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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쌀값 공약 21만원, 현재 12만원. 살기 위해 싸운다”[특별한 만남]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의장
성민규 편집부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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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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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이하 전농) 부산경남연맹이 12월2일 창원 경남도청 앞에서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농민들은 올해 거둔 나락과 토마토, 배추 등 농산물을 경남도청 정문 앞에 흩뿌리고 한-중 FTA 철회를 요구하고 경찰의 살인진압을 규탄했다.

하원오 전농 부산경남연맹의장은 “애초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켰다면 농민들이 거리에 나갈 일도 없었고 병원에 있는 백남기 회장도 저렇게 될 일이 없었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농민들에게 쌀 80kg 한 가마니에 21만원을 보장한다고 했다. 2012년 말 쌀 한 가마니에 17만원, 지금은 더 떨어져 12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정부가 사들이고 있다. 비가 오는 와중에 농민들은 언론사 카메라를 앞에 두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가져온 농산물을 내팽개치며 분노를 표시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전농 부산경남연맹 사무실에서 하원오 의장과 농업과 농민의 상황, 현 시기 전농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정부의 농업 정책은 농민 줄이는 정책

하원오 의장은 “전농은 1990년 만들었다. 25년이 지났다. 만들 당시 우리가 750만 농민을 대표한다고 외쳤는데 작년 통계를 보니 농업인구가 270만에 불과하다”며 “25년 만에 농업인구가 삼분의 일 토막이 났다. 정부의 농업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 하원오 의장은 “우리가 외치는 게 뭔가? 노동자는 제 노동에 맞는 정당한 임금을 받고, 농민은 농산물 제 값 받자는 소리다. 결국 노동자와 농민이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창원=성민규

농촌의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현실은 이제 상식이다. 하원오 의장은 “경찰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회장의 연세가 일흔이다. 이 정도면 농촌에서는 딱 중간정도 연령이라고 생각해도 된다”며 “여든이 넘어도 농사하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농촌 청년회의 가입상한 연령은 예순 다섯 살이다. 65세 이전이면 청년이란 얘기다”라며 웃었다.

정부가 농촌 인구를 늘리기 위해 귀촌, 귀농을 지원하고, 농업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하자 하원오 의장은 손을 내저었다.

“귀촌, 귀농을 가장 먼저 반대하는 사람이 농촌에 사는 부모들이다. 자식들이 같이 살면 좋겠다고? 뭘 잘 모르는 얘기다. 귀농해서 성공하는 사례는 열 명중 한 명 정도다. 일은 고되고 손에 쥐는 돈은 얼마 안 된다. 망해서 야반도주 하는 경우도 많다. 이 현실을 아는 부모들이 어떻게 농사를 권할 수 있겠느냐.”

하원오 의장은 농촌 궁핍화가 농촌 문제의 가장 근원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수입개방과 이로 인한 농산물 가격 하락, 높은 유통마진이 붙는 유통구조가 농민의 소득을 줄이고 농촌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농촌이 더 살기 힘든 곳이 됐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농촌을 돌며 한 약속이 있다. 쌀 80kg 한 가마니에 21만원을 받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얘기였다. 웬걸 이제 12만원이다. 공약한 쌀값의 절반이다”라며 “새누리당이 총선 때 쌀 관세율을 낮추지 않고 우리 쌀을 지키겠다는 현수막으로 시골 마을마다 도배를 했다. 정작 뽑아 놓으니 입을 싹 씻고 밥쌀용 쌀 수입을 늘리고 한-중 FTA를 밀어붙였다”고 분노를 토했다.

하원오 의장은 “우리나라에서 한해 400만톤 정도의 쌀을 생산하고 400만톤 정도를 소비하고 있다. 수지가 맞으니 그냥 놔두면 쌀값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수입하는 쌀이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매년 쌀을 40만톤 씩 수입한다. 국내 생산량과 국내 소비량이 얼추 맞는 상황에서 수입하는 쌀은 전부 재고가 된다. 말이 40만톤이지 경남 전체에서 생산하는 쌀의 양과 맞먹는다. 이런 물량이 계속 시장에 풀리니 쌀값이 버틸 재간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농민들이 주로 생산하는 쌀의 가격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농민들의 수익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하원오 의장은 “쌀값이 내리면 노동자, 서민의 부담이 줄어드니까 좋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모든 생산물에는 제 값이 있다”며 “20년 전 농사를 시작하기 전 나도 회사를 다녔다. 월급을 받으면 가장 먼저 사는 물건이 쌀과 연탄이었다. 그 비중이 월급의 3분의 1정도였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농촌을 돌며 한 약속이 있다. 쌀 80kg 한 가마니에 21만원을 받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얘기였다. 웬걸 이제 12만원이다. 공약한 쌀값의 절반이다”라며 “새누리당이 총선 때 쌀 관세율을 낮추지 않고 우리 쌀을 지키겠다는 현수막으로 시골 마을마다 도배를 했다. 정작 뽑아 놓으니 입을 싹 씻고 밥쌀용 쌀 수입을 늘리고 한-중 FTA를 밀어붙였다”고 분노를 토했다.지난 10월20일 전농 광주전남연맹이 밥쌀 수입중단과 쌀값 폭락 대책을 촉구하며 나락 갈아엎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승호 <한국농정신문> 기자

