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CJ E&M 사옥과 JTBC 사옥, 그리고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앞에선 1인 시위가 열린다. 지난해 인터넷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이하 ‘옹꾸라’)에서 여성 비하 발언을 한 옹달샘(유세윤․장동민․유상무)을 하차시키라고 방송사에 요구하는 시위다.

옹달샘의 사과 기자회견(4월 28일)과 장동민을 고소했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생존자의 고소 취하(5월 13일) 이후 논란이 일단락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1인시위에 나서고 있는 이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옹달샘은 자신들이 비하의 대상으로 삼았던 장애인과 여성 등 누구에게도 제대로 사과한 일이 없고, 그런 만큼 방송의 공적 책임을 인지하고 있는 방송사라면 옹달샘을 응당 하차시켜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논란이 일고 2주가 지난 시점이었던 4월 28일 사과 기자회견에 나선 옹달샘은 이렇게 말했다. “웃음만을 생각하며 좀 더 격한 발언을 찾게 됐다. 그 웃음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상처받으신 분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한다.” 이 말을 모든 문제를 종결할 수 있는 사과로 받아들인 이들도 있다. 하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이 말을 사과의 말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옹꾸라’에서 이들은 “개X년”, “제일 참을 수 없는 건 처녀가 아닌 여자”,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들한테 머리로 안 돼” 등 소수자 중에서도 특히 여성에 대한 혐오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사과엔 이런 발언 중 대체 문제인 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빠져있다 보니 ‘여자가 멍청한 건 사실인데 격한 표현을 사용한 것만이 문제라는 말인가’ 등의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사과 직후 tvN <코미디 빅리그> 녹화장으로 달려가 자신들의 논란을 코미디의 소재로 삼았다. 논란이 일자 사과를 했을 뿐, 무엇을 잘못했는지 여전히 모르고, 알고자 하는 의지도 없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 벌써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옹달샘에 대한 하차 요구는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비하를 손쉬운 웃음의 코드로 삼는 대중문화, 나아가 한국 사회의 굴절된 구조를 깨야 한다는 문제제기로 해석해야 한다.

이들을 출연시키는 방송사들은 뒷짐을 지고 있다. tvN <코미디 빅리그>의 김석현 CP는 ‘옹꾸라’에서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해 가장 극한 혐오를 드러내 까닭에 옹달샘 중에서도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장동민에 대해 “입으로 뱉는 철들지 않은 거친 말 속에 따뜻한 마음”이 있다며 그를 옹호했다. 또 KBS <나를 돌아봐> 파일럿 방송에서 김수미는 MBC <무한도전> ‘식스맨’으로 확정된 광희가 <나를 돌아봐>에 출연하자 “장동민이 물러나서 좋겠다”며 장동민의 편을 들었다. (장동민은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였지만 논란이 일자 후보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최근 정규 편성이 확정된 <나를 돌아봐>의 제작진은 장동민을 잔류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들의 이런 모습에서 사실 옹달샘을 둘러싼 이 논란이 비단 옹달샘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비하와 혐오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진부하리만큼 관습적으로 반복돼 왔다. 회식 때문에 늦게 귀가한 아내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렸다는 남편의 얘기가 가정폭력이 아닌 코믹 에피소드로 취급되고(MBC every1 <결혼 터는 남자들>), 여성 코미디언으로 하여금 “김치녀가 될 거야”라는 대사를 뱉게 하며, 미국 스타벅스에서 벌어진 인종 차별엔 격분하면서도 피부색을 잣대로 특정 인종을 ‘시커먼스’라고 비하하는 코미디(이상 KBS <개그콘서트>)는 시대를 돌고 돌아 반복한다.

벌써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옹달샘에 대한 하차 요구는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비하를 손쉬운 웃음의 코드로 삼는 대중문화, 나아가 한국 사회의 굴절된 구조를 깨야 한다는 문제제기로 해석해야 한다. 실제로 2014년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국가별 성 평등 순위에서 142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117위를 기록하고 있고, 유엔 인종차별 특별 보고관으로부터 “한국에 관계 당국에서 관심을 둬야 할 심각한 인종 차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말을 듣는 상황이다. 성소수자 인권지수도 유럽 49개 국가와 견주었을 때 45위 수준에 그치고 있다.(한국 LGBTI 인권 현황 2014 보고서)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쏟아내고도 제작진에게 위로받으면서 자신들을 둘러싼 논란을 코미디의 소재로 사용하며 돈을 벌고 있는 옹달샘과 그들을 출연시키고 있는 방송사에 화를 내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이들은 묻는다. 그저 연예인일 뿐인 이들에게만 그렇게 화를 내는 것도 갑(甲)질 아니냐고. 이런 질문에 우리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의 문제보다 그깟 연예인의 문제에 더 화를 내는 건 합당하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치 대해 우리는 더 화를 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혐오와 차별을 생산하는 엔테테인먼트의 영역에 대해 화를 내는 데 대해 이만하면 됐다고 쉽게 결론내서도 안 된다. 인권과 존엄의 문제를, 정치인만큼이나 공적 책임을 요구받는 미디어에 제기하는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김세옥 / <PD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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