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티넨탈지회 이광연 조합원은 긴장한 모습이었다. 연신 담배를 피웠다.

“긴장은요, 이까짓 거 뭘……”

큰소리 쳐보지만 온통 반짝이는 무대의상을 들었다 놨다, 무지갯빛 가발을 썼다 벗었다 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오디션 참가자다. 무리도 아닌 것이 무대의상과 ‘깔맞춤’해 붉은 반소매 티셔츠까지 입은 이광연 조합원은 오늘 동료들과 함께 문화제 메인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 이광연 조합원은 6월24일 문화제 메인무대 공연을 위해 '깔맞춤'한 무대의상과 붉은 반소매 티셔츠를 입었다. 이 조합원이 간이 천막에서 무대의상과 소품을 걸치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부강공단=김형석

“비가 이렇게 내리는데 사람들 얼마 오겠어? 많이 안 오면 덜 창피하겠네.”

반어법과 은유가 풍부한 충청도 말은 잘 새겨들어야 한다. 이광연 조합원은 지금 지역 동지들이 많이 오기를 엄청 기대하고 있는데 속도 모르고 내리는 비가 야속하다는 말이다.

문화제 시작 시간을 얼마 앞두고 지역 동지들이 모여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장맛비처럼 내리던 비도 어느새 지나갔다. 옹색한 간이천막에서 밖을 내다보던 이 조합원은 그제야 얼굴을 활짝 펴며 웃는다. “많이 왔네.”

유성기업, 콘티넨탈, 보쉬전장 등 유난히 어용 복수노조로 고생하는 지회가 많은 대전충북지부(지부장 조민제)는 콘티넨탈지회 박윤종(콘티넨탈지회 지회장), 김종원(대전충북지부 수석부지부장) 두 조합원 해고 1천일인 6월24일을 맞아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오랜만에 콘티넨탈 공장 앞에서 열리는 문화제이니만큼 이광연 조합원을 비롯한 지부, 지회 조합원들은 지역 동지들에게 선보일 공연 준비로 구슬땀을 흘렸다.

조민제 지부장은 문화제 시작을 알리며 “갑을오토텍지회 투쟁 승리에서 알 수 있듯 민주노조는 단순한 구호와 이념이 아니라는 사실이 복수노조를 통해 뚜렷해졌다”면서 “콘티넨탈지회 해고자 두 동지가 조합원과 함께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고 응원했다.

▲ 대전충북지부 조합원 등 충북지역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6월24일 콘티넨탈 공장 앞 문화제를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부강공단=김형석

문화제에 금속노조 조합원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청주시노인전문병원분회 조합원 등 지역 동지들도 참석했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분회 권옥자 분회장은 “우리에게 금속노조 해고자 동지들의 씩씩한 모습은 힘이고 그늘”이라며 “멋지고 당당한, 자부심 갖고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얼마 전 우쿨렐레 초급반을 마쳤다는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 조합원은 무대에 올라 서툴지만 진지하게 우쿨렐레와 노래로 마음을 전했다. 김 조합원은 ‘꿈을 먹는 젊은이’로 “괴로움은 모두 저 강물에 버리”라고 권하고 ‘바위처럼’을 연주해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고 당부했다.

▲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 조합원은 무대에 올라 서툴지만 진지하게 우쿨렐레와 노래로 마음을 전했다. 김 조합원은 ‘꿈을 먹는 젊은이’로 “괴로움은 모두 저 강물에 버리”라고 권하고 ‘바위처럼’을 연주해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고 당부했다. 부강공단=김형석

경청하던 조합원들이 박수로 마치려 하자 김성민 조합원은 자청해 한 곡을 더 불렀다. 김 조합원은 앵콜곡으로 미국 가요 ‘당신의 나의 태양’을 연주했다. “당신은 나의 태양, 내 하나뿐인 태양. 제발 나의 태양을 빼앗지 말아요”라는 노래 가사에 조합원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윽고 콘티넨탈지회 해고자 둘이 무대에 올랐다. 박윤종 지회장은 “2012년 복수노조가 들어설 때 나는 조합원에게 가만히만 있으면 기업노조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자책하며 “그들은 매출 6천억원이 넘는 회사에서 고용불안 공포 때문에 50명 조합원을 남기고 복수노조로 떠났다”고 회상했다.

