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아래 현대차)은 지난달 국내시장 상황을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으로 분석하고 올해 내수 점유율 41% 사수를 다짐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2백만 고객 등록을 목표로 마케팅 캠페인을 벌이고 신차와 고급차종 판촉을 강화하는 등 필사적인 마케팅과 판촉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러한 판매 확대 전략이 시장에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현대, 기아차 내수 점유율 감소와 수입차 확대 경향은 현대차 글로벌 생산-판매 전략이나 국제 무역시장과 맞닿은 구조적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악 등에 업고 ‘저성과자 일반해고’ 추진

그룹차원 전략에 대한 검토 없이 일부에 불과한 국내 마케팅과 세일즈만을 강화한다고 해서 추락하는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다는 것이 판매 현장의 반응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 같은 원인분석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감소 책임을 판매영업직 조합원에게 돌리는 모양새다. 이른바 ‘저성과’자에게 경고 편지와 자기 계발 서적을 보내고 이들을 따로 모아 교육을 하는 등 전례 없는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

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의장 오승욱, 아래 판매위원회)는 수년간 내부 구성원을 향한 감시와 공격을 벌이던 회사가 정부 노동시장 구조개악 시도를 등에 업고 ‘저성과자 일반해고’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오승욱 의장은 “불성실 근로로 인한 내수부진이라는 회사 설명은 부당한 책임전가”라며 “내수 부진 원인과 책임을 왜 조합원에게 묻는가”라고 반문했다. 회사는 현대차 판매위원회에서 매년 지적하는 불합리한 요인을 해결하지 않으면서 조합원만 압박한다는 말이다. 사진=신동준

판매위원회에 따르면 회사는 ‘업무지도팀’을 구성해 성과가 낮은 판매 조합원을 미행하고 감시해왔다. 이 과정에서 규정위반 사항을 축적하고 ‘불성실 근로로 인한 저성과자’로 낙인찍은 당사자에게 근태불량을 이유로 사직서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징계 해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판매위원회는 과도한 업무감사이며 영업자율권을 해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해당 조합원에게 과실이 있을 경우 수년간 두고 보며 감시나 미행하지 말고 즉시 경고조치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와 판매위원회는 이른바 ‘불성실 근로로 인한 저성과자’ 사안을 놓고 교섭을 벌였다. 지난해 11월말 회의록을 작성해 미행과 감시문제를 해소하고 판매직을 대상으로 연말 캠페인을 벌여 불성실 영업문제를 일단락 짓자고 결정했다.

화살을 내부 구성원으로 돌리는 회사

이 와중에 현대차 국내 시장 점유율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올해 초 현대차 점유율이 한때 36%까지 떨어지고 현대, 기아차를 합친 점유율이 지난해에 이어 60%에 머무는 등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통상 현대, 기아차 판매량을 합쳐 70%, 현대차는 40% 점유율을 마지노선으로 봤는데 이 마지노선이 깨진 셈이다.

다급해진 회사는 화살을 내부 구성원으로 돌렸다. 5년 동안 평균 월 1대 미만 판매자 78명에게 편지를 발송한 것. 이재권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영업지원사업부장은 지난 1월30일자 편지에서 “지난해 (중략) 대형 인재사고는 우리에게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라며 ‘맡은 역할’을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최근 5년 동안 편지 수신자의 평균 판매성과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이 본부장은 쌍방계약이라는 근로계약의 정의를 알려주며 ‘나태해진 순간 권리는 사라지고 책임만 남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경고성 충고도 적었다. 근로계약을 들먹이는 편지를 받은 조합원들이 심한 압박을 받았다.

판매위원회는 즉각 국내영업본부에 항의 방문했고 “2, 3월 내수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보낸 편지”라는 해명을 들었다.

회사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회사는 4월1일 3년 동안 평균 월 1대 미만 판매자 104명에게 2차 편지를 보냈다. 이재권 본부장은 이 편지에서 편지 수신자의 급여 수령액과 판매 대수 등을 거론하며 “사회통념상 누구나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 생각하시는지요”라고 반문했다.

이어서 회사는 앞서 보낸 편지 수령자 78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겠다는 초청장을 발송했다. 현대차지부 단협에 회사 교육은 노사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회사는 이를 무시했다. 판매위원회가 요구해 확정한 노사협의회도 참석불가를 통보했다.

 

회사는 이 밖에 판촉활동을 지원한다며 ‘저성과자’에게 DM몰 포인트(문자, 편지 발송 지원금)를 제공했다. 동종사는 이 같은 판촉 지원을 모든 판매사원에게 제공하거나 성과가 좋은 판매 사원에게 더 많이 제공한다. 굳이 ‘저성과자’만 골라 제공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어가 뛰는 상황

현장이 들끓기 시작했다. 회사가 ‘저성과자’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현장압박을 넘어 징계나 저성과자 퇴출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현대차지부는 판매부진을 이유로 해고할 수 없다는 합의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정책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이 같은 압박은 누가 보더라도 ‘꼴뚜기가 뛰니 망둥어가 뛰는’ 상황인 것이다.

