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은 영어로 ‘Labor movement’라고 하고 한자로 ‘勞動運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말로 ‘운동運動’은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힘쓰는 일. 또는 그런 활동’을 뜻한다. 운동은 movement와 ‘사람이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일’ 즉 sports의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래서 광고 세계에 살고 있는 분들이 ‘내년에 운동 좀 열심히 해 보려고요’라는 새해 포부를 밝히면 조직이나 단체에 더 헌신하겠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겠다는 뜻인지 되물어 보는 해프닝도 종종 발생한다.

각설하고 그 만큼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힘쓰는 일 또는 그런 활동’을 뜻하는 운동과 ‘몸을 단련하는 일’인 운동 간에 유사성이 있다. 최근 방송을 타기 시작한 세계적인 운동(스포츠)브랜드 나이키가 축구선수 이영표를 모델로 한국을 대상으로 만든 광고가 있다. 이 광고에서 이영표가 던지는 대사는 나에게 ‘몸을 단련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힘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들린다.

 

광고에 등장하는 스포츠선수들은 자기 종목을 아주 잘하는 프로들이 아니다. 조금 미숙하고 어리바리해 보이는 야구선수가 등장해서 3루를 향해 달리지만 아웃당하고 만다. 그때 이영표가 “시간 낭비야”라고 냉소적인 미소를 보낸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좌절하면서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운동을 계속 하는 사람들에게 이영표는 계속 냉소를 날린다. “인생에 도움이 안 돼.” “운동이 밥 먹여 주나?”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냥 남들이 하는 대로 하자.”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도 끝까지 하겠다는 거야?”

광고를 보면서 “운동이 밥 먹여 주나?”라는 말에 울컥했다. 나이키 광고를 기획한 사람들이야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뜻에서 이 광고를 만들었겠지만 나에게 꼭 그렇게만 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쌍용자동차 7년의 투쟁 기간 동안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해고노동자 187명이 주변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아마 수백 번도 넘게 들었던 말일 것이다. “이런 투쟁이 밥 먹여 주나”라는 말.

2,822일이라는 기록적인 투쟁을 한 재능교육해고자도 마찬가지로 “다른 먹고 살길 찾아라”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노동운동뿐 아니다. 한 달에 100만원 남짓 활동비를 받고 활동하고 있는 시민운동가, 진보정당운동가, 노조상근자 등 이 세상의 모든 활동가들이 명절날 가족 어른들께 들었던 한마디는 바로 “운동이 밥 먹여 주나”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당신의 활동에 냉소로 가득 찬 미소를 날리던 사람들은 “운동이 밥 먹여 주나”라고 했을 것이고 그나마 당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그냥 남들이 하는 대로 하자”며 현실과 타협을 주문했을 것이다.

이미 현장을 떠나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은 당신을 안쓰러워하면서 마치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라고 한다. 계속되는 적들의 탄압에 우리의 투쟁이 패배할 때 적들은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바꾸지 않아”라고 속삭였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이 모든 유혹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오늘도 “끝까지 하겠다는 거야”를 되새기는 이 땅의 모든 활동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래 끝까지 가보는 거다. 모두 함께.

묵묵히 맡은 책무를 수행하신 금속노조 8기 사무처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김범우 / 광고회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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