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앞 8번 출구.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오고가는 틈에 다윤이 엄마가 서있다. 안산 단원고 학생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단원고 교사 양승진, 고창석, 시민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세월호에 갇혀있는 아홉 명의 사람들이다. 이들 중 박은미 씨의 딸 다윤이가 있다. 7월7일 다윤이 엄마 박은미 씨를 만났다.

박은미 씨의 얼굴은 아픈 기색이 역력했다. 몇 분 서있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병원에 누워있을 수는 없다. 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은미 씨는 여전히 자신의 삶이 2014년 4월16일에 멈춰 있다고 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448일, 1년 하고 83일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못하는 딸을 기다리며 온몸의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 7월7일 다윤이 엄마 박은미 씨가 세월호 노란리본을 손에 들고 선전전을 하고 있다. 박은미 씨는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는 시민이 한 명이라도 늘어나야 한다는 바람으로 매일 피켓을 들고 청와대와 홍대입구에 나오고 있다. 강정주

박은미 씨는 90분 동안 자리를 지키며 피켓을 들고,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세월호 리본을 가득 쥔 손을 거두지 않았다. “나라도 나와서 알려야 사람들이 아직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 빨리 세월호를 온전하게 인양해야 한다는 요구를 알릴 수 있잖아요. 그래야 전국에서 국민들이 같이 움직여 줄 테고.”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다

박은미 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청와대와 홍대입구역 앞에 나온다. 오전 11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곧바로 홍대입구역으로 와서 오후 2시부터 90분 동안 피켓을 든다.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은 전국을 돌며 세월호 인양을 함께 외쳐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은미 씨는 “생존 학생들이 세월호 4층에서 다윤이를 마지막으로 봤다고 했어요. 내 딸은 확실히 배 안에 있어요”라며 “사람들이 실종자 가족이라고 하는데 실종은 어디 있는지 모를 때 쓰는 말 이예요. 우리는 아홉 명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요. 저 배 안에 있는데 정부가 수습해주지 않아 아직도 찾지 못할 뿐이죠”라고 말했다. 자신들을 실종자 가족이 아니라 ‘미수습자 가족’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박은미 씨와 다른 가족들의 요구는 하나다. 박은미 씨는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서 내 딸 다윤이, 그리고 여덟 명의 가족을 찾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수차례 얘기했다.

다윤이 엄마는 마음이 급하다. 올해 안에 꼭 세월호를 인양해 딸을 찾아야 한다는 바람이 간절하다. 딸을 너무 오래 물속에 둬서이기도 하지만 올해를 넘기지 말아야 할 다른 이유가 있다.

“내년 1월이면 아이들 졸업식 이예요. 아이들 없이 졸업식을 할 수 없잖아요. 제발 다윤이가, 은화랑 현철이, 영인이가 다른 희생 학생들, 생존한 친구들과 함께 졸업식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찾아주세요.”

정부는 지난 4월22일 세월호 선체 인양을 발표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어렵게 수색 중단 입장을 밝히고도 열흘이 더 지나서였다. 박은미 씨는 “정부의 인양 발표는 국민들이 같이 행동해줬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인양 발표가 너무 늦기도 했지만 발표에서 끝나면 안 돼요. 세월호를 뭍으로 꺼내고 사람들을 찾아야 진짜 인양이죠. 모든 희생자 가족들, 국민들이 바라는 진상규명도 세월호를 인양해야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 다윤이 엄마의 몸 곳곳에는 세월호와 다윤이를 기억하는 물건이 있다. 다윤이 이모가 만들어 준 '다윤'이라고 적힌 반지. 강정주

 

다윤이 찾을 때까지 죽을 수도 없다

선체 인양 발표 이후 천문학적 비용을 운운하는 인양 반대 기사를 볼 때마다 다윤이 엄마는 가슴이 무너졌다. “선체를 절단한다는 둥, 구멍을 몇 개 뚫어야 한다는 둥.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두려워요. 제발 온전하게 세월호를 인양해서 아이를 찾아주세요.” 박은미 씨는 지난 밤에 정부가 유실 방지 대책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걱정이 돼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말한다. 딸이 갇혀있는 배를 온전히 바다 밖으로 꺼내는 것 말고는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는 날을 살고 있다.

박은미 씨는 국민들의 힘 말고는 믿을게 없다고 호소했다. “올해 4월16일이 지나고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줄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정부가 인양 발표했으니 이제 알아서 찾아주지 않겠냐고, 기다리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이미 1년 넘게 정부를 지켜봤어요. 그냥 앉아서 믿고 기다릴 수 없어요.” 박은미 씨는 “전국에서 국민들이 일어나야 해요. 정부도 국민들을 가장 무서워 할 거예요.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할 방법은 국민들 힘밖에 없어요”라고 당부했다.

세월호 안의 딸을 찾아달라고 외치고 있지만 사실 박은미 씨는 아직도 딸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박은미 씨는 “내 딸이 배 안에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요. 자다가 깨면 다윤이가 옆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없어요. 이 때 제일 힘들어요”라고 딸에 대한 그리움을 말한다.

둘째인 다윤이는 첫째 딸과 달리 엄마, 아빠밖에 모르는 아이였다. ‘엄마 껌딱지’라고 부를 만큼 항상 엄마 옆을 지켰다. “다윤이는 내성적이었어요. 밖에 잘 나가지도 않고 엄마, 아빠와 같이 다니기 좋아했어요. 얼마나 끔찍이 엄마를 좋아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사랑하는 딸의 얼굴을 보지 못한지가 벌써 4백일을 훌쩍 넘겼다.

“아이를 찾아도 가족들은 평생 아프고 그리워해야 해요. 그런데 왜 아직까지 찾아주지도 않는 건가요.” 박은미 씨는 “가족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우리도, 배 안에 있는 아홉 명도 대한민국 국민 이예요. 대한민국 정부라면 사람을 찾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하잖아요.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하나밖에 없어요. 제발 우리 가족들을 찾아주세요”라고 애원했다.

▲ 7월7일 선전전에 참여한 시민들이 홍대입구역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세월호 노란리본을 나눠주고 있다. 강정주

 

같이 외쳐주세요. 같이 행동해주세요

얘기를 나누던 중 다윤이 엄마는 두 손을 꼭 잡으며 부탁이 있다고 했다. “내가 있는 곳에 같이 와서 피켓을 들지 않아도 되요. 자신이 있는 곳에서, 전국 어디에서든지 작은 종이에라도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라,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다’는 글을 적어서 사진 찍어주세요. 누구라도 볼 수 있게 종이를 들어주고, SNS에 올려주세요. 꼭 알려주세요.” 박은미 씨는 “다윤이 엄마가 딸 찾을 수 있게 부탁했다고, 꼭 도와달라고 했다고 사람들에게 말해주세요”라고 말하며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박은미 씨는 진도 팽목항 얘기도 잊지 않았다. 매 달 마지막 주 토요일 팽목항에서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여전히 기다리다’라는 제목을 걸고 아홉 명의 미수습자를 기억하고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공연을 열고 있다. 박은미 씨는 “팽목항에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세월호 참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 아직 그 안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기억할 수 있어요”라고 당부했다. 이번 달 25일 팽목항 문화제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같이 해 준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어요. 조금만 더 도와주세요. 세월호 빨리 인양하라고, 아홉 명을 찾아달라고 같이 외치고 같이 행동해주세요. 잊지 말아주세요.”

아직 세월호 안에 아홉 명의 사람이 있다.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 바다 속에 있다. 세월호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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