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유성기업 노동자들 심리치유를 시작할 때, 1년 정도면 치유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은 갈수록 나빠져 올해 최악입니다. 이런 상황에 우리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 아산지회(지회장 홍종인)와 대전충북지부 유성기업 영동지회(지회장 이정훈) 조합원들이 노조파괴 피해 4년이 흐른 지금 심각한 정신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가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은수미·장하나 의원실과 함께 9월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노동탄압 피해 노동자 심리·정신건강 실태와 과제’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 노조가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은수미·장하나 의원실과 함께 9월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노동탄압 피해 노동자 심리·정신건강 실태와 과제’ 토론회를 열고 있다. 김경훈

충남노동인권센터 부설 노동자심리치유사업단 ‘두리공감’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조합원의 정신건강 상태는 조사를 시작한 2012년보다 악화됐다. 우울 고위험군은 42.1%에서 43.3%로 조금 올랐지만, 특성불안 고위험군과 상태불안 고위험군은 각각 0.7%에서 9.0%, 3.5%에서 22.1%로 크게 상승했다. 사회심리 스트레스 고위험군도 2012년 50.7%에서 64.5%로 상승했다. 이 수치는 충남지역의 장기투쟁사업장이나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보다도 높은 수치다.

외상 후 스트레스 고위험군은 2012년 52.4%, 2015년 53.6%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장경희 ‘두리공감’ 활동가는 “외상 후 스트레스는 사건 발생 이후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어야 정상인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의 경우 줄지 않고 있다. 외상이 지금도 계속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 유금분 심리상담사가 9월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탄압 피해 노동자 심리·정신건강 실태와 과제’ 토론회에서 조합원들의 심리상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김경훈

장경희 활동가는 “2015년 실태조사 지표는 조사 이후 최악 수준”이라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조합원들의 심리·정신건강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라고 진단했다. 장경희 활동가는 해결 방안으로 ▲지역사회, 지자체, 사회단체 등이 광범위한 지원체계 마련 ▲정신건강 악화 요인 분석을 위한 역학조사 실시 ▲유성기업의 노조 탄압 중단을 위한 공동행동 모색 등을 제안했다.

유금분 심리상담사는 유성기업 조합원들의 상담 사례를 발표했다. 심리상담을 받은 조합원들은 분노조절장애, 수면장애, 소화불량 등을 겪고 있다. 한 조합원은 직장폐쇄 당시 용역들이 승합차를 몰고 조합원들에게 돌진했던 장면이 트라우마로 남아 잠을 자면 차에 치여 죽을 거라는 공포 때문에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분노를 통제하지 못해 아이가 사소한 잘못만 저질러도 때리고, 아이가 아버지를 무서워하는 등 노조파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족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두리공감이 실시한 유성기업 심리·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성기업 노동자 중 특성불안 고위험군이 2012년 0.7%에서 2015년 9.0%로 크게 늘었다. 두리공감 제공

유금분 심리상담사는 “이 노동자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려 할 때 손을 잡고 말리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심리상담은 한계가 있다”며 “회사와 국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성기업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공모해 2011년 5월18일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그해 7월15일 기업노조를 설립하는 등 노조파괴 공작을 시행했다. 유시영 대표이사는 현재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관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유성기업 아산지회와 유성기업 해고자들은 9월3일 각각 대전고등법원 천안지원과 대전고등법원 앞에서 유성기업 사용주 처벌 촉구 기자회견과 해고자 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노숙투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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