를 봐야 한다”며 “선거가 끝났다고 국가운영에 대한 발언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이번 조사 기간 동안 안산, 경주, 포항 등지를 방문해 광범위한 활동가와 공무원을 만나고 다수 시위현장을 방문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1월29일 발표한 집회, 시위, 결사 자유에 관한 예비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세부 보고서를 작성해 오는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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