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1월24일 EG그룹 빌딩을 불법 점거한 혐의로 구속했던 김 모 노조 전 조직국장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이제껏 재벌 총수와 정치인,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용자들에게 ‘봐주기 구형’한 사실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무거운 형량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00년 이후 횡령과 배임,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저지른 재벌 총수들에게 검찰은 대부분 징역 6~8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조세 1,128억 원을 포탈하고 배임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징역 7년, 1,000여 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징역 6년, 289억 원을 횡령하고 2,797억 원을 분식회계한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김 모 정책국장이 수 백, 수 천 억 원을 횡령, 배임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재벌 총수들과 비슷한 형량을 구형받은 것.

▲ 주요 재벌총수 범죄·구형 사례.

검찰은 그동안 ‘재벌 봐주기’ 논란에 수차례 휩싸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최태원 회장은 2012년 11월 637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검찰 스스로가 “최태원 회장은 압수수색 당시 검사와 수사관에게 폭력을 행하고, 자료를 폐기했으니 불리한 양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검찰은 기준형량보다 형량을 낮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대법원이 정한 양형기준에 따르면 횡령·배임액이 300억원 이상일 경우 기본형량은 5~8년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7년 3월 청계산에서 8명을 감금·집단 폭행하고, 주점 사장을 폭행했다. 김승연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의 상해(3년 이상 유기징역), 체포·감금(2년 이상 유기징역), 형법의 상해(7년 이하 징역) 등이었다. 검찰은 김승연 회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 사용자 부당노동행위는 기소도 안 한다

검찰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는 기소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검찰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어긴 혐의로 사용자를 기소한 비율은 9.5%에 불과하다. ‘노조파괴 전문가’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와 공모해 직장폐쇄, 기업노조 설립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던 유성기업과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등 사용자들도 대부분 처벌받지 않았다. 이만행 보쉬전장 전 대표이사와 관리자 두 명이 2015년 7월 각각 벌금 500만원,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지난 8월27일 '반노동 친자본 검찰 규탄. 악질사용주 엄벌 촉구.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유성기업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훈

6월3일 EG그룹 빌딩 점거의 이유였던 양우권 열사의 죽음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서 비롯됐다. EG테크는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탈퇴 공작을 벌이며 노조 탄압을 자행했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 EG테크분회의 유일한 조합원이었던 양우권 열사는 감봉, 무기한 대기발령, 두 차례 해고, 두 차례 정직 등 온갖 탄압을 받았다.

2014년 5월23일 부당해고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했지만, 회사의 탄압은 여전했다. 회사는 양우권 분회장이 원래 일하던 제철소 현장이 아닌 제철소 밖 행정사무실로 출근시켰다. 하루종일 아무 일도 시키지 않은 채 책상에게 대기하게 하고 CCTV로 감시했다. 양우권 열사는 사측의 탄압으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수면 장애와 심리적 불안을 겪다 자결했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양우권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갔지만, 사용자들에 대한 처벌은 미미했다. 김성광 EG테크 전 대표이사가 2007년 10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을 뿐 이 외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노조 법률원 관계자는 “6월3일 EG테크 점거 투쟁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양우권 열사의 억울한 죽음에 항의하는 정당한 싸움이었다. 검찰은 김 모 국장에게 과도한 형량을 구형하기에 앞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 과오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모 국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양 모 전 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과 황 모 전 광주전남지부 사무국장은 구형 3년을, 서 모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1년6월을 구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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