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을 채용해 시도했던 갑을상사그룹 갑을오토텍의 노조파괴 공작은 두 달여 만에 끝났다.

지난 4월 지회가 회사의 신종 노조파괴 음모를 폭로하고 6월23일 노조파괴 용병 채용취소와 기업노조 핵심 간부 퇴사 조치 등 합의를 이끌어낼 때까지 지회 투쟁의 중심에 조합원들이 있다.

6월17일 시작한 일주일 전면파업과 농성은 조합원 이탈 없이 갈수록 힘을 받았다. 조합원들은 전면파업에 앞서 전개한 출근투쟁과 현장 파업 등에서 ‘강한 현장 조직력’을 보여주었다.

이대희 당시 지회장은 “투쟁을 준비하며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조직력 강화와 자발적 투쟁이었다”고 소개했다. 지회는 조합원 분임조를 구성했다. 각 대의원 담당 구역을 서너 개 분임조로 만들었다. 분임장을 뽑고 분임토론과 활동을 시작했다.

안재범 대의원은 “지회 지침을 수행하는 투쟁을 넘어 조합원들의 자발적 투쟁을 만들고자 했다. 집행부는 전체 상황을 조합원들에게 공유하고 큰 틀의 계획을 냈다. 세부 계획과 활동 지침을 분임조별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진행한 발암물질조사사업과 교대제 전환 사업이 분임조 구상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

 

투쟁 계획은 조합원 담당

안재범 대의원은 “발암물질조사 사업을 할 때 조합원들에게 직접 맡겼다. 내가 일하는 현장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찾고 해결방안을 직접 토론하도록 했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답이 나왔다. 현장에서 만든 결과는 지회의 목표와 계획이 됐다. 조합원이 직접 참여한 사업의 성과를 확인한 지회는 이번 투쟁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 끌어낸 결과와 힘을 믿기로 했다.

▲ 안재범 대의원은 “발암물질조사 사업을 할 때 조합원들에게 직접 맡겼다. 내가 일하는 현장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찾고 해결방안을 직접 토론하도록 했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답이 나왔다. 현장에서 만든 결과는 지회의 목표와 계획이 됐다. 조합원이 직접 참여한 사업의 성과를 확인한 지회는 이번 투쟁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 끌어낸 결과와 힘을 믿기로 했다. 아산=신동준

대의원과 분임장 등 세 명이 먼저 출근투쟁을 시작했다. 세 명은 스무 명, 서른 명으로 늘었다. 나중에 수를 세기로 힘들 정도의 조합원이 출근투쟁에 동참했다. 지회의 참여 지침은 없었다. 안재범 대의원은 “분임조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서 집행부에게 제시했다. 노동부 앞 피켓팅, 법원 앞 투쟁, 현장에서 나온 정보를 분석, 요약하는 일까지 분임조가 먼저 계획을 제출했다”며 “시작하고 나니 분임조별로 경쟁이 붙어 서로 더 열심히, 잘하려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렇게 현장이 조직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대희 전 지회장은 “분임조에서 스스로 고민하고 투쟁을 준비하니 지회 집행부는 큰 전략을 구상하고 싸움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철야 농성을 할 때 집행부가 할 일은 많지 않았다. 필요한 물품을 생각하고 조달할 방법을 찾는 일도 조합원들의 몫이었다.

서기원 대의원은 “소규모로 분임조를 짜고, 그 안에서 수시로 상황을 공유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일이 생겼는지 어느 때보다 소통이 잘됐다”고 평가했다.

분임장을 맡고 있는 한동균 조합원은 단결력 강화에 분임조가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한동균 조합원은 “소규모로 논의를 하고 움직이다보니 조합원 관계가 더욱 끈끈해졌다. 회식도 자주하고 친해졌다. 분임조 안에서 누가 이탈하면 다른 사람이 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고 분열을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통은 시원하게, 분열은 사라졌다

지회는 12월 부분파업을 시작하면서 파업 프로그램을 분임조에게 맡겼다. 하루 파업 시간을 정하면 언제, 어떻게 파업을 할지 분임조에서 토론해 정한다. 이대희 전 지회장은 “지회가 하나의 지침을 내릴 때보다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하고 있다. 회사는 현장의 다양한 전술에 애를 먹고 있다”며 분임조 활동의 장점을 강조했다.

▲ 이대희 전 지회장은 “집행부는 조합원을 믿었고, 조합원들은 집행부를 믿었다. 이 방식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조합원을 믿고 같이 움직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싸움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대희 대의원(사진 오른쪽)이 속한 분임조원들이 파업시간에 토론하고 있다. 아산=신동준

투쟁시기 조합원 가족의 역할이 컸다. 안재범 대의원은 “조합원들은 힘이 들어도 집에 가서 얘기를 잘 안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가족들은 누구보다 열성적이었다. 가족들이 직접 검찰과 경찰서를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6월17일 지회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후에 사원아파트에 조합원이 보이면 가족들이 더 난리였다. 얼른 공장으로 돌아가라고.”

‘용역을 몰아내자’는 공동의 목표를 정했고 조합원들은 하나로 움직였다. 10월, 회사는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기죽지도, 겁내지도 않는다.

서기원 대의원은 “사장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우리는 6월 투쟁을 겪으면서 서로를 더 믿고 단단해졌다. 결코 지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번 투쟁 역시 ‘갑을오토텍 경영진은 안 된다’는 목표를 현장 토론에서 조합원들이 먼저 제기했다. 전체가 동의했고 이제 지회의 목표가 됐다. 분임조 활동을 더 다양하게 벌이며 회사 탄압에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대희 전 지회장은 “집행부는 조합원을 믿었고, 조합원들은 집행부를 믿었다. 이 방식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조합원을 믿고 같이 움직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싸움이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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