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주통일도, 노동해방도

노동자들의 계급적 칼날을 세우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정형기 열사가 남긴 글 중에서

정형기 동지를 1993년 가을에 처음 만났다. 그해 결성한 ‘기아그룹 구속ㆍ수배ㆍ해고노동자 원상회복투쟁위원회(아래 기해투)’를 통해서 동지를 마났다. 전국 기아그룹 현장조직을 하나로 묶는 연대 모임을 시작하면서다.

고 정형기 동지는 1984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해서 현장 조직화 활동과 지역, 전국의 노동현장을 방문해 교육활동을 열정적으로 벌였다. 동지는 2009년 4월10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현장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정형기 동지는 엄혹한 군사정권아래에서 어용노조를 민주화하기 위한 현장투쟁을 전개했고 민주노조를 만들어냈다. 동지는 이 투쟁으로 1987년부터 구속과 해고, 수배를 당했다. 동지는 해고 기간에 ‘기아자동차 민주노동자회’, ‘기아자동차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와 ‘전국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결성을 주도하는 등 투쟁을 전개했다. 1995년 자동차연맹 사무처장, 민주노총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을 맡아 민주노조운동을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섰다.

정형기 동지는 대단한 현장조직가였다.

1996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 복직한 후 현장조직을 결성하고 현장 조직화를 위해 앞장섰다. 기아자동차노조 교육위원을 맡아 조합원은 물론 전국의 노동자 교육 활동을 펼쳤다. 단위사업장을 넘어 전국의 현장조직운동을 하나로 모으는데 앞장섰다. 이를 위해 ‘기아그룹 민주노동자회’, ‘민주노동자전국회의’, ‘현장실천노동자연대’ 등 전국 단위 현장활동가 조직 건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 정형기 열사.

정형기 동지는 투쟁가이며 운동의 개척자였다.

정형기 동지는 투쟁으로 한 곳에서 승리하면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노동자 대중운동의 새로운 영역과 지평을 넓혀나갔다. 동지를 보면서 라틴 아메리카의 혁명가 ‘체 게바라’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 사업장에서 노조를 민주화 하면 그룹의 활동가들을 하나로 묶어 연대투쟁을 전개해 그룹의 노동조합을 민주화 했다. 동지는 2000년 민주노총 1기 노동자통일선봉대장을 하면서 노동자 통일운동을 대중화 하는데 앞장섰다. 매향리 투쟁을 비롯해 노동자들의 자주통일투쟁에 선구자 역할을 했다.

동지는 2006년 ‘비정규직투쟁 승리를 위한 현장공동투쟁위원회’ 소집권자를 맡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투쟁을 모범적으로 전개해 승리했다. 항상 노동운동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투쟁으로 답을 만들고 전망을 제시했다.

동지는 활동의 모범이었다.

정형기 동지는 해고된 지 9년 만인 1996년 끈질긴 투쟁을 통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으로 원직 복직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복직투쟁 10년이 되기 전에 접으면 어디 가서 활동했다고 말 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정형기 동지의 투쟁을 보며 1994년 해고 후 시작한 나의 복직투쟁도 16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2009년 복직했다. 동지는 나에게 있어 힘든 16년 해고 싸움을 버티는 힘이었다. 투쟁과 활동의 모범으로 많은 가르침을 준 동지였다.

동지는 주체적으로 활동하기를 요구했다.

정세와 투쟁을 이야기 할 때면 정형기 동지는 “그러면 이 조건과 상황에서 너는 뭘 할 건데?”라고 물었다. 자기 실천을 고민하게 했다. 동지는 운동을 할 때 어느 지위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동지는 노동운동을 하면서 대중조직에서 어떤 직책을 생각하기보다 변혁운동에서 역할을 더 고민하고 실천해 왔던 사람이다.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활동하기를 당부했다. 많은 후배들이 동지를 믿고 따르고 존경했다.

정형기 동지는 기아자동차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개척하고, 자동차연맹과 민주노총을 세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장조직운동과 노동자 자주통일투쟁, 비정규직투쟁에 새로운 모범을 만들었다.

동지는 활동에 있어 가장 원칙적인 사람이었지만 대중에게는 항상 겸손했다. 동지는 “현장이 생명이다”는 원칙과 “노동운동은 사회변혁의 영도세력으로 나서야 한다”는 신념을 평생 실천했던 진정한 노동운동가였다.

평생을 노동현장에서 민주노조운동과 현장조직운동을 개척해 왔던 동지는 조국통일과 노동해방 세상 건설의 신념과 열정으로 불꽃처럼 살았던 노동자였다.

조성옥 / 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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