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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죽이지 마라. 박지만, 포스코 당장 나와라”[사람과 현장] 양우권 열사 뜻 지키기 위해 상경투쟁 벌이는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
강정주 편집국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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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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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의 상경투쟁이 5월22일 현재 일주일을 넘기고 있다. 양우권 열사가 노동탄압에 맞서 항거한 지 13일째다.

상복을 입고 포스코센터, EG그룹 본사, 박지만 EG그룹 회장 집 앞, 청와대까지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아직 밤바람이 찬 날씨지만 인도에 깔판 하나 깔고 노숙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있는데 우리 힘든게 대수입니까”라고 대답한다.

하태도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대의원은 5월19일 박지만 회장 집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성광분회 소속인 하태도 대의원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23년 동안 일했다. 수습이 끝나자마자 노조에 가입해 양우권 열사가 ‘정예부대’라 칭한 조합원 중 한 명으로 활동 중이다.

“자반고등어를 참 좋아하던 사람인데.” 하태도 대의원은 양우권 열사와 여러 차례 상경투쟁을 같이 했다. 숙소에서 잠을 자면서 얘기도 많이 나눴다. 하태도 대의원은 “소식을 듣고도 믿기지 않더라. 바로 달려가서 열사를 냉동고에 안치할 때까지 지켜봤다. 속상해서 못 보겠다고 나가는 사람도 있었는데 경찰에게 동지의 마지막을 맡겨 둘 수 없어서 끝까지 같이 있었다”고 말한다.

   
▲ 5월19일 하태도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대의원이 양우권 열사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던 중 열사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강정주

“어쨌든 다 내려놓고 가면 마지막 모습이 좀 편안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눈감고 있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더라.” 하태도 대의원은 열사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하태도 대의원은 “한이 풀리지 않아서 가는 순간까지도 얼굴이 편치 않은 것 같아 속이 상한다. 빨리 문제 해결하고 나쁜 짓 한 사람들이 제대로 사과해서 편안하게 보내주고 싶다”고 상경투쟁을 하고 있는 이유를 말한다.

“법원에서도 잘못했다고 하면 최소한 법은 지켜야 하지 않느냐. EG테크는 조합원이 한 명이다. 한 명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겠느냐. 한 사람을 현장 발 붙이지 못 하게 EG테크 사람들이 그렇게 악독하게 괴롭혔다.” 하태도 대의원은 열사가 겪었을 고통을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한 풀지 못하고 간 열사

하태도 대의원은 “EG테크가 양우권 동지 일 안시키고 사무실에 격리해둔 것 보고 ‘일 안하고 월급 받으면 좋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정말 모르는 소리다”라고 지적한다. 하태도 대의원은 “나도 겪어봤다. 심리적 압박이 심하다”며 “회사가 일 안시키고 앉혀두는 이유는 ‘너는 필요없는 사람이다. 쓰레기다’라고 모멸감 주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 대의원도 현장 대기발령을 당한 적이 있다. 온갖 탄압을 겪으며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사람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회사의 행태에 치가 떨린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상경투쟁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 모두 포스코와 하청업체의 노동탄압 피해자다. 시기와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일상적인 탄압을 감수해야 한다. 하태도 대의원은 “‘써카드’라는 것이 있다. 우리 눈에 안보이는 곳에서 감시하고 있다가 갑자기 관리자가 나타나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써카드를 준다. 하루에 몇 장씩 받는다”며 “회사는 직원들이 누구나 서로 잘못했을 때 카드를 적는 것이라고 하지만 조합원들에게는 용지 자체를 안준다”고 반발했다. 항상 회사의 감시가 쫓아다니고 경고, 징계 압박이 있다보니 조합원들은 현장에 들어가면 늘 긴장 상태다.

회사는 늘상 ‘노조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을 퍼뜨리고 다닌다.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 지회에서 몇 번씩 시정하라고 공문을 보냈는데도 무시했다. 결국 지회가 고발해서 벌금을 냈다. 벌금 낸 뒤 비조합원들에게 ‘여러분에게 돌아갈 돈을 노조 때문에 벌금으로 냈다’고 악선전을 한다”는 것이 하 대의원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노조를 기피하는 분위기를 수시로 만든다.

   
▲ 5월19일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이 박지만 EG그룹 회장 집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강정주

하태도 대의원은 “회사가 현재 비조합원들에게 여러 혜택을 준다. 노조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지금은 적은 숫자라도 조합원이 있으니 회사가 눈치를 보지만 우리가 없다면 비조합원들도 더 고통스러운 생활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사람까지 몰아내겠다는 무노조 방침

하태도 대의원은 포스코의 경영방침을 규탄했다. “우리를 완전히 몰아내려고 한다. 한 명씩 조합원들이 탈퇴한다. 붙잡고 얘기를 들어보면 회사가 얼마나 야비하고 치사하게, 약점 잡아서 탈퇴 압박을 하는지 모른다.” 하 대의원은 “성광업체에서 이런 일 할 수 없다. 포스코 경영방침에 따르는 것 뿐”이라며 “양우권 동지처럼 노동자들이 죽지 않으려면 포스코가 방침을 바꾸고 노조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 죽고 싶으면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비열하게 탄압하는데 무릎꿇고 노조를 탈퇴할 수는 없지 않은가.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죽음 아니면 회사를 제 발로 나가는 길 밖에 없다.” 하태도 대의원은 포스코의 노조탄압 현실을 이렇게 꼬집었다.

조합원들이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박지만과 EG테크, 포스코의 사과다. “EG테크 사장은 아무 권한이 없다. 박지만 회장이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며 “하루빨리 열사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억울하게 죽은 열사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라고 강조한다. 하 대의원은 “포스코는 노조탄압 중단해야 한다. 더 이상 죽지 않도록, 더 이상 고통받기 싫다.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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