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창구단일화 제도를 시행한지 올해 7월로 4년이 지났다. 노동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선진화라는 미명으로 도입한 복수노조제도가 민주노조파괴의 수단으로 변질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법이 강제하는 교섭창구단일화로 인해 민주노조가 교섭권과 쟁의권을 박탈당하고 사용자가 지배개입해 만든 어용노조가 멋대로 단체협약을 개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양대 노총이 2014년 함께 실시한 복수노조 사업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69.2%, 한국노총 사업장의 73%가 복수노조 도입이후 단결권이 약화됐다고 응답했다. 교섭권은 민주노총 사업장의 70.8%, 한국노총 사업장의 66.8%가 복수노조제도 도입 이후 약화됐다고 응답했다. 현장은 복수노조제도가 도입 취지와 다르게 노동조합을 억누르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 7월 14일 민주노총이 13층 대회의실에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 시행 4년, 유형별 노조탄압 사례 고발 언론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성민규

민주노총은 7월14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복수노조창구단일화 제도는 어떻게 악용되는가?’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 노조, 연맹별로 복수노조제도를 이용한 현장탄압 상황을 공유하고 언론에 알렸다.

이날 간담회에 노조 유성기업지회를 비롯해 전국플랜트건설노조,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보건의료산업노조,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서 참석해 복수노조제도 도입이후 제도를 악용한 현장 탄압 행태를 증언했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와 연맹들은 ▲교섭창구단일화제도로 교섭권 박탈 ▲차별로 노조탈퇴 유도가 민주노조 사업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탄압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업주들은 이 과정에서 온갖 불법 부당노동행위를 동원하고 있다.

어용노조 이용해 교섭권 빼앗고 깜깜이 교섭

이영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사업주들이 전국에서 조직적 우위가 있는 전국플랜트건설노조를 배제하기 위해 현장별로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해 교섭권을 빼앗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노동위원회가 사업주들의 교섭단위 분리요청을 너무 순순히 받아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영록 실장은 “사업주들은 조합비 원청징수와 조합비 대납 같은 불법행위로 어용노조를 다수노조로 만들고 자기들 마음대로 교섭을 정리한다. 한 번 다수노조가 정해지면 2년간 교섭권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민주노조는 공사기간 내내 손발이 묶인다. 사실상 노동조합이 무력화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증언했다.

▲ 7월 14일 '민주노총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 시행 4년, 유형별 노조탄압 사례 고발 언론사 간담회'에서 이영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이 회사가 친사용자 노조를 현장에 세우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영록 실장이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요건의 근거 없이 사용주 요청에 따라 지역별, 현장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성민규

신현규 발전노조 위원장은 “회사는 현장무력화를 위해 활동가 전환배치을 이용했다. 동해에서 여수로 당진에서 울산으로 이동 발령을 내는 등 노조 활동가 50여명을 강제 전환배치 했다. 기업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조합원들에게 인사고과 불이익을 주며 탈퇴를 유도했다”고 규탄했다.

신현규 위원장은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승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노조에 끝까지 남아있기 어렵다. 회사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위해 개별동의를 받을 때도 같은 위협을 반복했다”고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전했다.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회사 친화적인 어용노조를 사업주들이 전략적으로 이용하면서 조합원들의 교섭권과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노총 소속 철도산업노조가 사용자 주도 및 지원 아래 조직을 확대시키면서 노동자들의 노조활동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김형식 보건의료노조 조직 2실장은 “한국노총소속 철도산업노조가 고려수병원에서 보건의료노조 소속 조합원들에게 요구안과 교섭상황도 밝히지 않고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번 공정대표의무 준수를 요구했지만 무시하고 있다. 공정대표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때 처벌조항이 없다. 어용노조는 이를 악용해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고 사용자들과 교섭하고 있다. 처벌조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법부의 편향이 사업주의 일탈 부추겨

최다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서경지부가 조직한 17개 대학사업장 중 14개가 복수노조 사업장이고 대부분 철도산업노조 소속이다”며 “어용노조는 노골적인 단협 양보안과 최저임금과 동일한 임금안을 제시하며 회사와 유착하고 있다. 지부 소속 조합원들은 성과급과 노동조건의 차별을 견디면서 현장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소개했다.

▲ 7월14일 '민주노총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 시행 4년, 유형별 노조탄압 사례 고발 언론사 간담회'에서 홍종인 지회장이 “복수노조를 이용한 부당노동행위가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사업주를 무혐의 처리했다. 사법부의 편향이 사용주들의 일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성민규

노조파괴를 위해 제도를 악용하는 사용자들에 대한 처벌이 약하거나 사법부가 친사용주 행태를 보여 노동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홍종인 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창조컨설팅 기획에 따라 복수노조를 만들고 노조파괴를 실행한 명백한 위법행위를 저질렀지만 사용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없다. 노동부는 쟁의행위를 멈추라고 하고 검찰은 사업주를 무혐의 처리했다. 이런 편향이 사용주들의 일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종인 지회장은 “회사 관계자들은 검찰이 무혐의 처리하자 복수노조를 이용한 탄압을 더 강화하고 있다. 임금을 이용한 살인적인 탄압을 저지르고 있다. 성과급 차별지급과 임금삭감으로 지회 확대간부 중 월급 100만원이 넘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홍종인 지회장은 “명백한 범죄 증거에도 사업주의 잘못을 눈감아주는 검찰과 경찰은 노동자들이 항의하면 무자비한 벌금과 즉각 기소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가하는데 동참하고 있다”며 “정권이 노동시장구조개악을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법 제도와 인적자원을 동원한 노조 탄압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고 진단했다.

신현규 발전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회사의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도 고발하기 주저하고 회사와 맞서기를 회피하고 있다. 법률 대응으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제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며 “회사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단위사업장을 뛰어넘어 부당노동행위에 공동 대응하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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