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곧 터져버릴 것 같은 활화산이여, 뛰는 맥박도 뜨거운 피도 모두 터져버릴 것 같아.’

8월12일 노조 대전충북지부 한국타이어지회(지회장 양장훈, 아래 지회) 사무실. 지회 율동패 ‘톱니바퀴’ 패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불나비’에 맞춰 율동 연습을 하고 있다. 지회의 첫 공장 안 집회를 며칠 앞둔 패원들은 40여 년 전부터 투쟁 현장에서 불린 노동가 ‘불나비’를 들으며 투쟁의 의지를 새롭게 다졌다.

지회는 2014년 11월27일 설립했다. 한국노총 전국고무산업노동조합연맹을 상급단체로 둔 기존 노동조합이 다수노조라 소수노조인 지회가 활동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톱니바퀴’ 결성을 주도한 조길원 사무장은 “예전 대전 유성 리베라호텔 율동패를 보면서 감명 받았다. 지회가 힘든 상황에서 활력소가 되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2014년 12월 29일, 지회 간부를 중심으로 ‘톱니바퀴’를 띄웠지만 활동이 쉽지 않았다. 한국타이어는 3교대 사업장이고, 패원이 모두 지회 간부라 노동조합 활동으로 바쁘기 때문에 서로 시간을 맞춰 연습하고, 공연하기 쉽지 않았다.

▲ 한국타이어지회 율동패 '톱니바퀴' 조합원들이 8월17일 금산공장 안에서 열린 ‘올바른 임단협 체결과 노동권 사수’를 위한 집회에서 역사적인 첫 현장 공연을 하고 있다. 금산=김경훈

지회 밖에서 ‘톱니바퀴’ 활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당시 대전 지역은 문선 활동이 침체한 상태였고 지역 노동자들이 문선 활동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김용성 지회 노동안전부장은 “대전은 유명가수가 와도 박수도 안 치는 동네다. 첫 무대에 올랐을 때 반응이 좋지 않아 속상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톱니바퀴’의 활동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노동자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두 달 전 두 조합원이 새롭게 ‘톱니바퀴’에 가입했다. 김영철 노동안전부장과 손영길 영상부장이 가입했다. 김영철 노안부장은 “공연을 보고 멋있어서 ‘톱니바퀴’에 들어왔다”고 말한다. 한종대 조직차장은 “후원주점에서 공연 했을 때도 호응이 엄청났다”고 자랑했다.

 

“문화패 활동이 투쟁력 키우는 핵심”

‘톱니바퀴’ 패원들은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것으로 많은 동지들을 알게 된 사실을 꼽았다. 김용성 노안부장은 “‘톱니바퀴’ 활동을 하면서 지회 밖에서 인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말한다. 조길원 사무장은 “노동자대회 당시 여러 문선패 동지들과 합숙하며 조합활동에 대해 이야기한 기억이 남는다”고 말했다.

‘톱니바퀴’는 지역에서 연대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톱니바퀴’는 인터뷰한 8월12일 전교조 대전지부 율동패 ‘노조원’,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전지부 연합 율동패 ‘해방’과 함께 지회 사무실에서 연습했다. ‘톱니바퀴’는 아직 한국타이어 현장에서 공연한 경험이 없다. 후원주점이나 공장 선전전할 때 공연했지만, 현재까지 ‘톱니바퀴’의 주된 활동은 타 사업장 연대 활동이다. 최근 7월28일부터 8월12일까지 진행한 전교조 2015년 교육혁명 전국도보대장정에 연대했다.

▲ 한국타이어지회 율동패 '톱니바퀴'와 '몸짓 선언'의 정은진 동지가 8월12일 율동패 활동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대전=김경훈

지회는 8월17일 처음으로 공장 안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패원들은 공장 안 첫 공연을 앞두고 기대와 걱정이 섞인 반응을 보였다. 손영길 영상부장은 “돌발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첫 현장 공연에 대한 기대도 있다. 배상수 노동안전차장은 “지회 현장에서 공연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이제까지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며 “8월17일 한국타이어 자본을 향해 소리칠 수 있는 자리를 꼭 만들 것”이라고 결의했다.

소수노조라는 제약 속에서 활동해야 하는 지회에게 ‘톱니바퀴’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톱니바퀴’ 패장을 맡고 있는 정동호 문화부장은 “소수노조라서 지회가 할 수 있는 활동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지회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문화패였다. ‘톱니바퀴’ 하나만 보고 동지들이 많이 와서 응원해주고, 노동조합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용성 노동안전부장은 “‘톱니바퀴’ 패원들은 문선패 활동을 하고, 앞에 나와 싸우면서 눈빛이 변했다. 다들 싸움꾼이 됐다”며 “문선패 활동이 투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핵심”이라고 자부한다.

‘톱니바퀴’ 활동들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패원들이 꿈꾸는 앞으로 계획이 원대하다. 김용성 노동안전부장은 “노동자 문화나 문선패에 대한 노동자들의 부족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더 열심히 활동하고 투쟁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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