▲ 박윤종 콘티넨탈지회 지회장이 “민주노조 깃발을 꼿꼿이 세우는 송곳같은 존재가 되자”며 “천일 전 약속 중 민주노조 사수 약속만 지켰다. 이제 민주노조 복원, 해고자 복직 두 가지 약속을 지키겠다. 이것이 천일을 맞아 동지들께 드리는 약속”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부강공단=김형석

박윤종 지회장은 “우리는 민주노조 깃발을 꼿꼿이 세우는 송곳같은 존재가 되겠다”며 “천일 전 약속 중 민주노조 사수 약속만 지켰다. 이제 민주노조 복원, 해고자 복직 두 가지 약속을 지키겠다. 이것이 천일을 맞아 동지들께 드리는 약속”이라고 다짐했다.

해고자 발언이 끝나자 분위기를 반전시킬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이광연, 유재구 조합원이 메인보컬을 맡고 장현성 조합원이 율동을 맡아 노라조의 ‘해피송’을 개사한 ‘콘티넨탈 해피송’을 열창했다. 이들은 이날 공연을 위해 한동안 점심시간 20분씩 짬을 내 춤과 노래를 연습했다. “해고자 승기도 딱 잡았고 노조도 힘내서 모두 단결했어. 추악한 자본이 팍 나쁠 땐 질기게 강하게 내가 밟아줄게. 기업노조 꺼져! 짝퉁 노조 예!”

▲ 이광연, 유재구 조합원이 메인보컬을 맡고 장현성 조합원이 율동을 맡아 노라조의 ‘해피송’을 개사한 ‘콘티넨탈 해피송’을 열창하고 있다. “기업노조 꺼져. 짝퉁 노조. 예.” 부강공단=김형석

콘티넨탈지회 조합원들은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 편지 낭송과 그림자 연극 공연까지 선보였다. 이미옥 조합원은 편지글에서 “우리는 회사가 만든 꼭두각시 노조가 아니라 실체 없는 공포와 절망이라는 유령과 싸워 패배했다”며 “이 악물고 버티고 싸워 천일이 지났다. 내 동료 50명이 결국 우리 노조를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 콘티넨탈지회 조합원들이 6월24일 투쟁문화제 ‘1000일의 다짐. 그 약속을 위하여’에서 그림자 연극 공연을 펼치고 있다. 건너편에 문을 닫아 건 콘티넨탈 공장이 보인다. 부강공단=김형석

회사는 이날 문화제를 우려해 하루 직장폐쇄 조치를 내리기까지 했다. 오랜 가뭄 끝이기는 하지만 문화제를 앞두고 한차례 비가 내리기도 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콘티넨탈지회 50명 조합원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모든 공연을 마친 콘티넨탈지회 전체 조합원명은 무대에 올라 문화제를 찾은 동지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철의노동자’를 부르며 단결을 과시했다.

 
▲ 문화제 참가자들이 6월24일 콘티넨탈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민주노조 복원, 해고자 복직을 기원하는 풍등을 날려보내고 있다. 콘티넨탈 공장이 있는 세종시 부강면 하늘에 조합원들이 날린 풍등이 올라가 은하수처럼 수를 놓았다. 부강공단=김형석

문화제 참가자들은 콘티넨탈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민주노조 복원, 해고자 복직을 기원하는 풍등을 날려보냈다. 콘티넨탈 공장이 있는 세종시 부강면 하늘에 조합원들이 날린 풍등이 올라가 은하수처럼 수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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