오승욱 현대차 판매위원회 의장은 “시장이 어려워질수록 노력한 만큼 성과내기 어려워진다”며 “특히 ‘저성과자’ 104명 중 70%는 지역사회가 형성돼 있지 못해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조합원”이라고 설명했다. 오 의장은 “회사가 편지에서 거론한 것처럼 판매영업직 평균 생산성, 평균임금과 단순 비교해 낮은 성과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오승욱 의장은 “불성실 근로로 인한 내수부진이라는 회사 설명은 부당한 책임전가”라며 “내수 부진 원인과 책임을 왜 조합원에게 묻는가”라고 반문했다. 현대차 판매위원회가 매년 지적하는 불합리한 요인을 해결하지 않으면서 조합원만 압박한다는 말이다.

오승욱 의장은 현대차 특유의 고가 정책, 작년부터 펼쳤던 젊은 층을 겨냥한 PYL 마케팅 캠페인 실패 외에도 “다른 무엇보다 현장 조합원들이 팔 차가 없다고 아우성”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가지고 있는 현대차 판매직 조합원이지만 반대로 여건이 나빠졌을 때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실제보다 더 크다는 뜻이다.

오승욱 의장은 “경차 수요가 늘어도 회사는 고임금을 이유로 경차 생산을 외면한다”며 “해외생산 비율은 늘리면서 국내에 ‘팔수록 손해’라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그 결과 판매 조합원은 의욕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의장은 판매 조합원들이 그나마 스테디셀러인 중대형, 준중형 차종으로 버텨왔지만 이마저도 FTA로 관세가 사라진 수입차종이 밀려오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차와 가격이 비슷해지면서 소비자에게 오랜 시간 익숙해진 현대차보다 고급 이미지에 연비마저 뛰어난 수입차량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지금은 우리가 비를 맞지만 결국 모두 맞는 상황이 올 것”

이 같은 설명은 곧 글로벌 생산에 대한 그룹차원의 전략 실패를 뜻한다. 이는 다른 모든 설명보다 현장 판매직들의 “팔 차가 없다”는 외침이 웅변하고 있다. 해외 생산에 열을 올리며 해외 물량을 지렛대 삼아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각국과 맺은 FTA가 발효되면서 정작 국내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 오승욱 의장은 “회사가 판매 부진을 앞세워 공격하면 투쟁하기 쉽지 않다”라며 “단기간에 끝낼 싸움이 아니다. 2004년 투쟁으로 10년을 버텼듯 다시 강고한 투쟁을 조직해 미래를 대비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6월1일 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 국내영업본부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이고 있다. 김형석

이 때문에 회사는 뒤늦게 내수가 받쳐주지 못해 붕괴한 이탈리아 피아트 사례를 들며 국내 시장을 사수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뒤로는 일선 판매 조합원들을 압박하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구태를 두고 오승욱 의장은 “직영 대리점과 조합원 수를 줄이려는 회사 전략”으로 해석하면서 “결국은 저임금 딜러 중심으로 판매구조를 재편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회사로서는 막강한 현대자동차지부 자체를 직접 공격하기보다 판매위원회 공격이 더 쉽다. 오승욱 의장은 “5년 뒤면 60년대 생 조합원들이 퇴직하고 신규 충원이 없다면 6천 판매조직이 반 토막 난다”며 “가만 놔둬도 고사할 수 있지만 회사는 속도를 더 내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2년 전후로 입사한 90여명 신입사원을 제외하면 2003년 이래 신규 입사자가 없다. 반면 대리점 인원은 약 5천4백여 명으로 늘었다. 현대차 판매위원회 조합원 평균 나이는 47세로 근속년수 21년이 넘었다. “5년 후, 10년 후가 불안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오승욱 의장은 “일 못하는 개미 백 마리를 죽인다 해서 나머지 일개미가 일에 몰두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극한 경쟁으로 내몰려 살아남을 사람이 없다”고 단언했다.

오승욱 판매위원회 의장은 “경제 비상등이 켜지면 우선 공격대상은 판매노동자”라며 “지금은 우리가 비를 맞지만 결국 모두 맞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 의장은 “지금 함께 방어벽을 치지 않는다면 모두 밀리고 만다”며 “현대차지부 4만7천, 그중 판매 6천8백 조합원이 살아 있을 때 방어벽을 쳐야 한다”고 말했다.

오승욱 의장은 “판매영업직이라면 누구나 슬럼프가 있다”며 “성과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조합원 간 출혈경쟁이다. 언제까지 내 월급 털어 살아야 하나”라며 출혈경쟁 피해자로 전락한 조합원 상황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판매위원회는 정가판매를 통한 시장질서 확립을 중요한 요구로 걸고 있다. 이를 통해 렌트와 리스 차량을 독점하는 회사 특판 팀과의 경쟁 등 복잡하고 혼란한 시장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회사는 2004년 성과가 부진한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도했다. 이때 판매 조합원 5천여 명이 양재동 본사 앞에 집결해 조합원에 대한 경고와 압박을 벌이는 회사를 규탄했다. 결국 2006년 프로그램을 철폐시켰다.

오승욱 의장을 비롯해 현대차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은 이 투쟁의 경험을 잊지 않고 있다. 오 의장은 “회사가 판매 부진을 앞세워 공격하면 투쟁하기 쉽지 않다”라며 “단기간에 끝낼 싸움이 아니다. 2004년 투쟁으로 10년을 버텼듯 다시 강고한 투쟁을 조직해 미래를 대비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오승욱 의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1만여 판매 조합원은 자동차 영업에 자부심을 품고 살았다”며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에게 판매노동자는 매력적인 조직이다. 이들을 엮어내 전국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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