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병에 걸렸는지. 왜  아픈지. 왜 젊디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채 죽어간 삼성전자, 반도체, LCD공장의 노동자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아래 반올림)에 제보, 확인한 사망자만 75명에 달한다.

삼성은 8년째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최근 보상위원회를 일방 추진하며 피해 노동자와 가족들을 우롱하고 있다.

▲ 11월13일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 삼바대회-문화제에 참여한 노동자, 시민들이 삼성 직업병 피해자 75명을 상징하는 방진복을 입고 삼성전자 본사 주위를 행진하고 있다. 신동준

11월13일 비가 오는 저녁, 노동자와 시민들이 서울 강남역 삼성전자 본관 앞에 모였다. 이날 반올림은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 삼바대회-문화제’를 열었다. 삼성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배제 없는 보상,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진행하고 있는 반올림 농성 38일째 날이다.

삼바대회에 앞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을 기리는 상징행사를 진행했다. 75명의 시민들이 하얀 방진복을 입었다. 등에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부터 2015년 10월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김화영 씨까지 75명의 피해자 이름을 하나씩 붙였다.

▲ 11월13일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 삼바대회-문화제에 참여한 노동자, 시민들이 삼성 직업병 피해자 75명을 상징하는 방진복을 입고 삼성전자 본사 주위를 행진하고 있다. 신동준

손진우 반올림 활동가는 “삼바대회를 준비할 때까지 확인한 사망자는 74명이었다. 며칠 전 10월 사망한 故 김화영 씨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안타깝게 75명의 사망자를 추모하게 됐다”며 “계속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다. 도대체 삼성은 언제까지 이들의 죽음을 외면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진복을 입은 시민들은 삼성전자 본관 주변을 행진하며 삼성에 ▲기만적 보상위원회 철회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 11월13일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 삼바대회-문화제에 참여한 노동자, 시민들이 삼성 직업병 피해자 75명 죽음을 상징하는 의식을 하고 있다. 신동준

행진을 마친 노동자 시민들은 강남역 8번출구 앞에서 ‘삼바대회’를 이어갔다.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삼성에서 75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삼성은 돈이 아까워서 치료와 보상을 하지 않는다.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암에 걸리지 않게 해야 하는데 돈이 아까워서 하지 않는다”며 “이건희, 이재용이 가져가는 돈과 삼성이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둔 돈은 노동자들의 시체를 쌓아둔 것과 다름없다”고 분노했다.

황상기 씨는 “정부가 나서서 잘못하는 삼성을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잘한다고 상을 주고 있다”며 “정부과 삼성이 손잡고 노동자들을 못살게 군다. 삼성과 사회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같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 11월13일 서울 강남역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연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 삼바대회-문화제에 참여한 노동자,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박성주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은 “얼마 전 16개 나라 노동자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는 회의가 있었다. 모두 삼성 직업병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며 “삼성이 진출한 다른 나라 노동자들도 직업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직업병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주 부지회장은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말로 끝내지 않겠다.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도록 같이 행동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임대표인 조돈문 교수는 “처음 반올림을 만든다고 했을 때 1년도 버티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8년 동안 피해자와 같이 싸웠고 삼성의 문제를 알려냈다”며 “8년 동안 변화 만들었다. 오늘 단비가 내린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싸운다면 삼성은 바뀐다.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게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 11월13일 서울 강남역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연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 삼바대회-문화제에서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율동패 '공구가방' 조합원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신동준

대회 막바지 반올림 활동가들과 황상기 씨가 무대에 나와 <재용가>를 불렀다. 황상기 씨가 전래동요 ‘맴맴’을 개사한 노래다. 황상기씨는 “이 노래를 전국에서 불러달라. 아이들이 놀면서 부르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르고, 산에 올라가서도 부르자. 이 노래가 세상 곳곳에서 울려퍼지게 하고 삼성을 바꿀 힘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재용이는 권력타고 씽씽 달리고

노동자는 병에 걸려 다 죽어가네.

부패왕국 삼성. 산재왕국 삼성.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