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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찾아 금속노조에 왔습니다”[사람과 현장] 7월10일 노조로 조직 전환, 첫 파업 벌인 경기지부 말레동현필터시스템 화성지회
강정주 편집국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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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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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를 따라 한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팔뚝질을 하는 자기 모습이 어색해서 또 한 번 웃는다. 그래도 누구보다 씩씩하게 ‘투쟁’을 외친다. 34년 말레동현 역사에 처음 있는 일. 7월21일 경기도 화성 말레동현 노동자들의 생애 첫 번째 파업 날이다.

말레동현필터시스템(아래 말레동현) 화성공장 209명의 노동자들이 7월10일 노조 경기지부의 새식구가 됐다. 조합원 총회에서 97.9%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조직을 전환했다. 정태현 경기지부 말레동현필터시스템 화성지회장은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열망이 컸다고 말한다. “이대로 안 된다. 이제 제대로 붙어보기 위해서 금속노조를 선택했다.”

   
▲ 7월21일 경기지부 말레동현 화성지회 조합원들이 역사적인 첫 파업을 했다. 파업 집회에 모인 조합원들이 아직 어색한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화성=강정주

말레동현 울산공장 노동자들은 지난해 3월 노조에 가입했다. 화성공장 노동자들은 한 달 뒤인 4월 노조를 설립했다. 금속노조가 아닌 기업노조였다. 정태현 지회장은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말라고 회사가 강하게 회유했다. 한국노총에 가입하기 보다는 기업노조로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7월21일 말레동현 화성지회 조합원들은 생애 첫 파업을 벌였다. 24시간 끄지 않았던 기계, 매일 고된 작업을 하던 현장의 불이 꺼졌다. 화성=강정주

1년 뒤 생각이 달라졌다. 노조 설립 후 회사와 노사협의를 진행했다. 임단협 교섭을 했고, 올해 5월 다시 임금교섭을 시작했다. 1년 동안 본 회사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 정태현 지회장은 “노사협의에서 현장이 너무 더우니 선풍기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우리 입장에서 안건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요구였는데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는 노조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법을 위반할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노조를 설립하며 기대했던 변화는 오지 않았다.

2015년 제대로 붙어보자

올해 임금교섭에서 회사는 시급 17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조합원들 근속이 10년, 15년 정도다. 회사는 고정 수당 등 모두 포함해서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라고 정 지회장이 설명한다. 근속 10년이 넘는 여성조합원들이 많다. 여성조합원의 자녀들은 임금명세서를 볼 때마다 이 돈을 받고 왜 그렇게까지 일하느냐고 말할 정도란다. 12시간 맞교대에 특근까지. 늘 별보고 출퇴근하며 개인 시간도 없이 일했다.

   
▲ 7월21일 말레동현 화성지회 첫 파업 집회에 이웃 사업장인 경기금속지역지회 신한발브분회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신한발브분회에서 준비한 지지 현수막을 보며 조합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화성=강정주

정태현 지회장은 “지금까지 노동자들은 수없이 회사에 양보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럽다”고 말한다. 지난해 기업노조 당시 지회는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을 회사 요구대로 합의했다. 통상임금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조합원 서명을 받기도 했다.

정 지회장은 “소송도 다 포기했다. 회사는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이익을 봤다. 지난해 한 번 적자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더 내놓으라고 한다”고 회사의 행태를 지적했다. 회사는 매년 엄청난 이익을 냈다. 지난해에 노동자들은 쉴 새 없이 잔업을 했다. 지회는 전문가에게 의뢰해 경영상태를 분석했다. 건실한 회사라는 결론이 났다. 회사는 노동자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임금 제시안을 내고 있다. 이런 회사를 바꾸려면 말레동현 화성 노동자들의 힘에 더 큰 힘을 더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금속노조 가입을 결심하는데 울산공장의 변화가 큰 몫을 했다. 정태현 지회장은 “금속노조 지회와 기업노조 당시를 비교하면 회사를 상대할 수 있는 힘이 다르다”고 말한다. “200명의 조합원이 궁금한 일,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나를 찾는다. 내가 고용노동부에 가서 문의를 하면 ‘회사랑 알아서 잘 하면 된다’는 답 밖에 하지 않는다. 나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데 같이 고민할 동지와 조직이 없었다.”

   
▲ 7월21일 첫 파업을 벌인 말레동현 화성지회 조합원들이 투쟁 승리를 다짐하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화성=강정주

정태현 지회장은 경기지부 소식지와 노동계 뉴스를 자주 봐왔다. 정 지회장은 “경기지역에 투쟁하는 곳이 많다. 노동 관련 인터넷신문을 보면 하이디스, 오스람 등 투쟁하는 사업장에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처럼 달려가서 함께하더라”라며 “우리가 원하는 활동이 바로 이거다. 모든 일을 알아서 해결해주길 바라지 않는다. 옆에서 지켜봐주고 힘을 줄 동지가 필요하다”며 금속노조를 선택한 이유를 강조한다.

양보하고 포기하면서 살 수 없다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바람을 7월10일 총회 결과로 드러냈다. 조직 전환 투표 가결과 함께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도 가결이었다. 93% 노동자가 찬성표를 던졌다. 올해 정말 싸워보자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정태현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간부보다 더 열성이다. 지회 지침이 없어도 특근을 거부하고, 더 세게 나가자고 얘기한다”고 조합원들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 7월21일 공동 파업집회를 연 신한발브분회와 말레동현 화성지회 조합원들이 마주보고 인사를 하고 있다. 화성=강정주

정 지회장은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한다. 임금교섭을 마무리하면 시급히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 지회장은 “회사에서 작업환경 측정을 한다. 모두 ‘양호’하다고 결과를 붙인다. 조합원들은 내가 일하는 곳이 안전한지, 문제가 없는지 자세히 듣고 싶은데 말해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현장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정태현 지회장은 “울산공장은 노조 가입 뒤 환경을 많이 개선했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이 건강하게, 다치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우리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회사는 알아서 작업 환경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 금속노조, 민주노총의 정보와 힘을 이용해 좋은 공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정태현 말레동현 화성지회장이 “경기지역에 투쟁하는 사업장이 많다. 노동 관련 인터넷신문을 보면 하이디스, 오스람 등 투쟁하는 사업장에 많은 조합원들이 자신의 일처럼 달려가서 함께하더라. 우리가 원하는 활동이 바로 이거다. 모든 일을 알아서 해결해주길 바라지 않는다. 옆에서 지켜봐주고 힘을 줄 동지가 필요하다”며 금속노조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화성=강정주

말레동현 화성지회 조합원들의 첫 파업 날, 가까운 이웃 사업장인 경기금속지역지회 신한발브분회 조합원들이 네 시간 파업을 하고 달려왔다. 두 사업장은 말레동현 화성공장 정문에서 공동 집회를 벌였다. 뜨거웠던 파업 집회, 신한발브분회는 경기지부 새 식구 말레동현 노동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선물했다. “두 사업장 축구 동호회는 늘 앙숙입니다. 우리는 같은 금속노조입니다. 앞으로 자주 만납시다.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오겠습니다.” 두 사업장 노동자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아직 ‘임을 위한 행진곡’도 못 부릅니다. 내일 파업하고 구호 외치는 방법도 처음 배웁니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신규사업장이지만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동지들 반갑습니다.” 말레동현 화성지회 조합원들이 전국의 노조 동지들에게 포부 넘치는 첫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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