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부터 10월 31일까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최종범 열사 2주기 열사정신계승 실천 주간이 이어졌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내근, 외근 구분 없이 현장에서 추모 리본을 패용한 채로 업무를 이어갔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있는 50여개의 센터 노조 게시판에는 최종범 열사 2주기 포스터가 부착되었고 천안분회 휴게실과 지회 사무실에는 분향소가 마련되었다.

달력이 두 차례 바뀌고 세월이 무심히 갈지라도 동지는 생생하게 떠오른다

최종범 열사 2주기 열사정신계승제는 10월 31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사의 두 번째 기일에 맞춰 진행되었다. 이날 70여 명이 넘는 간부들이 참가했으며, 열사투쟁을 함께 했던 연대단체와 염호석 열사 운영위가 자리에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최종범 열사의 두 번째 기일에 맞춰 10월31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최종범 열사 2주기 열사정신계승제를 열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2주기 열사정신계승제는 민중의례 이후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의 여는 발언으로 힘 있게 시작했다. 라두식 지회장은 “최종범 열사의 뜻을 이어 미래의 역사를 우리 손으로 만들자”고 주문했다. 이어진 유가족 인사 순서에서 최종범 열사의 아내이자 별이 엄마, 이미희 씨는 “사람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여기 모인 모두가 용기 있는 분들임을 안다. 모두가 간절히 원하면 꿈은 이뤄진다고 믿는다”며 조합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응원을 전했다.
 
다음 순서로 약력 및 투쟁보고를 마친 홍지신 천안분회 분회장은 오는 길에 짧게나마 전하고 싶은 글을 써왔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쪽글을 읽었다.

최종범 열사가 우리 곁을 떠난 지 2주기가 되는 오늘입니다. 1년 어느 달보다 더욱 최종범 열사가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것이 10월인 것 같습니다. 최종범 열사는 천안분회에 처음으로 노조를 알리고 적극적으로 노동조합 가입을 도모한 동지였습니다. 저 역시 열사와 얘기를 나누고 노조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종범이는 모든 면에서 항상 적극적이었던 동지였습니다.
종범아, 보고 있지? 너를 잊지 않고 항상 생각하는 동지들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너의 전부인 별이와 가족이 함께하고 있다. 너의 꿈이자 우리의 꿈인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결사투쟁의 정신으로 싸울게. 지켜봐 줘. 보고 싶다, 종범아.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최종범열사 2주기 열사정신계승 실천주간(2015년 10월 26일~31일)동안 리본을 달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함재규 노조 부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불꽃처럼 산화한 전태일 열사가 바랐던 세상은 아직도 이뤄지지 못했다”며 “최종범 열사는 우리의 전태일이다, 최종범 열사의 헌신은 우리 가슴에 남을 것이며 동지의 뜻이 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운 추모연대 의장은 “민주노조를 꿈꿨던 동지의 마음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에서 늘 선봉에 섰던 지회 노래패 밧데리는 이날 ‘민들레처럼’과 ‘부치지 않은 편지’를 부르며 최종범 열사를 추모했다. 이태한 열사회 사무국장은 2주기 열사정신계승제를 준비하며 느꼈던 소회를 밝히며 최종범 열사에게 띄우는 편지를 낭송했다.

종범이 형!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나요? 오늘 우리는 형이 떠난 지 2년째 되는 날 이곳에 다시 모였어요. 형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형을 추억하기 위해 많이 모였어요. 지난 2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형 때문에 울다가, 웃다가, 심각하다, 행복해하다… 

2년 전 홈플러스 옆에 다 같이 모여서 노동가 연습할 때 생각나요? 이 노래 다 외워서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음정, 박자 틀리지 않고 다 부르겠다고 약속했었잖아요. 이제 조합원들이 노동가 네 다섯 곡은 거뜬히 외우고 있어요. 형이 떠나고 난 뒤 많이 슬펐고 절망했기에 원망하는 마음이 마음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으려 합니다. 종범이 형의 유언처럼 형이 남긴 뜻대로, 우리의 투쟁이 힘을 받아 정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요. 호석이 형, 현우 형과 같이 우리 앞날 잘 지켜봐 주세요. 사랑합니다, 종범이 형.

2015년 10월 31일, 형의 두 번째 기일에 동생 태한 올림.

 

헌배 이후에는 최종범 열사회 제 1차 정기총회가 이어졌다. 최종범 열사회 제 1차 정기총회에서는 최종범 열사회 임원 및 운영위원 선임에 대한 보고와 최종범 열사회배 송곳 독후감 시상작 발표, 회칙 개정안 의결, 사업계획 운영위 위임에 대한 의결 등이 진행되었다.

염호석 열사투쟁과 임단협 투쟁, 현장 투쟁으로 체계정비를 하기 어려웠던 여건 속에서도 최종범 열사회의 불씨는 살아있었다. 최종범 열사회는 이번 2주기를 준비하며 재정비를 탄탄히 했고 그 결과 100여 명의 회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이번 2주기를 준비하며 최종범 열사회는 민주노조의 깃발을 지키고 최종범 열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진할 것을 다짐했다. 이렇듯 열사를 기억하는 조합원들이 있기에 삼성에 꽂은 노동조합의 깃발은 더욱 공고하게 자리 잡아 나갈 것이다.

최종범 열사 2주기 행사에 참여해 주신, 각 단체 여러 동지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동지들 덕분에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열사의 뜻과 그 마음을 한 번 더 새겨 노동자들이 열망하고 있는 노동 해방의 그 날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열사의 묘역 앞에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열사정신 계승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투쟁!– 2015년 10월 31일 김기수 최종범 열사회 회장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