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어쩔 수 없다 생각해 온 당신에게 다시 의문을 던지다[책 이야기]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교대제 이야기 『좋은 교대제는 없다』
안규백  |  edit@ilabor.org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12.2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지난 2006년 주야 10시간 맞교대 사업장인 자동차 공장에 입사하면서 생전 처음 교대 노동이라는 것을 접했다.

이후 내 몸은 심야노동으로 인한 수면 부족과 일주일 단위로 주/야간 근무시간이 바뀌면서 생활리듬 자체가 완전히 깨져버렸다. 입사 후 6개월쯤 지났을까. 내 몸은 여러 면에서 교대노동과 야간노동에 대한 거부신호를 보내 왔다. 이즈음 위궤양까지 심각하게 앓게 되면서 위 천공 직전까지 가 병원 신세를 져야 한 적도 있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뚜렷한 대안이나 탈출구가 없었던 당시의 나로선 그 거부 신호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교대제 자체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비정상이 정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둔갑하곤 하는 한국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라면 거의 모두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좀 더 많은 생산과 좀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고, 그래야만 좀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다는 파괴의 악순환이 기본적인 시스템인 자본의 입장에서는 고비용을 투입한 설비를 놀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정작 정말 중요한 문제는 언제인가부터 내가 이 시스템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을 품기보다는 나와 자본을 동일 시 하면서 “에이 어쩔 수 없지. 세상이 이런데”라는 생각을 하는 등 이 상황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다는 것이다.

이런 나에게 다시금 합리적인 의문을 품을 수 있게 해준 책이 바로 이번에 출판한 『좋은 교대제는 없다』 책이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던 『교대제, 무한이윤을 위한 프로젝트』(2007년 발행)였다. 그리고 8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이 책의 개정판이 『좋은 교대제는 없다』이다.

이 책으로 인해 나는 다시 한 번 교대제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비록 지금은 10시간 맞교대가 아닌 8시간 노동을 하는 주간연속2교대제로 근무형태 변경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교대제는 건재하다. 그리고 교대제 자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변화 시키려는 노력이나 시도는 요원하기만 하다.

당연시 해오던 것들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해준다는 점은 이 책의 주요한 얘기인 교대제뿐만 아니다. 악마의 체제라 불리는 자본이 주인인 세상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다른 부문까지 기존과는 다른 생각과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한줄기 빛과 같은 책이다.

“너무 당연하다”라거나 “에이 어쩔 수 없어”라며 쉽게 체념했던 우리들에게 이 책은 당연함이 때로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을 한번쯤 품게 한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다.

이 책 집필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과 노동자의 건강권, 노동현장의 문제와 삶 자체를 고민해 온 노동자 건강권 단체의 활동가들, 사회학자들, 노무사 등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참여해 완성한 책이다.

이 책은 교대제라는 노동체제가 어떻게 야간(심야)노동을 만들어 왔는지, 어떤 과정으로 장시간 노동을 통해 노동자의 몸과 삶을 황폐화시켜 왔는지에 대해 가감 없이 써 내려간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세상에 얼마나 많은 교대제가 존재하는지, 그 종류와 교대제 자체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그 역사적 연원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왜 시간에 대한 노동자들의 통제력 회복과 직접적으로 결부되는 것인지, 왜 노동자의 몸과 삶에 좋은 교대제란 없는지, ‘저녁이 있는 삶’의 작은 실현(예컨대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이 노동자의 건강과 일상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는지 등 그야말로 교대제에 대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 최신 자료가 담겨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계속 회자되는 것은 장시간 노동을 통해 생활임금을 유지하는 노동체제, 여전히 세계 최장시간의 노동을 하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본이 추구하는 끝없는 생산과 끝없는 소비의 파괴적 악순환을 끊어 내고,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실마리를, ‘심야노동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교대제 노동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안규백 / 한국지엠지부 노동안전보건실장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금속노동자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서울시 중구 정동 22-2 경향신문 별관 6층 금속노조 | TEL : 02)2670-9507 | Fax : 02)2679-3714
발행처 : 전국금속노동조합 | 발행인 : 김호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호규
대표이메일 : edit@ilabor.org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금속노동자 iLabor가 생산한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2.0 : 영리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