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6월17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전순옥 의원, 정의당 심상정, 김제남 의원과 산업공단 노동실태를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산업단지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전국 여덟 개 산업단지 노동자 1천 437명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아래 근기법) 준수여부, 임금과 노동시간, 인권침해 여부 등 설문조사를 벌였다.

노동자운동연구소 박준도 기획실장은 이 설문조사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조사대상 공단 사업주 90%가 근기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노동자 40.6%가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산업공단에서 최저임금 위반, 법정 연장근로시간 위반 등 법 위반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났다.

가장 흔한 근기법 위반 사례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경우다. 공단 노동자 67.5%는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했다. 사업주가 임금과 노동시간, 휴가 등에 관한 권리를 원천적으로 알리지 않은 셈이다.

▲ 노동자운동연구소 박준도 기획실장은 이 설문조사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조사대상 공단 사업주 90%가 근기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노동자 40.6%가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산업공단에서 최저임금 위반, 법정 연장근로시간 위반 등 법 위반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났다. <자료사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공단 노동자 비율은 전국 평균 34.8%였다. 최저임금에 한참 모자라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 중 72.2%가 주48시간을 넘게 노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30.9%는 주당 60시간 넘게 일했다. 먹고 자는 시간 이외 시간은 공장에서 일하면서 법정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저임금 초장시간 노동이다.

더구나 공단 노동자 36.1%는 연장근로 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답해 약정노동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늦게 퇴근하는 이른바 ‘무료노동’ 관행에 시달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처럼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공단 노동자들은 휴가도 제때 쓰지 못하고 있다. 연차휴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고작 38.8%에 불과했다. 그나마 19.7%는 공휴일 등으로 연차를 대체하기까지 했다.

박준도 실장은 “취업규칙 게시의무 위반, 주 52시간 초과 노동, 불법파견 등은 위반율에 포함시키지도 않았다”며 “미지급 임금, 연차휴가 제약, 근로계약서 미교부 등 가장 기본적인 항목만 조사했는데 위반율이 전국 평균 90%”라고 밝혔다. 박 실장은 보고서에서 이렇게 위반율이 높은 이유는 전국 산업공단 사업주들이 실제 아무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관리자들의 일상적인 폭언, 폭행, 모욕, 감시단속, 인간관계 파괴 등 인권침해다. 설문에 응한 공단 노동자 40.6%는 인권침해를 겪었다고 답했으며 심지어 14.2%는 매일 인권침해를 겪는다고 답했다.

박준도 실장은 조사결과를 요약하며 우리나라 공단 노동 실태는 고용유연성이 지나치게 높고 최소한의 노동소득조차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전면 공단 실태조사를 벌이고 노동조합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어 사용자들의 근기법 준수를 강제하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노조 활동이 위축된 곳일수록 저임금과 근기법 위반이 광범위하게 벌어진다 현실에서 출발한다.

박 실장은 “노조가 신고하는 근기법 위반 사항을 노동부가 적극 처리하고, 노조에게 근기법, 산안법 교육에 대한 상당한 권한을 줘야 한다”며 “나아가 노동조합과 각종 협약을 지역사회로 확대 적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제문에서 “전국 공단에 대한 노동조건과 노동법 준수 실태조사부터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고 개선방향을 밝히고 “노동조합의 의견을 수렴하여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현 연구위원은 산업공단에 대한 실태조사와 근로감독 강화와 아울러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 ▲근기법 위반이나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최저임금 체불시 선지급, 후구상권 행사 ▲근로감독관 증원 등 제도 운영 개선 ▲공단 입주기업 노동조건 공시제도와 표준근로조건 미이행시 지원 삭감 ▲사업장 인권가이드라인 제정 등의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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