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5월 29일 새벽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 핵심은 연금보험료를 5년에 걸쳐 7%에서 9%로 올리고, 연금 지급률은 20년에 걸쳐 1.9%에서 1.7%로 깎는 것이다.

국회는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 특별위원회’와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논란이 됐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공무원연금은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개정하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관한 논의는 추후로 미룬 모양새다.

일각에서 이번 개정안을 두고 재정 절감 효과가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공적연금 존재 이유가 재정 안정이 아니라 ‘노후 소득 보장’, ‘노인 빈곤 완화’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 기존 공무원연금과 공무원연금 개정안 비교.

‘노후 소득 보장’ 측면에서 보면 공무원연금은 과하지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차 공적연금강화 해설서’에서 “2014년 현재 300만 원 이상 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20% 미만이며 2014년 퇴직공무원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219만 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1만 원, 월 209만 원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공무원연금 개정안의 문제는 ‘재정 안정’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아니다. 공무원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노인 빈곤 완화’ 기능을 약화시킨 것이 문제다.

“이번 개정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 지급액은 30년 가입자 기준 국민연금의 1.7배에 달한다”(<매일경제>, 5월 30일 사설)는 비판도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다. 제갈현숙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정책위원에 따르면 2015년 1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지급액 평균은 32만4천80원이다. 수급자 76%는 40만원 미만을 급여로 받고 있다.

인경석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6월1일 <경향신문> 기고에서 “고소득자라도 30년 가입 시 (연금액이) 약 120만 원밖에 안 되므로 소득대체율은 너무 낮다”며 “소득대체율을 50%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이토록 취약한 상황인데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충분하지 않다. 국회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 속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게다가 "국민께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박근혜 대통령), “국민연금을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것은 세대 이기주의”(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부정적이다.

공적연금 강화 투쟁을 이끌어나갈 주체 역량도 흔들리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김성광 사무처장이 지난달 2일 공무원연금 합의안에 직권조인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내홍에 휩싸였고 최근 이충재 위원장이 위원장직 사퇴와 함께 공무원노조와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했다.

공무원연금은 개악되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불투명한 가운데 공적연금 강화 투쟁을 이끌 주체는 혼돈에 빠졌다. 공무원연금 개정안이 남긴 결과다.

※소득대체율: 연금가입 기간 평균소득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연금지급액. 연금액이 개인의 생애평균소득의 몇 %가 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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