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의 오스람코리아 노동자들이 분회를 설립하고 노조에 가입한 지 여덟 달이 지났다. 오스람코리아분회 조합원들은 여전히 “제대로 교섭 좀 하자”는 요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 곳 노동자들은 경기지부 경기금속지역지회 오스람코리아분회를 설립했다. 곧바로 회사에 노조 활동 시간 보장, 노조사무실 제공 등 기본협약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교섭을 요구했다. 회사는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라, 회사는 아직 준비 못했다. 일과 시간 끝나고 공장 밖에서 교섭 하자’ 등 온갖 핑계를 대면서 교섭을 회피했다. 분회는 교섭을 한 번 못한 채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 6월18일 2공장 마당에서 노조 경기지부 경기금속지역지회 오스람코리아분회 조합원들이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안산=강정주

오의석 분회 사무장은 “회사가 불법을 피하기 위해 겉으로 노조 인정한다, 대화로 해결하자고 말하지만 노조 요구를 일체 받아들이지 않는다. 합의한 사항이 하나도 없다. 여지껏 노조사무실도 제공하지 않았다.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다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노조사무실 제공을 계속 거부하자 분회는 6월10일 2공장 마당에천막을 설치해 노조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회사는 이 천막을 ‘불법설치물’이라며 계속 유지할 시 징계하겠다는 내용증명을 조합원들 집으로 보냈다.

 

말 잘 듣는 노조만 인정?

회사는 고용노동부 중재로 교섭에 나왔지만 파업을 유보하면 기본협약을 논의하겠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회사는 노동부가 빠지니 입장을 바꿨다. 단체협약 요구안에 대해 회사가 제시한 안은 취업규칙 수준이었다. 조합원 가입 범위나 징계 수준은 취업규칙보다 못했다. 회사는 지난 교섭에서 ‘노조가 진전된 안을 갖고 오지 않으면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단체교섭의 틀을 엎어버리는 발언을 했다.

▲ 6월18일 조동윤 오스람코리아분회장은 “경기 반월공단에 8년 만에 생긴 노조라고 들었다. 이제 회사를 믿지 않고 우리 힘으로 고용과 삶을 지키겠다”며 “시작한 이상 끝을 보겠다. 비참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당당하게 노조, 지부와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안산=강정주

조동윤 분회장은 “회사는 말 잘듣는 노조를 원한다. 우리 분회처럼 노동자 입장에서 요구하고 투쟁하는 노조는 인정할 생각이 없다”고 회사의 태도를 규탄했다.

오스람코리아는 삼파장 램프 등 조명을 만드는 회사다. 일상 생활 곳곳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형광등을 만든다. 조동윤 분회장은 “한국의 유일한 형광등 생산 공장이다. 한 해 매출이 1천5백억 원, 5년 동안 영업이익만 1천88억 원이다. 2백 여 명이 일하는 안산 공장에서 어마어마한 이익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잘나가는 회사인 오스람코리아는 지난 9월 희망퇴직을 일방 공고했다. 오의석 사무장은 “전통 조명 산업이 사양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오스람코리아는 규모에 비해 엄청난 흑자를 내는 공장이다. 오스람 그룹 차원에서도 상당한 흑자라고 한다”라며 “회사는 이런 흑자를 무시하고 일방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오스람코리아는 분회 설립 8개월이 지나도록 기본적인 노조 활동 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 분회는 6월10일 공장 마당에 천막을 치고 임시 노조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안산=강정주

독일 오스람 본사는 한국 공장에서 낸 이익의 99%를 가져간다. 한국 공장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의석 사무장은 “본사는 무조건 제조원가를 줄이라고 한다. 한국 경영진은 본사가 시키는 대로 한다. 현장 노동자를 쥐어 짜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한국 노동자 쥐어짜는 독일 자본

오스람코리아는 노동자들이 퇴사를 해도 빈 자리에 추가 채용을 하지 않았다. 오의석 사무장은 “투자를 하지 않아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가며 일했다. 오스람코리아를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공장으로 만들었다”며 “본사도 한국 경영진도 자신들의 이윤만 챙길 뿐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햇다.

오의석 사무장은 “회사는 국내 공장 물량을 계속 축소해왔다. 장기적으로 국내 공장 정리를 예상하는 상황”이라며 “오스람 자본은 돈 되는 공장만 남기려고 한다. 외국자본의 먹튀 행각이 오스람코리아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6월18일 오스람코리아분회 조합원들이 모여 파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안산=강정주

오스람코리아분회 조합원들은 이런 예상으로 더욱 금속노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의석 사무장은 “피도 눈물도 없는 외국 먹튀자본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조직이 금속노조라고 본다. 분회 조합원들은 회사가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금속노조를 끝까지 지키겠다”며 “우리는 언제나 대화할 수 있다. 회사는 욕심 버리고 정상적인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동윤 분회장은 “전체 조합원의 고용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조동윤 분회장은 “경기 반월공단에 8년 만에 생긴 노조라고 들었다. 이제 회사를 믿지 않고 우리 힘으로 고용과 삶을 지키겠다”며 “시작한 이상 끝을 보겠다. 비참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당당하게 노조, 지부와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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