하 의장은 “쌀값이 가정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20kg 한 포대를 사다 놓으면 4인 가족이 한 달 내내 먹는다. 그 가격이 대체로 4만원 정도다. 가족이 외식을 나가면 한 끼에 10만원 정도 쓰는 시대다. 쌀값은 오른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계속 내리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월급 높고, 복지 좋은 공장에 사람들이 저절로 모이듯 농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정부에서 식량안보가 중요하다고 떠들고, 농촌이 좋다고 선전하고, 귀농, 귀촌을 지원하겠다고 나발을 불어도 이런 현실을 보고 누가 농사짓겠다고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비싼 물류비용과 복잡한 유통과정도 문제

농민은 농산물 가격이 너무 싸서 문제라고 하고, 도시 사람들은 농산물 가격이 너무 비싸 선뜻 사기 어렵다고 한다. 농산물 유통과정이 복잡해 가격 등락이 심하고 여러 부작용이 있지만 정부가 개선책을 쉽게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원오 의장은 “농촌 사람들이 작물 값이 안 나온다고 갈아엎는다고 할 때, 도시사람들은 어차피 갈아엎을 거 공짜로 나눠주지 왜 그러느냐고 눈이 동그래진다”며 “우리라고 애지중지 기른 작물을 기계로 갈아엎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배추 한포기에 400원 정도 받는다. 5톤 트럭을 부르면 2,000포기를 실을 수 있다. 한 가득 실으면 80만원에 불과하다. 짐을 싣는 상차비로 40만원을 주고, 운송료로 50만원이 나간다. 거기에 경매 수수료를 내야한다. 내 돈을 내면서 농산물을 팔아야 하는 처지다”라고 설명했다.

전국의 대부분 농산 물류가 서울로 집중하다보니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원오 의장은 “동네에서 가장 좋은 물건은 서울로 간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훼농업이 발달한 곳이 김해지역이다. 창원에 있는 꽃집에서 꽃을 사러 가는 곳은 서울 양재동 화훼시장이다. 길에 뿌리는 기름 값과 차량비용만 해도 상당하다. 이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떠안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 의장은 일본처럼 물류거리 제한과 지역농산물의 지역 우선 소비를 촉진하는 법제도,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기는 싸움을 해보자

하원오 의장은 “외환위기 당시 농촌은 농사지은 거 먹고 살면 되니까 도시보다 타격이 덜 했을 거라고 얘기하는데, 뭘 모르고 하는 얘기다. 도시가 괴로우면서 농촌은 더 괴로워졌다”고 토로했다.

   
▲ 12월2일 경남지역 농민들이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왜 거리에 나올 수 밖에 없는지 이유를 설명했다. 농민들은 경찰의 살인진압을 규탄하고 한중FTA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창원=성민규

하 의장은 “자식들이 직장에서 쫓겨나니 농촌에 있는 부모들에게 손을 벌렸다. 자식이 죽겠다는데 안 도와줄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 농협에 땅 잡히고 빚 얻어 보내준 집이 수두룩하다”며 “그 빚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래서 일흔, 여든 넘은 할매, 할배들이 그 돈 갚겠다고 콩 농사, 당근 농사 지어가며 농지를 붙들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 속에 노동자와 농민이 엉켜있다고 지적했다. 하 의장은 “역대 정권이 농민과 노동자를 희생시켜서 외환위기 헤치고 세계적으로 손색없다는 기업들을 키웠는데 남은 게 뭔가? 노동자는 돈 덜 주려고 하청으로 부리고, 농민들은 싼 값에 수확물 넘기며 허덕이고 있다. 나라가 겉으로 거창해보이지만 속은 죄다 썩어버렸다”고 꼬집었다.

지난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 많은 전농 회원들이 서울로 올라와 정부에 쌀값 보장과 무분별한 농업시장 개방 하지 말라고 외쳤다. 이날 백남기 전 가톨릭농민회 전남연합회장이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었고 많은 회원들이 연행됐다. 12월5일 2차 민중총궐기가 예정된 상황에서 전농을 향한 보수언론과 일베 같은 일부 네티즌의 공격이 거센 상황이다.

하원오 의장은 “전농 회원들은 죄다 늙었다. 10년 전만 해도 어떻게든 싸워보겠다고 마을마다 먼저 나서 서울로 올라가고 그랬다”며 “이젠 버스를 마을 문 앞에 갔다대도 버스 타기 힘겨운 나이가 됐다. 그래도 11월14일 서울로 올라가 싸웠고, 12월5일 다시 올라갈 거다”라고 2차 민중총궐기를 준비하는 각오를 밝혔다.

하 의장은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들은 임단협을 통해 임금을 따내고 복지도 따내고 어쨌든 농민에 비해 이기는 싸움을 해왔다. 전농은 지금까지 정부와 싸워서 한 번을 이겨본 적이 없다”며 “농산물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FTA 체결할 때마다 싸웠는데 판판이 졌다. 지는데도 조직이 유지되는 운동사에 유례없는 끈질긴 조직이 전농이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하원오 의장은 “우리가 외치는 게 뭔가? 노동자는 제 노동에 맞는 정당한 임금을 받고, 농민은 농산물 제 값 받자는 소리다. 결국 노동자와 농민이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국민과 한 공약을 제멋대로 뒤엎는 정부다.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는 외침이 11월14일 민중총궐기였다. 농민, 노동자 둘 다 꼭 이겨보자. 이번에도 함께 열심히 싸워보자”고 웃으며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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