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에 맞서 3,000일 넘게 투쟁해온 노조 인천지부 콜트악기지회(지회장 방종운)와 노조 대전충북지부 콜텍지회(지회장 이인근)가 최근 새로운 투쟁을 시작했다. 방종운 지회장이 “콜트악기지회, 콜텍지회 때문에 건실한 회사가 아예 문을 닫게 됐다”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과를 촉구하며 10월5일부터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방종운 콜트악기지회장 단식 24일째인 10월28일, 새누리당사 단식농성장에서 콜텍지회 조합원들이 만든 ‘콜밴’ 멤버들을 만났다.

 

“‘콜밴’ 통해 시민에게 우리 투쟁 알렸다”

2007년 4월, 통기타 제조업체 콜트악기는 인천 공장의 노동자 56명을 정리해고했다. 같은 달 충남 계룡시에 있는 자회사 콜텍에도 휴업 조치를 내렸다. 그해 7월 콜텍 공장을 폐쇄했고 노동자 67명은 전원 정리해고 당했다. 콜트악기와 자회사 콜텍의 전자기타 세계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 콜텍지회 조합원들이 만든 밴드 콜밴이 10월14일 노동개악 저지 촛불집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김경훈

콜트악기지회와 콜텍지회는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여섯 번의 해외 원정 투쟁, 고공 농성 등 온갖 투쟁을 벌였지만 수년간의 투쟁에도 상황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환점을 고민하던 순간 이들과 함께 연대해온 인디뮤지션 ‘킹스턴 루디스카’가 “밴드를 만들면 시민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콜텍지회 조합원들은 소셜 펀딩으로 악기를 구입하고, 인디뮤지션에게 기타를 배우며 2011년 11월 ‘콜밴’을 만들었다. ‘콜밴’ 멤버는 기타와 보컬을 맡은 이인근 콜텍지회장, 베이스의 김경봉 조합원, 카혼의 임재춘 조합원 3명이다.

기타를 만들 줄만 알았지, 연주한 적은 없던 노동자들이 쉰을 전후한 나이에 새롭게 악기를 배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김경봉 조합원은 “실수를 많이 했다”며 기억에 남는 실수담을 들려줬다. “쌍용자동차 동지가 사망해서 무거운 분위기에서 공연을 하는데 저희가 실수로 박자를 놓쳤어요. 동지들이 ‘박자 좀 맞추라’고 계속 타박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깨졌어요.”

낯선 악기를 잡으며 힘든 점도 많았지만, ‘콜밴’ 멤버들은 “‘콜밴’이 투쟁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다. 김경봉 조합원은 “밴드가 아니면 우리가 주체로 집회만 했을 것”이라며 “밴드를 통해 인디뮤지션들과 함께 유랑문화제를 하며 콜트콜텍 사업장 상황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재춘 조합원은 “사람들이 ‘콜밴’ 공연을 보고 ‘이 사람들이 팔뚝질만 할 줄 알았는데, 노래도 할 줄 아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우리 이야기를 좀 더 들으려고 한다”고 웃음 지었다.

▲ '콜밴' 멤버들(왼쪽부터 임재춘 조합원, 김경봉 조합원, 이인근 콜텍지회장)이 10월28일 새누리당사 단식농성장에서 '콜밴'을 만든 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훈

‘콜밴’ 멤버들은 ‘콜밴’ 활동을 통해 연대하는 동지들에게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이인근 콜텍지회장은 “다른 사업장에 연대하러 갈 때 우리 발언이 없으면 사실 그냥 앉았다 가는 거다. 하지만 공연을 하면 동지들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작곡으로 앨범 만들고 싶다”

‘콜밴’은 네 곡의 자작곡을 갖고 있다. 가사의 소재는 콜트악기지회와 콜텍지회의 투쟁 상황이다. ‘콜밴’ 멤버들이 쓴 가사에 이인근 콜텍지회장이 곡을 붙이면 ‘콜밴’의 음악 스승인 인디뮤지션 ‘푼돈들’이 곡을 다듬어 자작곡을 완성한다.

<꿈이 있던가>는 방종운 콜트악기지회장이 ‘결코 포기하지 않고 꿈을 찾겠다’는 의미로 쓴 시에 곡을 붙였다. <주문>은 김경봉 조합원이 집회 사회를 볼 때마다 했던 말, “박영호 사장은 노동자보다 수백수천배의 고통 속에 신음하면서 처절하게 살아야 된다”고 주문처럼 되뇐 말을 가사로 썼다. <서초동 점집>은 임재춘 조합원이 만든 노래다. ‘장래에 다가올 경영상의 위기’ 때문에 정리해고를 시행한 것이 정당하다며 회사 손을 들어준 2014년 대법원 판결에 대해 “미래의 경영까지 점을 치는 신 내린 무당인가”라고 조롱하는 내용이다. 가장 최근에 완성한 <고공>은 이인근 콜텍지회장이 2008년 고공농성 당시를 회상하며 쓴 곡이다. 임재춘 조합원은 “자작곡 만들기 힘들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소재로 쓰니 그에 맞는 상황 표현을 할 수 있다”며 자작곡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콜밴’ 멤버들은 자작곡으로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콜밴’은 새누리당사 앞 단식농성을 시작하기 전 자작곡 네 곡으로 앨범제작을 시도했다. 준비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무산됐지만, ‘콜밴’ 멤버들은 자작곡 서너 곡을 추가해 정규 앨범을 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또 하나의 소망은 복직한 뒤 ‘콜밴’이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이인근 콜텍지회장은 인터뷰 막바지에 “시간이 지나도 콜밴 1기, 2기로 계속 이으면서 현장에서 활동하고, 투쟁 사업장과 연대하는 ‘콜밴’을 만들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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