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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농성장, 노동자-장애인 만나는 광장 되길”[특별한 만남] 양유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김경훈 편집부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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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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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농성 할 때 영정이 없었는데 그동안 영정이 열여섯 개가 생겼네요. 영정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장애정책으로 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12월15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장’에서 만난 양유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의 농성이 3년을 넘긴 지금,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로 인한 사망자가 자꾸 늘어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2012년 8월21일 서울 광화문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그동안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싸우던 장애운동과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투쟁하던 빈민운동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힘을 합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빈곤사회연대를 중심으로 광화문에 농성장을 꾸렸다.

농성 이후 광화문 농성장에 2012년 10월 26일, 활동보조인이 없던 새벽 화재로 사망한 고 김주영 씨를 시작으로 16개의 영정이 들어섰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낳은 죽음들이다.

 

장애등급제, 사람에게 등급 매겨 낙인

현행 ‘장애등급제’는 의학 기준에 의거해 열 다섯 가지 장애 유형과 손상 정도에 따라 장애를 1급~6급으로 구분한다. 장애등급에 따라 활동보조 지원 등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결정된다.

양유진 활동가는 “장애등급제는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는 모욕적인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떤 복지제도도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지 않아요. 오직 장애등급제만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고, 낙인을 찍죠.”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 3년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광화문 농성장에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때문에 사망한 열여섯 명의 영정이 놓여 있다. 김경훈

장애등급제의 다른 문제는 신체 기준만으로 등급을 매기다 보니 신체 이외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4년 4월17일 화재로 사망한 고 송국현 씨가 이런 경우다. 송국현 씨는 오랫동안 시설에서 생활해 혼자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웠지만 신체적으로는 큰 장애가 없다는 장애등급 3급을 받았다. 당시 장애등급 3급은 활동보조를 받을 수 없었다.

양유진 활동가는 “시설에서 오래 생활한 분들은 지하철도 탈 줄 모르고, 글자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몸이 불편하지 않아도 활동보조가 필요하다. 신체 중심으로 접근하면 이런 개인의 삶을 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양유진 활동가는 “송국현 씨는 화재 나기 며칠 전 국민연금공단을 찾아가 활동보조를 요구했다. 활동보조를 받았다면 송국현 씨가 화재현장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양의무제, 얼굴 없는 죽음의 이유

광화문 농성장에 부양의무제 때문에 죽은 이들의 영정이 놓여 있다. 올해 생긴 네 개의 얼굴 없는 영정이다. 현행 부양의무제의 부양의무자 범위는 ‘본인의 배우자와 1촌내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다. 부모에게 수입이 있으면 자녀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한다. “나 때문에 아이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못 되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버는 돈은 아이 치료비나 생활비로 쓰기에 빠듯하고……. 막막하니까 결국 자살하거나 장애인 자녀를 죽이는 선택을 한 거죠.”

   
▲ 양유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광화문 농성장이 장애인과 노동자가 만나고,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하고 있다. 김경훈

부양의무제의 다른 문제는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관계가 멀어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복지수혜자가 될 수 없는 점이다.

양유진 활동가는 “정부의 장애인 정책이 개인의 삶을 중심에 놓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신체 기준에 따라 장애등급을 매기고 이에 따라 지원하는 대신 장애인이 놓인 상황을 고려해 개인별 지원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유진 활동가는 “부양의무제도는 가족을 보지 말고 개인을 봐야 한다. 가족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개인에게 필요한 복지를 제공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비유 한마디에 장애인은 상심한다

양유진 활동가는 인터뷰 막바지에 노동운동과 장애운동의 연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양유진 활동가는 “집회에 가면 가끔 ‘박근혜 정부는 귀머거리다’ 같은 표현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장애인들은 상심한다. 노동운동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장애운동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장애운동이 노동운동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양유진 활동가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현장을 다녀온 후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새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유진 활동가는 “이런 문제들은 일터의 노동자와 시설에 있는 장애인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 데서 비롯한 것”이라며 “광화문 농성장이 장애인과 노동자가 만나고,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금속노동자들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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